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일정 문제 해결 불가, 기존 일정 추진 외 ‘방법 없어’
정시박람회 ‘3주 연기’ 12월 30일~1월 2일 실시, 대학들 ‘여력’ 관건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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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입일정 연기에 발맞춰 일정을 늦추는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주관 수시박람회가 기존 일정을 고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교협 관계자는 20일 “수시박람회를 기존 일정인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본래 대교협은 수시박람회를 일정 기간 늦추려고 계획했다. 교육부가 단계적 온라인 개학 방안과 더불어 수능 등 주요 대입 일정을 2주 뒤로 연기하는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주요 대입일정 연기에 따라 수시·정시 원서접수는 물론 합격자 발표와 등록, ‘추가합격’이라 불리는 미등록충원합격 일정까지 줄줄이 일정이 연기됐다. 

박람회는 대학협의체인 대교협이 주관,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원서접수 시기 전 각 1회 실시하는 대입정보 교류의 장이다. 전국 대학이 한 자리에 모여 대입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수험생·학부모의 관심이 크다. 대입 정보를 얻는 선을 넘어 1대 1 대면상담을 통해 지원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수시박람회에는 150개 대학, 정시박람회에는 135개 대학이 참석, 명실상부 전국 최고의 대입정보 공유 행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전국 대학과 고등학생·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가 모두 모이는 행사는 대교협 박람회가 유일하다. 

이 같은 수시·정시박람회의 효용을 고려하면, 박람회 일정도 뒤로 미루는 것이 마땅하다. 수시박람회의 경우 여름방학 단축이 특히 결정적이다. 고교 학사일정이 연기되면서 방학이 줄어든 탓에 기존 일정을 고수하면 기말고사 기간과 박람회 일정이 겹친다. 대입정보를 얻고자 해도 학생들은 박람회 참가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정시박람회도 수능 성적 발표 시기와 대학들의 변환표준점수 확정 시기 등을 고려하면, 일정을 늦추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교협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대교협 관계자는 “수시박람회의 경우 기존 일정을 고수하면, 기말고사랑 겹쳐 학생들이 박람회에 오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대교협이 수시박람회 일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장소’ 문제 때문이다. 박람회가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는 이미 일정이 빽빽이 들어차 일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에 잡혀있던 행사들이 상당 부분 취소됐다. 도저히 우리가 원하는 일정으로는 코엑스에서 박람회를 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교협은 당초 ‘장소 변경’도 염두에 뒀다. 양재동 AT센터, 고양시 킨텍스 등이 박람회 장소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 장소도 코로나19 때문에 마땅한 일정을 찾기 어려웠다는 게 대교협의 설명이다. 

기존 일정을 고수하기로 한 것은 대교협이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다. 박람회는 대학들이 모이는 성격상 입학처장협의회를 비롯해 입학관리자협의회 등 전국 대학 입학관계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본래 일정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입학 관계자들이 전적으로 동의한 사안이다. 

물론 ‘잡음’도 존재했다. 연초 박람회 참가 의사를 밝혔던 수도권에 위치한 주요대학 중 일부 대학들은 박람회가 취소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한 주요대학 관계자는 “주요대학 입장에서는 박람회보다 자체 설명회가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한다. 박람회 참가자 중 실제 지원 가능한 인원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박람회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전해 듣고 차라리 취소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이처럼 박람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대학들은 많지 않다. 대다수 대학들은 박람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취소’되는 것이 아니라면, 학생들의 ‘기회’를 고려해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위험을 원천 차단하자는 의미에서 취소 얘기가 나온 것은 맞다. 하지만, 개학 연기 등 예년과 사뭇 다른 처지에 놓인 고3들을 생각했을 때 대입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고 했다. 

대교협도 ‘흥행’보다는 학생들에게 대입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에 집중해 대학들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기말고사 등과 겹치기 때문에 박람회 방문객이 예년 대비 줄어들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박람회 방문을 꺼리는 경우도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수시박람회는 대학이 차린 개별 부스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중요도가 높다고 봤다. 불안감이나 다른 일정으로 오지 못하더라도 대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대교협은 기존 일정을 고수하는 대신 ‘방역’ 등에 역량을 쏟아 교육 수요자들이 가질 수 있는 불안감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새벽부터 와서 줄을 서는 박람회 특성을 고려해 집중적인 방역 작업을 실시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체온 측정 등의 조치도 병행한다. 대교협 관계자는 “박람회의 취지를 살리면서 안전하게 행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쏟을 계획”이라고 했다. 

기존 일정을 고수하는 수시박람회와 달리 정시박람회는 기존 일정 대비 3주 연기해 연말연시에 시행하기로 했다. 본래 일정은 12월 10일에서 12일이었지만, 12월 31일에서 내년 1월 2일까지 동일 장소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정시 박람회가 시행될 예정이다. 

수시박람회와 달리 일정을 늦추는 데 성공했지만, 고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들의 일정이 문제다. 변경된 2021학년 대입 일정안에 따르면, 수시 미등록충원합격이 12월 31일부터 내년 1월 4일 오후 9시까지 실시된다. 수시 합격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시박람회를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대학들이 수시 미등록충원합격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정시모집 홍보에 나설 여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코로나19 종식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일단 대교협은 수시박람회는 기존 일정, 정시박람회는 3주 연기할 계획이지만, 이는 코로나19가 종식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만약, 집단 감염 사태가 재차 벌어지는 경우 박람회 개최에 대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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