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예술가들] ‘조선의 고흐’ 최북
[열정의 예술가들] ‘조선의 고흐’ 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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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형찬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백형찬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백형찬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사람들은 최북을 ‘조선의 고흐’라 한다. 그런데 최북의 광기가 고흐보다 한 수 위다. 조선 후기 화가 이한철이 그린 최북의 초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그림에는 긴 수염을 한 최북이 사모관대를 썼는데 오른쪽 눈은 감고 왼쪽 눈만 뜨고 있다. 한쪽 눈을 감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감은 것이 아니라 먼 것이다.

그 눈에는 고흐보다 더 강한 스토리가 담겨있다. 어떤 높은 벼슬을 가진 사람이 최북이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와 그림 한 점을 부탁했다. 그런데 공손히 부탁한 것이 아니라 위협하듯이 명령한 것이다. 자존심 강한 최북은 그 말을 듣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라 날카로운 것으로 자신의 눈을 찔렀다. 그 눈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나머지 한쪽 눈으로 그 벼슬아치를 노려봤다. 벼슬아치는 무서워서 도망갔다. 최북은 이런 당당한 모습을 한 예술가다.

최북의 자는 칠칠(七七)이고 호는 삼기재(三奇齋), 호생관(毫生館)이다. 최북의 자가 ‘칠칠(七七)’인 것은 자신의 이름자인 북(北)을 둘로 나눠서 칠칠(七+七)이라고 한 것이다. 우리말로 읽으면 좋은 의미의 ‘칠칠’ 뜻이 담겨 있고, 마흔아홉까지 산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삼기재는 시(詩), 서(書), 화(畵)에 모두 뛰어났다는 뜻이다. 호생관은 ‘붓(毫)으로 먹고 산다(生)’는 뜻이다. 특히 호생관에는 그림 그리는 사람의 정체성과 직업의식 그리고 프로페셔널 정신이 분명하게 들어 있다. 그래서 최북에게는 도화서에서 그림 그리며 녹봉을 받는 화원이 아니라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한 ‘조선 최초의 직업화가’라는 타이틀이 붙어 다닌다.

최북은 술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하루에 대여섯 되의 술을 마셨다고 전해진다. 술이 떨어지면 집에 있는 모든 것들을 팔아서 술을 받아왔다. 그래서 살림살이는 늘 옹색했다. 최북은 조선팔도를 비롯해 북으로는 만주까지, 남으로는 일본까지 다니면서 그림을 그렸다.

사람들은 최북의 그림을 사기 위해 돈과 비단을 들고 줄을 섰다. 그럴 정도로 그의 그림은 인기가 높았다.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이 많아 문지방이 다 닳을 정도였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떤 사람이 산수화를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최북은 산만 그리고 물은 그리지 않았다. 그림이 완성됐다고 하면서 그림을 내줬다. 그러자 부탁한 사람이 “산수화에는 산만 있고 물은 없지 않습니까?” 하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최북은 붓을 내던지며 “그림 밖은 모두 물이란 말이오!”하고 소리를 냅다 질렀다.

또 최북은 자기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 값을 적게 받으면 무척 화를 내며 그 그림을 찢어버렸다. 반면에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도 부탁한 사람이 그림 값을 후하게 쳐주면 그 돈다발을 집어 던지며 ‘그림 값도 모르는 놈’이라고 욕설을 해댔다.

필자에게 최북의 대표 작품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풍설야귀도(風雪夜歸圖)를 택하겠다. 풍설야귀도는 최북의 매서운 성격이 그대로 들어난 지두화(指頭畵)다. 지두화는 붓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손에 먹을 묻혀 그린 그림이다. 풍설야귀도는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깊은 산골의 어두운 밤, 나무들은 강풍에 부러질 기세이고 지팡이를 든 선비가 그 추운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손가락과 손톱으로 날카로운 준봉과 나뭇가지들을 매섭게 그렸다. 최북의 말년은 참으로 쓸쓸했다.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다가 어느 겨울밤에 술에 취해 성벽 아래서 죽었다고 전해진다. 마치 풍설야귀도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최북이 그린 <토끼를 잡아챈 매>가 소장돼 있다. 최북의 눈빛을 닮은 매의 그 ‘노란 눈빛’을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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