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부처 합동 범정부TF,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발표
경찰, 디지털 성범죄 단속…20대가 42% 차지해 '최다'
교육부 "조기에 예방교육 하라"했지만…원격수업 효과적일까
서울대, 성폭력교육 학생 이수율 20%…서울 주요대학 및 국공립대도
전문 단체, "인권과 성 평등에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 필요"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정부가 성범죄 예방부터 처벌, 피해자 보호까지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부터 뽑기 위해 나섰다. 특히 근본적 대책으로, 올바른 성 가치관을 함양하는 '포괄적 학교 성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학교 내 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원격수업 상황에서 제대로 예방교육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성교육이 의무임에도 서울 주요대학을 비롯한 국공립대들은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은 2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국무조정실·교육부·법무부 등 11개 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TF팀에서 만들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피의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성범죄에도 살인처럼 예비·음모죄가 적용된다. 성착취 영상물을 소비한 것만으로 처벌 대상이 되며, 성착취물 제작 범죄는 공소시효를 폐지한다. 수사 단계부터 신상을 공개하는 등 강도를 높였다. 다수의 미성년자 피해자가 생긴 ‘N번방’ 사건 등 일련의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다.

근절 대책으로 함께 주목할 점은 성 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포괄적 학교 성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예방차원의 성교육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학생, 학교 밖 청소년 및 군장병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예방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디지털 성범죄 10·20대 대다수…학교 예방교육 필요성 =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을 비롯해 10·20대의 성범죄자 적발 사례가 늘고 있어,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한 성평등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16일 기준 텔레그램 등 SNS 이용 디지털 성범죄 단속으로 검거된 총인원은 309명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20대가 130명(42%)으로 가장 많았고, 10대가 94명(30%)으로 뒤를 이었다.

대학 내 성교육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SNS 단톡방, 커뮤니티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전의 한 대학교 커뮤니티에 N번방에서 유포된 동영상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교육부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공문과 함께 폭력예방교육 지침을 보내 성교육을 조기에 실시하도록 요청했다. 교육부 양성평등정책과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 대학별 소속 교직원과 학생의 성희롱·성폭력 조기 이수가 필요해, 협의체를 통해 각 대학에 관련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도록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교육부 홈페이지에 성희롱·성폭력사건 사건처리 매뉴얼, 판결, 업무담당자 교육자료 등을 게시했다. 

■ 대면교육 권장하지만, 원격수업 중…실효성은? =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이 원격수업을 하는 상황에서 성교육이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방법에 대해 세부적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니다. 여가부에 나오는 지침을 첨부해 참고하라고 안내한 것”이라며 “오프라인 수업이 어렵다는 상황을 공유하고 있어 대학이 상황에 맞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여가부 권익지원과 관계자는 “하반기에 대면수업 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의 장기화 등 변동사항이 있다면 대면교육을 하지 않도록 안내하도록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가부의 폭력 예방교육 지침에 따르면 ‘효과적인 예방교육을 위해 대면교육을 권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소규모 집합교육을 권장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대면교육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원격으로 진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면서도 “사이버교육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개인이 교육이수를 한 것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만 한다.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이를 시청한다고 해서 교육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 정보공시 추진했지만, 서울주요대학 비롯해 참여율 저조 = ‘양성 평등기본법’ ‘성매매방지법’ ‘성폭력방지법’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모든 학교는 성범죄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학교 구분 기관장
참석 여부
(O/X)
재학생
교육대상(명) 참여인원(명) 참여율(%)
이화여자대학교 성폭력 O 21,596 2,812 13
서울시립대학교 성폭력 O 11,632 2,210 19
한국외국어대학교 성폭력 O 19,919 3,806 19.1
서울대학교 성폭력 O 28,102 5,795 20.6
성균관대학교 성폭력 O 26,602 7,316 27.5
서강대학교 성폭력 O 11,103 3,470 31.3
한양대학교 성폭력 O 22,643 9,735 43
고려대학교 성폭력 O 29,771 13,869 46.6
경희대학교 성폭력 O 33,487 15,970 47.7
중앙대학교 성폭력 O 29,014 22,017 75.9
연세대학교 성폭력 O 30,729 27,154 88.4

그런데도 서울 주요 대학 중에서도 성폭력교육 학생참여율이 평가의 최저점인 50% 미만인 대학이 많았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이화여대(13%) △서울시립대(19%) △한국외대(19.1%) △서울대(20.6%) △성균관대(27%) △서강대(31.3%) △한양대(43%) △고려대(46.6%) △경희대(47.7%) 순이었다. 

특히 서울대는 국립대임에도 학생참여율이 매우 저조했다. 다른 국공립대와 교육대의 실태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부산대 △한국방송통신대 △전남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군산대 △한국교원대 △금오공대 △한국교통대 △경북대 △한밭대 △서울과학기술대 △강릉원주대 △충남대 △인천대 △한경대 △제주대 △한국해양대 △경인교육대 △춘천교육대 △충북대 △대구교육대 등은 50% 미만을 기록했다(저조한 순). 

학생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대학들도 상당수였다. △강릉원주대 제2캠퍼스(0%) △건양대 제2캠퍼스(0%)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0%) △사이버한국외대(0%) △수원대(0%) △신한대 제2캠퍼스(0%) △중앙대 제2캠퍼스(0%) △서울디지털대(0.4%) △대구대(2.8%) △세종사이버대(3.3%) △서울사이버대(4.6%) △고려사이버대(5%) △경인교대 제2캠퍼스(5.1%) △경주대(6.6%) △숭실사이버대(6.6%) △건양사이버대(7.2%) △국제사이버대(9%) 등이다. 

2018년 ‘미투’ 열풍으로 대학 내 성교육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여가부가 예방교육현황을 예방교육통합관리시스템과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공개를 추진했으나, 여전히 부진한 곳이 많다. 

■ 인권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 필요 = 이에 대학 내 성교육 활성화를 위해 전문단체에서 성범죄 예방교육의 내용도 성인지 감수성을 기반으로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포괄적 성교육이란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교육이다. 국제인권법 사회권 규약은 포괄적 성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성학회는 “정부가 성에 대한 현실적 교육과 성인식 개선 등 근원적 접근이 없는, 규제 위주의 기존 성문제 대책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인정하고 성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성별, 연령, 학력 등 다양한 실태에 따라 대응지침, 처벌지침, 교육지침, 예방지침 등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 알리고 대책을 적극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순결 위주의 피상적 성교육 정책을 전면 재고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며 “인권, 평등, 책임, 다양성 등을 핵심어로 삼는 성 시민성에 대한 교육을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교육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열린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 겸 제2차 사람투자인재양성협의회에서 선제적으로 예방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온라인이나 미디어 등을 통해서 접하는 정보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교육을 더욱 체계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