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신라대 중국어·중국학과 교수

김형근 신라대 중국어·중국학과 교수
김형근 신라대 중국어·중국학과 교수

온통 코로나19로 난리다. 시민, 사회, 정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들다. 이제는 감염 사례가 많이 줄어들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에서 다시 바이러스가 맹공을 해올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하루하루가 지뢰밭을 밟는 것만 같다.

봄꽃 만발한 교정에서 웃고 떠들어야 할 학생들은 집안에 갇혀 컴퓨터 화면을 몇 시간씩 들여다봐야 하는 초유의 ‘온라인 개학’ 사태를 맞이했고, 들판에 핀 유채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까 두려워 지자체는 그것을 트랙터로 갈아 엎었다고 한다.

자영업과 기업은 어떤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영업을 못하게 행정명령을 내리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퇴근 후엔 곧바로 귀가하란다. 서민 자영업자들은 당장 월세 내기도 버겁다. 특히 사람, 물자의 이동과 관련된 관광과 물류산업은 지금 초토화되고 있다. 기업의 운명은 오늘 내일하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정부는 또 어떤가? 더 이상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연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바이러스 앞에서 일단 ‘먹고 사는’ 경제생활에 대한 걱정은 뒤로 제쳐둘 수밖에 없을 것도 같다.

바이러스가 가져온 낯선 일상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고, 감염에 대한 공포로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이 ‘전쟁’이 쓸고 간 ‘폐허’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사실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는 ‘죽고 사는’ 문제 다음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니 어찌 보면 ‘먹고 사는’ 문제가 곧 ‘죽고 사는’ 문제다.

눈을 세계로 돌려보자. 여러 나라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난지원금을 긴급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연소득 7만5000달러 미만의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200달러, 미성년 자녀에게 1인당 500달러를 지급한다. 3억 3000만 명의 미국인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주기 위해서는 약 3000억 달러가 소요될 전망인데, 우리 돈으로 360조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독일은 유럽 각국 가운데서도 이례적으로 1조 유로(약 1350조), GDP에 약 30%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그것도 3일 이내 지급을 완료하는 신속함까지 보여 세계의 놀라움과 부러움을 샀다.

코로나19 발원지 중국을 보자.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니 이럴 때 국민들에게 확실히 실탄을 쏴줘 위기 극복을 하지 않을까? 그런데 중국정부는 어쩐지 미국과 독일 그리고 우리나라와 달리 국민들에게 직접 현금을 살포할 뜻이 없는 듯하다. 왜일까?

먼저, 중국의 산업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나 언론은 소비, 투자, 수출 세 가지를 중국경제를 끌고 가는 삼두마차로 표현한다. 하지만 사실 소비나 수출보다는 고정자산투자(정부 및 민간투자)의 빠른 증가가 현재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서방 선진국과 확연히 다르다. 고정자산투자 가운데 대표적으로 사회간접자본에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특히 발전설비 구축과 고속도로 건설 같은 대규모 투자프로젝트에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경기를 부양했던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위기 극복을 위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할 계획이다. 5G, AI, IoT 등 이른바 차세대 '사회간접자본'에 화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8090 세대의 실업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8090세대는 풍요로운 세대를 만끽하며 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었지만 중국은 살짝 비켜갔다. 그들에게 지금까지 이런 위기는 없었다. 이들 신세대가 실업자로 전락한다면 중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중국정부는 그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에게 당장 빵을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빵을 살 수 있도록 공장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공장에 자금과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이 살 수 있고 그들이 살아야 소비도, 경제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서방과 중국의 코로나19 극복 방식 가운데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아직 모른다. 미국처럼 두둑한 현금봉투를 받는 것도, 독일이 재난지원금을 3일 내에 지급했다는 것도, 중국의 중장기적인 산업지원 방향도 모두 부럽다. 문제는 팔짱 끼고 앉아 “누가 누가 잘하나” 하며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구경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수많은 우리 젊은이들이 ‘코로나 난리통’에 쓰러져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에 당당히 합격했다며 좋은 소식을 한 졸업생과 기쁨을 함께하며 축하해 준 일이 있다. 그 친구와 며칠 전 다시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그가 내게 전한 씁쓸한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교수님, 저 지금 무급휴직 중입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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