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스쿨은 미래교육? 그보다는 효율교육!”

미네르바 스쿨의 ‘액티브 러닝 포럼’(Active Learning Forum) 실제 사용 모습
미네르바 스쿨의 ‘액티브 러닝 포럼’(Active Learning Forum) 실제 사용 모습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근래에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로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가족 구성원 중에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있다면 집에서도 볼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카페나 사설 스터디 룸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가 바꾼 ‘풍경’이 이다.

코로나19 전부터 온라인 기반 원격 교육을 잘해온 학교들이 주목을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은 원격 수업의 성공 모델로 언급되는 대학이다. 미네르바 스쿨은 ‘액티브 러닝 포럼’(Active Learning Forum, 이하 포럼 프로그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원격으로 진행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미국 일반 사립대학과 비교해 반값 수준의 학비에, SAT나 토플 점수 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최근 학기 지원생들의 합격률은 1.5%로 160여 명이 선발돼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항간에는 ‘하버드 보다 들어가기 힘든 대학’이라는 수식어로 불린다.

그렇다면 실제 미네르바 스쿨의 ‘미래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어떨까. 최근 1학기를 마친 임지엽 씨(자유전공, 22), 김문섭 씨(자유전공, 25)의 이야기를 통해 살아있는 미네르바 스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네르바 친구들과 다녀온 레이크타호 (Lake Tahoe) 여행
미네르바 친구들과 다녀온
레이크타호(Lake Tahoe) 여행

-미네르바 스쿨은 어떻게 알게 됐고, 왜 선택했나.
임지엽(이하 엽)
: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께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다. 당시 현대청운고에 재학 중이었고 국내 입시 위주로 준비했다. 미네르바 스쿨에 가고자 준비한 건 아닌 셈이다. 그런데 수능 100일을 앞두고 정말 충동적으로 정해진 길처럼 남들이 가는 길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스스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네르바 스쿨에 합격한 뒤, 한 일간지에서 “서울대 포기하고 미네르바 스쿨 간다”며 인터뷰를 하지도 않았는데 기사가 나왔다. 당시 서울대 사회학과를 비롯해 이른바 명문대 여섯 곳에 붙었다. 서울대를 나왔을 때 얻을 수 있는 메리트와 한국에서 공부할 때 느끼는 안정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내린 선택은 미네르바 스쿨이었다.

김문섭(이하 섭):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미네르바 스쿨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알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미네르바 스쿨 입시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했고 조지타운 대학교에 진학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대학에 가지 않았고 갭이어(Gap year)도 보냈다. 그 이후 스타트 업 창업이라는 목표가 생겼고, 이를 위해서 대학에 가야겠다고 결론지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국 대학도 지원했지만, 커리어 병행과 다양한 경험을 하려면 한국 교육보다는 미네르바 스쿨이 적격이었다.

- 경험에 비춰볼 때, 학생 선발 방법은 어떻게 하나.
: 총 세 분야로 나뉜다. 이력서 개념의 인적정보, 미네르바 자체 시험, 입학사정관제 같은 자기소개서. 유학원에 ‘미네르바 대비반’이 있다고 하는데 입학한 사람들도 합격 이유를 유추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대비한다는 건지 궁금할 정도다. 답이 있는 문제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도 원격으로 본다. 총 20분 제한 시간 안에서 문제를 읽고 글을 쓴다. 모든 과정은 녹화된다. 문제 상황이 주어졌을 때 어떤 방법으로 해결을 할 것인지 쓰게 되는데, 그 안에서 학생의 가치관과 학습능력을 볼 수 있다. 시사 관련 문제는 나오지는 않는다. 배경지식의 유무나 관심도가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미리 제출하는 입학 과제는 총 여섯 가지 성취를 적게 된다. 한국 나이 기준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 모든 일 중에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 성취 6가지 제출한다. 정확히 수치화가 가능하거나 증인 혹은 증거물이 확보된 성취여야만 한다. 한국의 입학사정관제 자소서처럼 길게 쓰지 못한다. 여기서도 어떤 경험을 ‘성취’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지원자의 가치관을 볼 수 있다고 본다.

