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7개 약대 중 32개교만 6년제 전환 발표, 학칙개정 등 절차 때문
목포대·숙명여대 6년제 전환예정, 숙명여대는 ‘확정’, 목포대는 ‘추진’
부산대·충남대 학부모집 미실시 결정 ‘2+4년제 유지’
“모든 가능성 열려 있다” 강원대 전환 여부 논의중

(사진=중앙대 제공)
(사진=중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29일 발표된 ‘2022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통해 현 고2가 치를 2022학년 대입부터 약대가 6년제 학부입시를 실시한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문제는 모든 약대가 학부입시를 실시하는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원대·목포대·부산대·숙명여대·충남대 등 전국 37개 약대 가운데 5개교는 학부입시 실시 명단에서 제외, 남은 32개교만 고졸 신입생을 선발한다. 별도 설명이 없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도 ‘설왕설래’다. 기존 2+4년제를 유지하려는 것인지, 6년제 전환 추진 절차가 늦어진 것인지를 알 수 없어서다. 남은 5개 약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본지가 별도 취재를 통해 정리했다.

■현 고2 치를 2022 입시부터 약대 학부입시 재개, 2008학년 이후 14년만 = 2022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에 따르면, 2022학년 입시부터 약대 학부입시가 ‘재개’된다. 2008학년 마지막 학부생을 선발한 이래 14년 만에 약대 입시에 생긴 변화다. 당시에는 4년제였던 교육과정이 6년제로 바뀐 변화가 있긴 하지만, 고졸 신입생에게 약대 입학의 문이 열렸다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약대 입시는 자연계열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자연계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의대·치대·한의대에 버금가는 선호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주요대학 공대 등 일반 자연계열 학과들의 합격선은 내려 앉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37개 약대가 모두 6년제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강원대와 목포대, 부산대, 숙명여대, 충남대까지 5개 약대가 6년제 전환 명단에서 빠졌다. 

교육부는 이들 약대가 왜 6년제 전환에서 빠졌는지 별도 설명을 하지 않는 상태다. 그렇다 보니 입시기관들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이를 지켜보는 상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번 발표에 5개 대학이 제외됐다. 이들 대학이 2+4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인지, (6년제) 전환 심사가 늦어지는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했다.

■대학마다 6년제 전환 놓고 온도 차, 숙명여대·목포대 등 6년제 추가 전환 예정 = 명단에서 빠진 5개 약대의 상황을 취재한 결과 대학마다 6년제 전환에 대한 온도 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대학들은 6년제 전환을 추진 중인 반면, 일체 계획이 없다는 곳도 존재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 중이라는 곳도 있었다.

숙명여대는 6년제 전환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6년제 전환을 결정했지만, 학칙 개정과 전형계획 변경 심의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다 보니 발표가 늦어지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숙명여대 입학 관계자는 “6년제로 전환 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학칙개정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대입전형 시행계획(전형계획) 발표 시기에 맞춰 약대 전환 사실을 밝히기 어려웠을 뿐”이라며 “이미 발표한 전형계획을 바꾸려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심의를 통과하는 대로 전환 사실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숙명여대는 6년제 전환 명단에서 제외된 탓에 수험생들이 전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기색도 내비쳤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약대 6년제 전환에 따른 모집계획을 추후 공지할 것이라고 안내한다. 수험생들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전형별 모집인원 등을 공개하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환 사실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예고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목포대는 6년제 전환을 추진 중이다. 목포대 관계자는 “6년제 전환에 대한 계획이 있다. 다만, 아직 심의를 거치지 못해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심의 등에서 승인이 나면 6년제 전환 사실을 바로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부산대와 충남대는 6년제 선발에 뛰어들 계획이 없다. 기존 약대 편입과 동일한 2+4년 체제를 유지한다. 부산대 관계자는 “2022학년에는 고졸 신입생을 학부모집으로 선발할 계획이 전혀 없다. 이후 변경사항이 생길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변화를 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충남대 관계자도 “2022학년까지는 기존 2+4 전형을 유지한다. 이후 대입전형 변화에 대해서는 결정한 것이 없다”고 했다.

강원대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2+4년제 유지와 6년제 전환 어느 것이든 선택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강원대 입학 관계자는 “6년제 전환을 논의 중이지만, 학부 정원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논의의 결정이 어떻게 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고 있으니 결정이 나는 대로 별도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단 6년제 전환을 거부한 부산대와 충남대는 현재와 동일한 약대 입시를 이어간다. 현행 약대 입시는 대학 학부 2년을 마친 경우에 한해 입학 기회를 준다. 3학년으로 입학해 4년간 교육을 받음으로써 교육과정을 마치는 방식이다. 

6년제 약대 전환 사실이 공개된 32개 약대와 전환을 추진 중인 목포대·숙명여대까지 총 34개 대학도 2+4년제 선발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현 고1이 치를 2023학년 입시까지는 2+4년제와 6년제를 병행한다. 2+4년제는 3학년으로, 6년제는 1학년으로 입학하는 특성상 6년제로 완전 전환하더라도 2년간은 2+4년제 선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 결정을 완전히 내리지 못한 강원대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2022학년 약대가 자연계열 상위권에 미칠 영향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6년제 전환을 선언한 숙명여대와 목포대의 정원이 더해지게 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숙명여대의 약대 정원은 80명이나 된다. 120명 정원을 지닌 이화여대와 중앙대 외에는 숙명여대보다 약대 정원이 더 많은 곳은 없다. 여기에 30명 정원의 목포대까지 더하면 2022학년 약대 모집인원은 1578명이 아니라 1688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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