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센터장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센터장
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학습센터장

어느덧 우리는 코로나 19와 함께 봄을 맞았다. 불과 몇 달 전 2020년 새해의 설렘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전쟁을 제외하고 이렇게 갑자기 세계가 정지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누군들 예상했을까.

인간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이러스는 무서운 기세로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사회 곳곳은 반강제로 극적인 변화를 맞는 처지가 됐고, 교육계 역시 예상치 못한 변화에 큰 혼란에 휩싸였다. 버틸 때까지 버텨 봤지만 결국 사태가 심상치 않자 원격(Online) 수업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반강제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코로나19의 영향이 있기 전 누군가 필자에게 교수들이 한꺼번에 자신의 수업에 변화(교육의 효과성은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를 주는 날이 올 것이라고 얘기했다면 가당치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필자가 교수학습센터장을 7년간 해보면서 경험한 교수란 직업은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대학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니 새삼 놀랍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른다. <변신>은 자고 일어나니 끔찍한 벌레로 변해 버린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카프카는 그가 어떤 원인으로 벌레가 됐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독자 역시 궁금증을 가질 새가 없다. 곤충으로 변해버린 한 남자를 둘러싼 주위 환경과 가족의 태도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정작 주인공은 벌레의 몸을 하고서도 직장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기차에 타려 한다. 몸이 벌레로 변한 사실보다 직장에서의 해고를 더 다급한 문제로 느꼈기 때문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일상이 되는 새로운 삶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전의 삶의 양태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 그것은 지금의 언택트(untact)의 삶이 일상이 되는 뉴노멀을 의미한다.

언택트 시대의 교육은 어떻게 될까. 혹자는 지금의 온라인 수업이 효율성이 높아 이상적 교육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이미 오래전 “하이 테크(High Tech), 하이 터치(High Touch)”란 말을 하면서 고도로 발달한 최첨단의 기술문명이 사회를 지배하는 하이테크 시대에는 오히려 하이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지 않았는가.

하이터치란 이성보다는 인간적인 감성, 다정다감한 만남, 부드러운 만짐 등을 일컫는다. 필자는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기 위해서 비대면 학습이 강조되는 하이테크적 교육방식에 기존의 하이터치적 교육방식을 효과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초등, 중등, 고등교육기관의 교수자들이 모두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블랜디드 러닝(혼합형 학습)이 우리 교육현장에 뉴노멀이 될 확실한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변신>의 주인공처럼 시급한 문제해결에 매몰돼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교육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의 시대에도 공동체 의식 형성과 회복 탄력성 개발은 교육목적으로서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다. 균형 있는 교육이 균형 잡힌 인간을 양성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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