입시 공정성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다. 내 경우는 갭이어 때 했던 청년 단체 설립과 통역병 때 받은 표창장을 제출했다. 또 부산에서 서울까지 무전여행을 했던 경험을 나름대로 수치화해서 썼다. 미네르바 측에서 설명해준 걸 참고하면,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도와드리기 위해서 재활 연습을 하루에 몇 시간씩 도와드렸다’하는 경험도 스스로 성취라고 여기면 적어도 된다. 누가 봐도 대단한 일, 거대한 성과를 적을 필요는 없다. 이렇다 보니 미네르바 스쿨 입학자체를 대비한다는 게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원격 수업을 듣고 있는 미네르바 스쿨 학생
원격 수업을 듣고 있는 미네르바 스쿨 학생

- 100% 원격 수업이라 집중이 잘 될지 의문이다. 또 교수와 대면 수업이 없어서 섭섭하지는 않나?
: 교수님을 뵐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교수님들은 개인 일정에 따라 수업 외적으로 기숙사에 방문해 학생들과 만난다. 대면 수업은 아니지만 학생들과 교류는 일반 대학 못잖게 활발하다. 온라인에서도 최소 2명 최대 16명까지 수업을 하다 보니 교수님이 학생들을 다 알고, 계속 의견을 말하도록 유도한다. 포럼 프로그램을 통해 누가 얼마나 말했는지, 참여도가 높은지까지 파악이 가능하다.

: 모든 학생이 ‘교실 맨 앞줄’에 앉아 있다고 보면 된다. 딴짓하는 게 쉽지 않다. 포럼 프로그램으로만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지, 수업 중 다른 화면으로 넘어갔다 왔는지까지 파악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수업 집중도가 높아서 불만은 없다. 포럼1.0 프로그램이 기술적으로 40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지만, 수업의 질 보장을 위해서 16명 이하로 유지한다고 알고 있다. 최근에는 포럼2.0을 테스트 중인데, 이 버전은 200여 명까지도 동시접속이 가능하다고 한다.

- 한국은 원격 수업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네르바는 문제가 없나?
: 포럼 프로그램이 용량이 크기 때문에 입학할 때 컴퓨터 사양에 대한 안내를 문서로 받는다. 또 실시간으로 문제가 생기면 기술적인 부분을 보조해주는 학교 테크 서포터에게 바로 연락해 실시간 원격 도움을 받는다.

- 이른바 ‘미래 교육’을 앞서서 받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 교육의 어떠한 점이 미네르바를 벤치마킹 할 수 있다고 보나?
: ‘원격 교육’에 방점을 두고 벤치마킹한다면 이상한 것 같다. 원격 교육 형태가 목적이 되는 게 아니라 ‘학습 능력의 효율성’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교육 방향을 벤치마킹 한다면 모를까. 원격 교육의 효율성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우수한 교수들을 끌어 올 수 있다는 점이고, 수업 후 남는 시간을 프로젝트 진행과 외부 활동에 쓰는 데 있다. 때문에 수업 이후가 더 바쁘다.

미네르바 교육은 ‘기술 기반 교육’이다. 학교에서는 이를 HC(Habits of Mind & Foundation of Concept)라고 부른다. 어떤 분야로 진출해도 미네르바에서 배운 사고방식들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특정 분야의 지식은 새로운 지식에 의해 도태되기 때문에 기술 기반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미네르바 스쿨은 ‘삶 속에서 찾는 지식’을 추구한다. 책보다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면서 사회에서 해당 기술을 어떻게, 어느 지점에 적용할지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7개 도시에 캠퍼스는 아니지만 기숙사를 둔 이유이기도 하다.

