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인재풀·기업과도 인재 경쟁
대학은 인재 영입 경쟁력 떨어져…후학 양성에 집중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기업과 비교해 원하는 조건의 인재를 데려오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어떻게든 충원은 가능하지만 찾는 분야에 딱 맞는 인재가 없다는 게 문제다.”

최근 대학이 인공지능(AI) 학위 과정을 확대하면서 학과와 대학원 등이 속속 설립되고 있다. 동시에 전문가 영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른바 전문가 영입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인공지능 분야 인력풀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너도나도 인공지능 인재 키우기 나선 대학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산업 분야로 인공지능이 각광을 받으면서 대학들도 인공지능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의 인공지능 대학원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 대학원은 지난해 3월 1차 대학 선정을 시작으로 현재 3차까지 마무리됐다. 연세대, 유니스트, 한양대는 4월 3차 대학에 선정됐다. 인공지능 대학원 선정에 앞서 대학들의 물밑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3차 사업에도 총 12개 대학이 신청,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재수, 삼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로 아쉬움을 달랜 대학들도 있다. 역시 과기부가 지원하는 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는 인공지능 학과와 다양한 학과가 협업, 창의적 융합연구와 교육을 통한 인공지능 융합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는 부산대, 인하대, 충남대, 한양대 에리카가 선정됐다. 이들 대학은 1년차에 11억원, 2년차부터는 15억원씩 총 3년간 지원을 받는다.

정부의 지원이 없어도 인공지능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등 대학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열의는 매우 높다. 가톨릭대, 건양대, 동국대, 한림대 등은 빠르면 2021년에 관련 학과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 확대 핵심은 인재 영입…좁은 인재 풀·낮은 연봉 등 현실적 어려움= 대학이 인공지능 분야의 각축전이 되면서 인재 영입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대학원에 지원하는 대학도 전문가 영입이 관건이다.

관련 과정 개설을 위해서는 진임교원 7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교원의 2분의 1 이상은 설치 학기 개시일 이전 5년간 인공지능 관련 SCI, SSCI, A&HCI 논문 6편 이상을 발표하거나 이에 준하는 연구실적(글로벌 인공지능 Top 컨퍼런스 등)을 갖춰야 한다. 대학원 선정의 평가 기준에서도 20점 만점의 대학원 운영계획 중 15점이 교원 확충과 대학 차원 지원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인재풀(Pool)이 부족하다. 인공지능 분야 자체가 신산업이다 보니 괄목할 만한 성과를 가졌거나,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학들이 앞 다퉈 인공지능 인재 양성에 나서는 것도 부족한 인재풀을 넓히기 위함이다.

인공지능 분야가 대학뿐 아니라 산업 영역에서도 주목을 받다 보니 현실적으로 연봉 경쟁이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도 인공지능 인재 영입에 집중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LG, SK 하이닉스 등은 대학에 소속된 젊고 유능한 인공지능 분야 교수를 연구원으로 속속 영입했다.

인공지능 대학원에 선정된 A대학 교수는 “풀은 뻔한데 TO는 계속 생기다 보니 전문인재를 영입하는 게 어렵다”며 “가뜩이나 인공지능은 산업계에서도 잘 팔린다. 좋은 기관에서 연구하던 사람들은 기관은 다양한 옵션이 많고 대학은 연봉이 적다 보니 당연히 대학으로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인재 영입에 관련해서도 “기업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할 수 없어서 우리로서는 1선 전문가보다는 2~3선에서 인재를 영입했다”며 “파격적인 조건이 아니면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관련 센터를 준비 중인 B대학 교수도 “인공지능을 가르칠 교원은 충원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딱 맞는 인재를 찾는 건 어렵다”며 “지원자가 있긴 해도 아주 우수한 인력은 (대학에) 지원을 잘 안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해결책은 또 다른 인재양성…겸직 실효성에는 의문= 이처럼 인력난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교수의 겸직허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간에 있는 인공지능 전문가가 연봉 등 조건이 맞지 않는 대학으로 오는 것을 꺼린다는 분석에서다. 현재 국립대와 사립대 교원의 경우 영리 업무와 겸직이 금지돼 있다. 정부는 법을 개정해 기업 겸직을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C교수는 “대학 자체가 더 이상 매력적인 공간이 아니다 보니 겸직을 허용한다고 해서 대학에 많은 인재가 몰릴지는 의문”이라며 “미국만 해도 잘 나가는 학과나 전공은 보수 체계를 다르게 주지만 한국의 연봉제 특성상 이런 부분을 맞춰주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에 오히려 저변 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커리어가 부족하더라도 일단 인재를 영입한 뒤 학생뿐 아니라 교원도 함께 성장,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D교수는 “대학들은 인재양성에 몰입해야 한다”며 “하루 빨리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양성해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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