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택 계명문화대학교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학교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학교 교수

인간은 읽고 쓰는 동물이다. 읽고 쓴다는 것은 생각하는 사람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특권이다. 이미 인간은 읽고 쓰기 전에 불을 발견해 위협적이던 동물에게서 안전할 수 있었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사람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그 불은 전쟁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무기로 발달했다. 불이 과학과 함께 발전, 오늘날 대량 살상 무기의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류는 읽고 쓰기 시작하면서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창출할 수 있었다.

오늘날 읽기와 쓰기가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는 곳은 대학일 것이다. 대학은 가르치는 교수와 배우는 학생이 여러 형태의 읽기와 쓰기를 갈무리하는 곳이다. 완벽한 문장으로 글을 쓰든, 비문과 문법에 맞지 않게 글을 쓰든 우리는 매일 읽고 쓰고 평가한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모국어를 통해 읽고 쓴다. 간단한 문장을 읽고 쓰는 사람에서부터 인류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을 후학들에게 전달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대학은 읽기와 쓰기의 총체적 활동이라 할 수 있는 독서 활동을 크게 장려하고 있다. 학점이 주어지는 정규과정은 아니지만, 다년간의 시행을 통해 우리 대학만의 독서에 대한 저력이 누적됐다고 할 수 있다. 자발적이었든, 비자발적이었든 참여 학생들은 온전히 그 혜택을 받고 누렸다고 생각한다. 학생들 사고의 틀이 그만큼 깊고 넓어져 자신들의 능력을 크게 증진할 수 있게 됐을 것이다. 지도 교수들의 어려움과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수년을 통해 우리 대학 독서 프로그램은 동‧서의 주옥 같은 고전과 문학작품, 나아가 자연과학을 비롯한 이·공학 서적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하게 하고 있다. 대학을 다니며 스스로 교양인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읽고 쓰는 활동에서 발견한다는 것은 값진 혜택이며 감사한 일이다.

책은 우리의 현실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책에서 발견한 현자와 선배들의 지혜를 통해 우리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나의 슬픔과 갈등과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겪는 힘겨움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천 년 전이나 수십 년 전에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경험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한 권의 책을 통해 우주의 섭리를 이해하게 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상을 정립할 수도 있다. 이런 책은 인류를 구원하거나 길잡이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한 사람의 지도자는 그의 지식과 지혜만큼 그 조직을 경영할 것이다. 이는 그 한 사람의 읽기와 쓰기가 그 조직의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의미를 내포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생각을 통해 읽기와 쓰기를 인류의 가장 보배로운 무형의 자산으로 만들었다. 이 거대한 유산을 우리가 제대로 갈무리하고 온 인류가 건전하고, 합리적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면 불이 가져다준 위험천만한 현실의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나아가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한 혼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류 앞에 닥쳐온 위기에 굴하지 말고 기꺼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이 지혜는 우리의 읽기와 쓰기를 통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읽기와 쓰기에 더욱 힘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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