LBA 과제를 위해 거리 벽화 현장답사 중인 임지엽 씨
LBA과제를 위해 거리 벽화 현장답사 중인 지엽 씨

-  정작 캠퍼스는 없는데, 7개의 도시를 돌며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 마음대로 나라를 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학년 1학기 때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서울, 하이데라바드,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런던, 타이베이에서 공부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각 나라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원격 교육보다 기숙사 전환에서 미네르바의 교육철학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당장 쓰일 수 있는 스킬을 써먹는 느낌이다. 수업마다 LBA(Location Based Assignment)이라는 지역기반 과제가 주어진다.

지난 학기 문학시간에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대해서 배웠다. 그 후 학생들은 샌프란시스코의 특정 장소를 선택해서 '이곳이 왜 유토피아적 성격을 가졌는지', 반대로 '디스토피아라면 왜 그런지' 설명해야 했다. 나라(장소)마다 다른 역사와 환경을 가지고 있고, 교류할 수 있는 사람과 문화가 다양하다 보니 직접 교류하며 배우는 내용을 바로 써먹는 경험이 특별하다. LBA는 이런 과정을 통해 에세이 제출하는 수업 방식이다.

: 시빅 프로젝트(Civic Project)도 잘 돼있다. 일종의 산학협력이다. 미네르바 학교가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협업한다. 외주를 뛰는 느낌이랄까. 미네르바 스쿨 자체가 협력사 같다. 지난 학기에 미네르바를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미션을 받았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해서 어떻게 실전에 활용할 것인지 보고서를 제출했다. 기술 접목이 점수 항목인 셈이다. 7개 도시를 돌아다니는 게 그래서 더 유용하다. 설령 같은 기술이어도 문화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를 통해 국제리더로서 감각도 길러지고 국제 시장에 대한 시야도 넓어진다. A국가에는 있는데 B국가에 없다면 내가 B국가에 맞춰서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 

- 코로나19 사태 속 ‘온라인 미래 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은 코로나와 관계없이 온라인 교육을 미리 겪은 사람들이라, 온라인 교육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관찰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도 안전문제로 자국으로 귀국한 학생들이 있는데 팀 프로젝트를 할 때 시차가 달라 적응하기 힘든 친구들도 있다.

온라인 교육만으로 학사 운영을 하는 건 반대다. 물론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더 효율적인 수업들이 있지만, 과도한 온라인 의존은 ‘방통대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미네르바 스쿨도 오프라인 교육 더 신경 쓴다. 미네르바 스쿨이 추구하는 미래교육은 지금 있는 직업이 미래에도 있다는 보장도 없는 시대에, 모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본 기술 갖추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 요즘 한국 SNS를 보면, 온라인 교육으로 말이 많다. 온라인 교육은 ‘포럼’ 같은 안정적인 플랫폼이 있을 때 편리하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원격 교육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컴퓨터가 없는 취약계층들은 소외되게 된다.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도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잘 안 보인다. 원격 교육 전환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섭이도 말했지만, 미네르바 스쿨은 오프라인 경험 강화를 위한 준비 단계로 온라인이 필요했던 부분이 크다. 미래교육은 ‘쓰임새 있는 교육’이지 원격 교육이 아니다.

Questival(퀘스티발)에 참여하며 친구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탐방
Questival(퀘스티발)에 참여하며 친구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탐방한 문섭 씨

- 미네르바 스쿨에 관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미네르바 스쿨의 교육이 ‘더 나은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 한국 교육 방식이 맞는 학생들도 있다. 미네르바는 현재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다. ‘하버드보다 좋을 거다’라는 말이 나온 건 마케팅적인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더 나은 교육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가진 나로서는 미네르바 스쿨도 하나의 교육 프레임 중 하나다.

: 개인적으로 미네르바 스쿨 입학에 대해 연락을 종종 받는다. 미네르바 스쿨에 입학하려면 영어는 얼마나 잘해야 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묻는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영어 실력은 수업을 이해하는 수준이면 된다. 물론 자신을 표현할 정도가 돼야 하지만, 언어 실력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기를 수 있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잘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미네르바 스쿨을 선택했다. 20대 초반에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남들이 쉽게 해보지 않을 것들을 도전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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