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대화고 교사

코로나19로 신의약품 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인기도 한몫을 했다. 바이러스 백신, 신약 연구 개발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면 약학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2009학년도부터 약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학이나 학과 등에서 2년 동안 일정 학점을 취득한 뒤에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에 합격하면 4년제 대학원 과정인 약학전문대학원(이하 약전원)에 입학할 수 있다.

PEET(Pharmacy Education Eligibility Test)는 약학대학 교육에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화학 영역(일반화학·유기화학), 물리 영역, 생물 영역의 3영역 4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는 6월 17일부터 30일까지 원서를 접수하고 8월 16일 시험이 시행된다. 전년도 PEET 접수자는 1만6222명이었다. 시험 실시 이후 9월에 성적이 발표되며, 11월에 약대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수험생은 가군, 나군에 총 두 개의 학교에 지원이 가능하다. 이후 12월에 대학별 1단계 전형 합격자가 발표되고 면접평가가 실시된다. 이 점수를 합산해 내년 1, 2월 중으로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다.

그런데 2022학년도부터(고2)는 ‘2+4년제’와 ‘통합 6년제(이하 6년제)’ 가운데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2+4년제’는 약대가 아닌 다른 학과·학부 등에서 2년 이상 기초·소양 교육 이수 후 약대에 편입, 4년의 전공 교육을 이수하는 교육체제다. 6년제는 고등학교 졸업자를 신입생으로 선발, 6년의 기초·소양 교육 및 전공교육과정으로 이수하는 교육체제다. 대학의 최종 결정은 ‘2022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월 29일 발표된 ‘2022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2022학년도부터 전국 32개 대학에서 총 1578명의 6년제 약대 신입생을 선발한다.

6년제로 전환하는 대학의 경우, 약학인력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 학생 선발 시 2+4년제 방식의 학생 선발을 병행한다. PEET 시험을 병행하는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는 1학년과 3학년을 모두 뽑고, 2024학년도부터는 6년제만 선발한다. 이 때문에 2023학년도까지는 PEET가 여전히 합격의 열쇠를 쥐고 있다.

6년제 약대 학제 개편은 의예, 치의예, 한의예, 수의예 학과를 지원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대입 지원 경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첫 번째, 의예과를 지원했던 최상위권 지원자가 약학과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고 치의예, 한의예, 수의예 학과 합격선도 변할 것이다. 인서울 약학과의 합격선은 약학전문대학원 이전 수준인 지방 의대 수준 정도가 예상된다.

두 번째, 그동안 의전원과 약전원 선수과목 지정과 연계성 때문에 화공생명공학과, 생명공학과, 생명과학과, 화학과, 화학공학과 등의 합격선이 매우 높았지만 이들 학과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하락할 것이다. 

세 번째, 약대로 빠지는 인원에 비례해 상위권 공과대학의 지원자 감소와 점수 하락도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네 번째, 최상위권 여학생들의 선택지가 넓어져서 교대 경쟁률과 합격선도 하락할 수 있다. 즉 약대를 지원하는 여학생은 수시모집 여섯 장, 정시모집 세 장의 카드를 교대와 의약계열에 골고루 분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지방 소재 약대의 경우 지역 최우수 학생들이 지역인재전형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약전원 폐지는 우수 인력 쏠림 방지라는 교육부의 취지와 전문성 제고라는 대학의 필요가 모처럼 잘 들어맞은 정책이다. 그동안 상위권 대학들은 약전원 준비생 때문에 생명학과, 화학과 등 기초과학을 가르치는 학과들이 학생 이탈로 골머리를 앓았다. 매년 1만5000여 명이 치르는 소위 ‘약학 고시’로 불린 PEET로 인해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N수생만 양산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올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건국대(충주), 차의과학대 두 곳에 불과해 약전원의 입학 경쟁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다른 학문과의 시너지를 통해 약학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던 약전원은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이공계열 우수 학생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병폐만을 남겼다.

6년제 학제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신입학으로 약대생을 선발하는 게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전문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 학제가 다양성이 부족한 학문적 순혈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약학은 수학, 통계학, 생명학, 생명공학, 화학, 화학공학, 병리학, 물리학, 한의학 등 다양한 학문과의 융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학자격을 자연계 학생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인문계, 자연계로 나눠 선발하고 약학의 근간이 되는 물리, 생물, 화학에 역량이 있는 학생들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를 경험한 선진국들은 블루오션인 신약 개발 시장에 국운을 걸고 있다. 타미플루는 현재 신종플루 치료제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연간 로열티만 4500억원이라고 한다. 의사 한 명이 평생 환자 몇 명을 살릴 수 있을까? 2022학년도부터 바뀌는 약대의 6년제 학제가 연구약사 양성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길 기대해 본다.

2022학년도 약학대학 신입생 선발 현황

대학명

모집시기

합계

수시

정시()

정시()

정시()

가천대

21

15

 

 

36

가톨릭대

23

12

 

 

35

경북대

28

5

 

 

33

경상대

23

12

 

 

35

경성대

35

20

 

 

55

경희대

28

16

 

 

44

계명대

10

 

 

8

18

고려대(세종)

24

 

12

 

36

단국대

11

22

 

 

33

대구가톨릭대

39

 

20

 

59

덕성여대

46

40

 

 

86

동국대

18

17

 

 

35

동덕여대

24

 

20

 

44

삼육대

23

 

 

14

37

서울대

44

 

19

 

63

성균관대

40

30

 

 

70

순천대

15

 

 

18

33

아주대

15

 

 

21

36

연세대

19

17

 

 

36

영남대

52

 

28

 

80

우석대

38

 

16

 

54

원광대

35

 

10

 

45

이화여대

20

 

70

 

90

인제대

27

12

 

 

39

전남대

42

 

23

 

65

전북대

24

 

9

 

33

제주대

23

 

 

10

33

조선대

57

24

 

 

81

중앙대

57

74

 

 

131

차의과학대

30

 

12

 

42

충북대

16

10

 

 

26

한양대(ERICA)

16

 

19

 

35

총합계 

923

326

258

71

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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