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에 약 7억원 투입···‘경인 LMS시스템’ 구축, 사용자 환경 개선
신입생 등록률, 재학생 충원율 일제히 상승···온라인 강의 학생 만족도 ‘방증’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선견지명(先見之明),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라는 뜻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평소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음’을 뜻한다. 선견지명과 유비무환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빛나는 대학이 있다. 바로 경인여자대학교다. 대다수 대학들이 코로나19로 온라인 개강을 한 뒤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인여대는 혼란 과 문제점 없이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신입생 등록률과 재학생 충원율의 상승이 온라인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방증한다.

류화선 경인여대 총장은 “각 분야에서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며 교육도 온라인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 봤다. 세계 각국의 대학교육이 온라인 비중 확대 흐름으로 갔다”면서 “경인여대는 지난 2~3년간 온라인 교육 시대에 대비해 투자를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본지가 류 총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인여대 온라인 교육의 노하우와 강점, 미래 대비법 등을 들어봤다.

류화선 경인여대 총장
류화선 경인여대 총장

-코로나19로 사회가 어수선하다. 대학가도 이슈가 많은데 경인여대에는 부정적 이슈가 없는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개강이 시작되면서 많은 대학들이 비대면 교육의 실험장이 됐다. 별안간의 일이라서 그런지 대학마다 온라인 강의에 따른 서버 접속 지연과 다운, 불량 화질이나 불량 음성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경인여대는 문제가 크게 없었다. 물론 처음 접하기 때문에 시스템 접근 방법이나 사용법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불만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학생들의 불만이 없었다는 근거가 있나.
“무엇보다 등록률이 좋다. 예년에 비해 올해 등록 여건이 좋아진 게 없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휴학생들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경인여대는 오히려 등록률이 높아졌다. 지난해 92.27%였던 등록률이 올해는 93.13%로 올라갔다. 재학생 충원율 역시 지난해 94.0%에서 올해 95.7%로 높아졌다. 등록률과 충원율 수치가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크게 불만이 없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경인여대도 온라인 개강은 처음일 텐데 시행착오를 어떻게 줄일 수 있었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준비한 덕분이다. 최근 2년간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에 7억원 가까이 투자했다. ‘경인 LMS시스템’을 구축했고 서버 용량을 대폭 보강했다. 사용자 환경 개선을 위해 인터넷 속도 역시 500MB에서 1GB로 증가시켰다. 또한 LMS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는 경인여대의 환경을 먼저 파악하고, 오류 없이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도록 A부터 Z까지 직접 챙겼다. 이러한 투자와 섬세함이 온라인 전면 강의에서 시행착오를 줄인 것 같다.

-온라인 투자만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단 의미인가.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온라인 정보 전달에 주력했던 점도 주효했다고 본다. 즉 학생들이 쉽게 접하는 SNS를 활용, 온라인 강의에 대한 안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LMS 매뉴얼은 YouTube를 통해 영상으로 제공했다. 간단한 정보들도 지나치지 않도록 이벤트를 접목시켜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융합됨으로써 시행착오 없는 온라인 개강이 가능했다.”

-경인 LMS시스템의 특징은.
“‘경인 LMS 시스템’의 최대 특징은 ‘논스톱’이다. 강의 접속부터 댓글, 질의응답, 출석확인, 강의평가가 모두 가능하다. 따라서 시스템에 접속하면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말하자면 불만이 생기기 전에 모두 해결되는 시스템상 특징을 갖고 있다.”

