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의외의 결과다. 민주당에 좋은 흐름이었지만 이렇게까지일 줄은 몰랐다. 지역구 의석만으로 단독과반, 더불어 그룹 180석. 국회선진화법은 의미 없고 개헌 말고는 모든 게 가능한 ‘꿈의 의석‘ ‘절대 의석‘이다. 개헌의결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범진보가 190석+. 유모의 ‘180석 기대‘는 허언이 아니었고 ‘개헌 저지선‘이 현실이다.

선거는 선택이다. 이 때 선택은 평가와 (또는) 기대에 따른다. 잘했으면 지지하고 못했으면 지지를 바꾼다. 평가는 과거 지향적인데 지금까지 잘 했는지 못했는지가 관건이다. 뭘 잘하고 뭘 못했는지 평가의 대상은 다양한데 핵심은 경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나라경제와 개인경제는 어떤가?

대통령 임기후반의 총선은 정부여당의 실적에 대한 중간평가다. 임기후반 총선에서 집권당이 대체로 이기지 못하는 이유다. 1992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클린턴에 패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2020 총선은 예외다. 과거실적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 선택이 아니라, 미래의 기대를 반영한 총선투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다. 그들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도 지금을 대신하겠다는 사람들이 미덥지 않았고 그래서 미래를 맡기기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핵심은 코로나 크레딧이다. 선거종반에 이를수록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상승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점점 더 나아졌다. 사전투표날을 전후해서는 ‘대구지역 확진자 0’ 코로나 크레딧의 완성이다.

이 때 야당은 막말논란에 휩싸인다. 한 번에 단칼에 처리해도 후유증이 있을 일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사람들의 입에 더 자주 오르내린다. 덕분에 수도권 중도층은 대거 떠난다. ‘야당 심판론’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 개의 길이 앞에 놓인다. 첫째, 한국정치 균열구조 변화의 완성이다. 진보우위의 정치지형이다.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로만 보면, 2012년 총선에서 범진보 48.3% vs 범보수 48.2%, 2016년 총선 범진보 32.7% vs 범보수 33.5%(새누리당)였는데 2020년 총선에서는 범진보 52.2% vs 범보수 41.5%다. ‘보수는 더 이상 주류가 아니’라는 말이다.

둘째, 더불어 그룹은 이번 총선으로 행정부와 사법부에 이어 입법권력을 장악했다. 2018년 지방권력의 접수와 함께 대한민국 권력의 완성이다. ‘총선결과가 무섭고 두렵다’는 건 솔직한 표현이다. 총선결과는 그들에게 이젠 충분한 기회와 시간 그리고 환경을 줬다는 국민적 간절함의 표현이다.

대통령의 시간이다. 국민적 체감과 성과의 책임은 무겁다. 남은 시간 우선순위를 정해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의 인내심은 그리 긴 시간을 허용하진 않을 거다. ‘문재인 청와대당 압도’의 욕심과 여당과 국회의 자율성을 조화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가장 위험한 건 총선결과를 문재인 민주당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정치적 신임으로 간주하는 거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최저임금 그리고 남북관계 등 지금까지의 정책방향과 수단 등에 대한 점검과 반성의 계기를 놓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잘한 건 잘한대로 못한 건 못한대로 구분하고 필요하면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선거다.

선거제도의 착시와 혼란효과도 한 몫 한다. 비례대표 득표율은 미래한국당 33.8%, 더불어시민당 33.3%. 열린우리당을 포함하면 38.9% vs 33.8%. 충북에서 민주당은 5석 통합당은 3석을 가져갔다. 하지만 비례대표 득표율은 한국당 36.3%였다. 현실은 의석수지만 총선결과를 의석수로 보느냐 득표율로 보느냐는 다르다.

탄핵 후 3연패, 2016년 총선부터 전국선거 4연패의 야당은 패닉이다. 미래그룹 전체 의석수가 민주당의 수도권 의석수(103)라는 건 패배의 완성이다.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는 총괄 선대위원장의 말은 ‘야당도 변하라는 명령’으로 마감한다. ‘문재인 정권에만 책임을 돌리며 심판로만 외치는 집단’이자 ‘아직도 반성 없는 정당이라 더 혼나야 한다’는 국민심판이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기회를 남긴 안철수의 합류가 보수재편 또는 재구성의 출발선이다.

가보지 않을 길 두 개가 더불어 그룹과 미래그룹 앞에 각각 놓인다. 당장은 2022년 3월 9일 대선이다. 실력과 다짐과 각오는 곧 확인될 거다. 여야 모두 칼날 위에 '선' 거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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