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갯벌은 살아있다
[대학通] 갯벌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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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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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은 어디까지가 땅이고 바다인지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스스로 그렇게 모호하게 존재한다. 견고한 땅이 더 소중해 보이는 인간에게 그러한 갯벌은 그저 쓸모없는 불모지로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인간은 간척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땅과 바다를 콘크리트로 갈라 갯벌을 없애고 농업이나 공업용지로 활용했다.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다. 하지만 칠게에게는 갯벌이 삶의 터전이다. 인간은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나서야 그 애매한 존재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간척사업과 같은 사고 구조는 사회 조직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조직 자체는 인위적인 구분이 있어야 성립되고, 그 안의 모든 규칙은 이것과 저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진 규칙 속에 갇혀 산다. 조직의 안과 밖, 내가 속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은 더욱 명확하게 구분해서 담을 쌓아 올린다. 대학 간의 담장은 더욱 높아져 간다. 그래서 학생은 특정 대학에 진입할 유일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12년 동안 입시에 매달린다.

대학 안에서 집단 구분은 명확하다. 전공, 연구소, 행정부서와 같은 물리적 조직은 종횡으로 엄격하게 구조화돼 있다. 수많은 전공과 교과목이 나눠져 있고, 전공 간 교과목 구분은 엄격하다. 학술연구 분야는 한국연구재단 기준으로 4240개나 된다. 직원과 교수의 구분은 분명하고 각자 그 안에서의 서열도 명확하다. 직원은 업무별·직군별·직위별로 구분된 각자의 칸막이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교수의 구분은 수없이 많고, 학과 조직은 견고하다. 대학 조직의 칸막이 작업은 마치 간척사업을 하는 과정을 닮았다.

조직의 간척사업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수록 이것과 저것의 경계에 있는 ‘사이 존재’, 즉 대학 조직의 갯벌은 사라져 간다. 그렇다면 사라진 사이 존재로 인해 조직 생태계가 위험해지고 있지는 않을까? 간척사업으로 인해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그러한 신호를 감지할 능력은 있을까? 2011년 어느 시간강사는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면서 사이 존재의 문제점을 알렸다. 그리고 2019년 겨우 강사법이 시행됐다. 미봉책이지만 그래도 강사의 입장에 서서 사회가 그들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강사뿐인가. 대학의 사이 존재는 많다. 대학과 대학 사이는 존재할 수 없는가? 전공과 전공, 전공과 연구소 사이는 어떤가? 부서와 부서, 부서와 연구소 사이의 조직도 가능하지 않을까? 교과목과 교과목, 4240가지의 학문 분야 사이는 건널 수 없는 계곡인가? 대학에 오로지 직원과 교수라는 전통적 영역만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 행정과 연구, 교육 사이의 존재는 불가능한가?

봄은 왔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캠퍼스는 문이 닫혀 조용하기만 하다. 교수는 연구하면서 생소한 온라인 강의를 준비해야 하고, 직원은 전례 없는 사태에 대응하느라 더 바쁘겠지만 학생이 없는 캠퍼스는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처럼 변했다. 그리고 대학은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최소한의 교육 기능은 유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대학의 역할을 다 한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사회는 대학에 그 이상을 기대하고 대학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해 왔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라는 기본적 기능을 수행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측정할 수 없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그것은 견고한 대학 내부의 조직만이 아니라 사이 존재 곳곳에서 발현된다. 대학과 사회가, 조직과 사람이 갯벌처럼 교차해서 무궁무진한 생명력의 원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한다. 이참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대학 본연의 역할 그리고 대학 내의 사이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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