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전문대교협-KERIS-전문대교수학습발전협, 전문대 원격교육 활성화 협력 협의
당시 전문대교협, 교육부에 재정 지원 요청했지만…현안에 밀려 ‘불발’
코로나19로 원격수업 전면 도입…전문대 교수들 “원격 직업교육 지원 방안 강구 필요”

정상원 계명문화대학교 경찰행정과 교수가 웹엑스를 활용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정상원 계명문화대학교 경찰행정과 교수가 웹엑스를 활용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학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대학가에 원격교육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앞서 코로나19 사태 전 전문대에서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가 원격 수업 활성화를 위해 함께 나서기로 나선 바 있으나, 이를 위한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동력을 잃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격 수업 인프라 구축의 골든타임은 놓쳤지만,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해 원격교육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대에서는 여러 대학에서 사용 가능한 공통 직업교육 콘텐츠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한 달 넘게 이어지던 교육기관들의 원격 수업도 점차 대면 수업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는 예상치 못한 감염병 사태와 이로 인한 원격수업 전면 실시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전문대에서는 원격 수업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실기 수업에 대한 고민은 물론, 온라인 직업교육 콘텐츠의 부족을 호소했다. 교육부가 대학의 비대면 수업을 권고하며 KERIS와 함께 대학공개강의서비스(KOCW)를 활용해 강의 콘텐츠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전문대에서 활용할 만한 직업교육 강의가 부족해, 강의 콘텐츠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전문대의 원격 수업 현황을 조사하고 있는 정부영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충청대학교 교수)은 “전국 전문대 교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원격 수업을 위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존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도 낮게 나타났다”며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직업교육 관련 영상을 구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 내에 원격 수업을 준비하려다 보니 당장 수업의 보조자료로 활용할 짧은 영상을 구하기에도 쉽지 않았던 것이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직업교육 영상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인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이를 극복하고자 지난 2018년 12월 전문대교협과 전문대교수학습발전협의회는 KERIS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문대의 KOCW 활용을 늘리고 원격교육 인프라와 콘텐츠 공유를 위해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협약은 실질적인 성과를 낳지 못하고 협약에 그치고 말았다. 협약 이후 KERIS 원장이 바뀌고 관심에서 멀어진 데다, 교육부 역시 이를 추진하기 위한 재정 지원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협약대로 사업이 추진됐다면 직업교육 콘텐츠가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돼 아쉬움이 커지는 대목이다. 결국 ‘무관심’이 전문대 원격교육 인프라를 세울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 셈이다.

김수연 전문대교수학습발전협의회 회장은 “협약이 진행된 후에 KERIS의 경우 원장이 바뀌면서 지속적인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비용 확보 문제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전문대 원격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귀 기울여주는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병진 전문대교협 기획실장은 “당시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를 통해 재정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재정 문제에 대한 논의가 유야무야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전문대학정책과 관계자는 “당시 원격교육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 대한 재정 지원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원격교육 관련 예산 문제는 기획재정부와의 예산안 논의 단계로도 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문대에서는 지금에라도 공통 교육 콘텐츠 제작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수연 회장은 “개발 대학, 교수 개인이 제작하기 어려운 강의 콘텐츠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활용할 만한 콘텐츠가 개발돼야 한다”며 “직업교육은 전문대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을 위한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적 차원의 문제다. 개별 대학이 나서는 것보다 직업교육 전문가와 전문성을 가진 관련 기관이 나서 제작에 나설 필요가 있다. 높은 비용을 요구하면서 교육 분야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당수 사설 기관에 기대는 것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여전히 KERIS 관계자들에게서는 협약 내용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영 연구위원은 “미디어를 활용한 강의 형태가 크게 늘어난 만큼, 원격수업만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문대 교원들이 강의 보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직업교육 콘텐츠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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