사회적 거리는 '가족 간 거리' 좁히고 자기계발의 시간 가질 수 있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연습, 바이러스 영향 생각해보는 시간 필요해
심리방역의 시작은 '작은 행복 ' 찾는 습관에서 시작돼 '일상 루틴' 중요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코로나 스트레스’를 버티는 4가지 방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가 본격화한 지 4개월에 접어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가 차원의 조치도 이루어지고, 대학들의 갖은 노력으로 온라인 수업 시스템도 안정화에 접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는 개인의 노력이 절대적이다. ‘심리방역’ 측면에서 개개인의 노력이 빛을 발해야지만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 본지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코로나에 대응하는 대학 구성원들의 면면들을 공유하고, 한국심리학회 회장을 맡은 조현섭 교수에게 ‘코로나 블루’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 유형1 : 내부 관계형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죠”
서울의 한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A부장은 요즘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여느 때처럼 업무와 저녁 약속을 마치고 늦은 귀가를 하게 되면, 청소년인 자녀들과 이야기할 시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만들어준 ‘사회적 거리’는 ‘가족 간의 거리’를 좁혀 줬다.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대면 접촉이 일어나는 모임들을 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정으로 일찍 귀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A부장은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더라도, 가족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전보다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스타도 같이 본다”며 미소를 띠었다. 한적한 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가족들과 동네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을 할 때면, 코로나가 가져온 뜻밖의 행복을 누린다고도 말했다.

다른 대학의 B직원도 “어린 자녀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좀 더 찬찬히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렇듯 가까이 있고 당연하게 느껴져서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가정의 포근함을 스트레스를 해소 방법으로 꼽는 사람이 많았다. 코로나가 가져온 ‘공간의 제약’이 ‘가족의 공간’을 넓힌 것이다.

■ 유형2 : 자기계발형 “역량계발의 발판으로 삼고 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진짜 바쁘게 보내고 있을 시기죠!” 광운대 법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주성훈 씨의 말이다. 그는 과 내 학회 활동부터 학교 홍보대사 활동, 동아리 활동까지 소화해 내는 ‘행동파’다. 하지만 코로나는 운신의 폭을 좁혔고 각종 활동에 제약을 가했다. 그런 그에게 답답하지 않냐 묻자 “물론 답답하긴 하지만 지금이 제 생활을 재정비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라 즐기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실제로 집에서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홈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고, 부족했던 영어 공부와 한국사 자격증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할 시간도 많아졌다. 그는 법학 전공이지만 홍보 직군에 관심이 많아 다방면으로 정보를 찾아보는 중이다. 학교 일정에 맞춰 쫓기듯이 흘러갔던 일상을 벗어나 자신만의 루틴을 찾은 사례다.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 중인 김연수 씨도 아쉬운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공유할 수 있는 대면의 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으며 더 많은 ‘생각’들과 만나고 있다. 사람을 만나서 풀리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평소 경영학 공부로는 접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집콕’ 대신 ‘독콕’으로 생각을 전환해 시간 여유를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 유형3 : 사회 분석형 “주변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네요”
대학 대외홍보직 담당자인 C과장은 평소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지냈지만 이번처럼 깊게 생각한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 초반에는 장기전을 예측하지 못한 채 일상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쉽게 과식하게 되고, 활동량이 줄어 컨디션이 나빠졌다”고 회상했다.
동시에 C과장은 코로나의 ‘이면’을 바라봤다. “인간에게는 불행이지만, 자연 입장에서는 ‘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활동이 줄자, 대기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보기 힘들었던 야생동물들이 서식지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에게도 “이 상황이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연습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설명한다고 했다. 아직 예측 수준이지만 되짚어볼 때 2002년 사스(SARS·급성 호흡기 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 2019년 코로나까지 감염병 출현 사이클이 형성되고 있어 이번 사태 역시 ‘그저 넘기는 식’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과장은 영화 ‘컨테이젼’을 두고 “바이러스 속에서도 다양한 인간군상을 볼 수 있고, 자본주의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평하며 기자에게 ‘안방 1열’에서 관람할 것을 추천했다. ‘컨테이젼’은 9년 전 영화임에도 온라인상영관 박스오피스 4위(개봉 당시 관람객 22만)를 차지한 건 코로나가 만든 또 하나의 현상이다. 생각 정리를 통해 코로나 스트레스를 잊는 방법을 추천한 셈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1918년 스페인 독감과 금융위기가 동시에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에게는 ‘팬데믹’ 상황이 원치 않게 일어났지만, 경제·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이번 참에 바이러스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꼭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코로나는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던져줬다.

■ 유형4 : 작은 행복형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시간”
“낮에는 캠퍼스의 꽃으로 ‘힐링’하고, 밤에는 학생들과 채팅하는 즐거움으로 소소하게 즐겁네요” 최은경 전남과학대 E스포츠과 교수는 전에 없던 경험을 하고 있다. 왁자지껄하게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을 교실에서 만나지는 못하지만, 온라인 채팅을 통해 늦은 시간까지 소통한다. 최 교수는 “학생들이 교실에서보다 질문이 많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공간 제약이 없으니 온라인 상태에 있는 학생들과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눈다”며 웃어 보였다.

의학계에서도 일상 속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작은 일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코로나 전염을 막기 위해 손 씻기와 마스크 끼기가 시작이라면, 심리 방역의 시작은 ‘작은 행복’을 찾는 습관에서 시작된다고도 볼 수 있다.

■ 조현섭 한국심리학회장 “코로나 트라우마 ‘인정’하고 ‘루틴’ 만들어야”
“코로나는 블루(우울) 상태를 넘어 트라우마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현섭 한국심리학회장(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은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에게 트라우마 정도의 정신적 외상을 입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불안을 인정하는 마음’과 ‘나만의 루틴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잠언이 있듯이, 부정적인 생각은 불안을 가중한다. 조 회장은 “세워뒀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생기는 강박 증상과 건강 걱정 때문에 우울하기 쉽지만, 걱정만으로 해결되는 건 없다”며 “현재의 방역 수준과 의료 시스템을 신뢰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안전 수칙을 지키면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심리 방역을 위한 수칙으로 작은 일이라도 ‘일상 루틴’에 포함해 실행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다만 과도한 계획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코로나 사태의 가변성을 언제나 열어둬야 한다고 첨언했다.

조 회장은 “심리학 교수와 심리 상담 1급 자격자들로 구성된 한국심리학회 전문가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니 070-5067-2619, 070-5067-2819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정윤 기자 grow@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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