-선도적으로 시대 변화를 파악하고 집중적으로 선투자한 것이 주목되는데.
“물론 온라인 사용자 환경을 강화한 이유가 또 있다. 경인여대에는 2~3년제를 졸업하고, 4년제 학사학위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많다. 430여명이나 되며 주경야독하는 직장인 학생들이다. 이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미리 구축한 것도 사실이다. 장차 평생교육원을 이용할 시민들, 그리고 경인여대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고려한 결정이기도 했다. 아울러 현재 우즈베키스탄에 ‘경인타쉬켄트대학’을 설립하고 있는데, 경인타쉬켄트대학 학생들을 위한 원격강의가 온라인 선투자를 촉진시킨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많은 교수들이 인터넷 강의 제작에 어려움을 느끼고 거부감도 컸다. 특별한 대책이 있었나.
“특히 연령대가 높은 교수님들이 인터넷 강의에 거부감이 많았다. 중·장년 교수들은 아무래도 동영상 촬영을 하는 데 익숙지가 않다. 화질과 음성의 고도화, 편집과 압축 등 인터넷 지식과 활용기술도 뒤처진다. 때문에 중·장년 교수들이 온라인 강의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그래서 경인여대는 관련 분야 전문지식이 있는 교수를 뽑아 교수 전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3일간 총 6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사용자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 기회는 전임교원뿐만 아니라 겸·초빙 교수와 강사 등 비전임 교수에게까지 제공했다.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또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교육을 진행했다.”

경인여대 교수들이 온라인 강의 제작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경인여대 교수들이 온라인 강의 제작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그래도 부적응 교수들이 있지 않았나.
“그런 교수들에 대해서는 ‘온라인 교육 조교’를 별도로 배치했다. 경인여대 영상방송과 학생들이 2인 1조로 10개팀을 구성했다. 동영상 제작도구 활용과 교육콘텐츠 제작 방법, LMS 시스템 사용법 등을 설명하고 영상도 함께 제작하는 등 사제지간의 콜라보가 연출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교수도, 학생도 온라인 강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정보통신기술과 오프라인 교육의 융합 기회를 마련한 것도 소득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LMS 시스템 기능을 확대하고, 다국어 버전을 개발한다면 해외 대학과 학점 연계 수업이 가능할 것이다. 경인여대는 특히 해외 20개 대학과 공동학위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 코로나19 이후 대학교육 생태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지금의 학교 교육 시스템은 2차 산업혁명 시대 당시 대량생산을 백업하는 대량인력양산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교실 칠판 앞에 학생들을 줄에 맞춰 앉혀놓고 집단적,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교육 시스템이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변화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인공지능 기술로 무장된 원격교육이 급부상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단순 강의뿐만 아니라 실험 실습도 원격으로 제어·관측하거나 컴퓨터 가상공간에서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그동안 사이버대학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이버대학 교육의 범위와 질, 그리고 사이버대학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그동안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교육 환경의 변화를 확실하게 인식시켰다. 한마디로 말하면 ‘코로나로부터의 교육혁명’이 이뤄진 셈이다. ‘코로나로부터의 교육혁명’은 앞으로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줌(Zoom)과 같은 강의 플랫폼을 급속하게 결합시켜 나갈 것이다. 한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또 다른 ‘미네르바스쿨’이 나타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 그렇다면 경인여대는 코로나19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
“장단기별로 나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단기적으로 온라인 강의가 부실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세부적인 ‘온라인 강의평가’ 계획을 세우고, 온라인 강의에 필요한 예산이 계속 투입될 수 있도록 재정지원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대학을 컨트롤할 수 있는 통합교육관리시스템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통합교육관리시스템은 기존 시스템에 부분적으로 필요한 온라인 시스템을 이어 붙이는 방식이 아니다.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여기까지 진전돼야 코로나19 같은 불측(不測)의 위기상황에서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 마지막으로 대학 총장으로서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은 앞으로 학생 개개인에게 특화된 인공지능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환경 변화에 맞춰 나가려면 선행적 투자가 필요하다.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된 상태에서 선행투자가 가능한 대학이 전국에 몇 개나 있겠는가. 따라서 교육당국은 대학경영을 자율에 맡기든지,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했으면 한다. 지금과 같이 학교 경영에 간섭하려면 그에 따른 투자 지원도 적극 해야 한다. 그럴 능력이 없으면 대학마다 자율교육, 자율경영이 가능토록 ‘그냥 내버려두라’고 말하고 싶다.”

류화선 총장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석사학위를, 건국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한국경제TV 대표이사 사장, 파주시장,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고 제7대 경인여대 총장에 이어 2018년 3월부터 제9대 경인여대 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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