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의석까지 합하면 180석을 차지했다. 국회의석 300석의 2/3 가까이를 차지하는 그야말로 거대여당이 탄생한 것이다. 이른바 1987년 체제 출범 이후 이런 거대집권당은 없었다. 국회 선진화법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는 거대정당이다.

국민들의 판단은 냉정했다. 선거전문가나 여론조사기관의 팽팽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국민들은 지긋지긋한 정쟁만을 일삼는 현 정치체제에 큰 경고음을 울렸다. 그 경고음은 승리를 거둔 집권당에게도 마찬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정쟁은 그만하고 민생에 올인(all-in)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이번 선거는 어떻게 보면 ‘코로나19 선거’였다. 코로나19가 다른 선거이슈들을 압도했다. 코로나19는 ‘조국사태’나 ‘불통’ ‘경제실정’ ‘실업’ ‘외교문제’ ‘남북문제’ 등 집권당에 불리한 굵직한 이슈들을 한방에 날려 보냈다.

전 세계로부터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찬사가 쏟아질 때 이미 판세는 집권당으로 기울었다. 집권여당은 정부의 침착한 대응력으로 얻은 공(功)을 그대로 표(票)로 돌려받았다. 세계 여론의 변심과정도 선거만큼 드라마틱하다. 앞 다퉈 우리 국민의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던 국가들이 우리나라를 전 세계 최고 모범국으로 치켜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반면 보수야당은 그 존재의미를 발현하는 데 실패했다.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도 정쟁 차원에서 정부의 조치에 시비를 거는 데 여념이 없었다. 당파적 접근을 초월해 거국적 대응의 한 축을 맡았다면 이런 참담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판단이다. 선거 막바지에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코로나19 진단을 지연시킨다는 주장은 코로나19에 힘들어하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선거를 앞둔 정당의 리더가 선거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볼 때 보수야당은 리더십의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공천과정에서 유력 보수정치인들이 공천에서 배제됐고 분열이 노정(露呈)됐다. 마지막에 투입된 노정객도 득(得)보다는 실(失)이 됐다. 흡사 특정종교 인사 같은 황 전 대표의 언행은 유권자들의 호응보다는 냉소를 일으켰다. 결국 보수야당의 허약한 리더십이 금번 총선에서 참패를 가져온 요인이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보수야당은 20대 국회가 식물국회로 전락되는 데도 큰 책임이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원내전략으로 민생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놓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무개념적 정치행태가 코로나19라는 비상한 사태를 맞이해서 변변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정략적으로 다뤘다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결국 보수야당은 코로나19라는 비상한 시국을 맞아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부 정치인들의 망언으로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선거는 역시 제도 싸움이다. 선거제도에 따라 선거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니 말이다. 금번 선거는 소수파의 표심을 의석에 반영한다는 취지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치러졌다. 그런데 그 취지와는 반대로 여야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선거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그 결과 거대양당은 비례대표 의석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들은 원내교섭단체는커녕 지난 선거에서 얻은 의석을 지켜내는 데도 실패했다. 이래가지고서야 제도개혁을 아무리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걱정이 된다.

선거는 끝났다. 유권자의 압도적 다수가 대통령과 집권당을 지지했다. 그만큼 정치 안정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컸음을 의미한다. 국민은 정치적 실행력을 원한다. 이제 정치권은 민생에 전념하기 바란다. 국민적 여망이 확인된 만큼 거대집권당은 이제부터 더욱 자숙하기 바란다. 특히 금번 선거가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꼼수가 동원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단지 “비상한 시국에서 비상한 방법으로 승리한 것”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께서 선거를 통해 보여주신 것은 간절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간절함이 국난 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셨다”면서도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겠다.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부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승자의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와 여당 관계자 모두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는 일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민심 이반은 시간 문제다.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2022년 3월 22일 대선 레이스는 시작됐다. 총선 승리가 곧 대선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은 새롭게 열리는 21대 국회를 주목하고 있다. 지나친 자기도취와 패배의식은 자칫 또 다른 패배로 이어질 것이다. 총선은 끝났지만 민생개혁의 레이스는 이제부터다. 각 당은 21대 국회 성적표가 다음 선거에 곧바로 이어진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