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환불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학생들이 ‘수업 부실’과 ‘비대면수업 기간 연장’을 명목으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자 정치권이 가세했다. 대학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등록금 환불을 두고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사실 대학들도, 학생들도 모두 피해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등록금 환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겠는가.

대학들의 곳간은 해를 거듭할수록 비워가고 있다. 등록금은 10년 넘게 동결됐다. 입학금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기부금 전선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결국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사활을 거는 것이 대학들의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폭풍이 몰아쳤다. 대학들은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데, 갑작스레 코로나19 방역비와 원격수업 비용까지 지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인 유학생을 비롯해 휴학생이 급증하며, 등록금 수입은 대폭 감소됐다. 중국인 유학생의 휴학만 계산해도 대학들의 등록금 수입 손실분은 수십억 원대에서 수백억 원대다.

상황이 이런데 어느 대학이 선뜻 등록금 환불에 응하겠는가. 한 대학 총장은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불편을 겪고, 원격수업의 질에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등록금 환불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못하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대학들은 평소 교육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본지가 대학알리미를 통해 전국 149개 사립대를 대상으로 ‘교육비 환원율’을 계산한 결과 2019년 기준 교육비 환원율 100% 미만 대학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전체 대학들의 평균 교육비 환원율은 213.8%나 됐다. 쉽게 말해 등록금 수입의 2배 이상을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주요대학들의 교육비 환원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가 317.3%의 교육비 환원율을 기록한 데 이어 △성균관대 283.7% △고려대 254.5% △한양대 228.3% △이화여대 206.4% △경희대 202.1% △중앙대 181.6% △한국외대 158.4%였다.

물론 지역 대학들도 주목된다. 한림대 297.3%를 비롯해 △울산대 270.5% △순천향대 255.7% △아주대 254.3% △한국항공대 242.7% △인제대 233.6% △한동대 233.5%였다.

이처럼 지역 구분 없이 대학들이 교육에 적극 투자하면서 교육비 환원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 추세다. 2017년 203.4%에서 2018년 210.1%, 2019년 213.8%로 상승했다.

등록금 환불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실시되자 일부 대학들이 기숙사비 등을 환불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등록금을 환불한 대학이 없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환불 운동을 시작했고 대학들은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대응을 위한 긴급 재정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약 1억 달러(한화 약 1249억원)가 학교를 위한 재정지원금으로 투입된다. 초중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긴급 재정지원은 ‘학교재난긴급보조금(Project SERV)’의 형태로 지원될 예정이며 학교 시설 방역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을 위한 상담 서비스와 원격수업 시스템 지원에 사용된다. 이에 더해 미국의 민주당은 고등교육기관을 위한 30억 달러(한화 약 3조7470억원) 규모의 별도 지원금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불청객’ 코로나19로 대학들도, 학생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부의 추가경정예산이 확정, △지방교육재정교부금 2534억원 △유치원 운영 한시 지원 320억원 △대학 온라인 강의 지원 18억원 등 2872억원이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투입된다.

그러나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지원비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그것도 대학이 아니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기관이 지원 대상이다. 대학들이 실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추가 지원 예산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대학들이 특별장학금 형태로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대학들은 총장과 보직교수들의 수당과 연봉삭감을 통해 특별장학금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만일 정부가 추가 지원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대학혁신지원사업비가 최선의 대안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 제한을 해제함으로써 대학들이 코로나19 사태 해결과 등록금 환불 문제 해결에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 미참여 대학들에 대해서는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 추가 예산을 지원하면 된다.

거듭 강조하건데 대학들도, 학생들도 코로나19 사태의 피해자다. 피해자들끼리 갈등을 빚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대학들도, 학생들도, 정부도, 정치권도 공동의 지혜를 모아 등록금 환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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