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방사광 가속기 후보지 ‘전남 나주’ ‘충북 청주’ 2곳으로 압축
7일 현장실사 실시…다음날인 8일 우선협상대상지 최종 결과 발표 예정
해당 지역 지자체, 대학 ‘공동 서명 운동’ 등 유치전 뜨거워
본지, ‘호남권‧충청권’ 대학 총장 인터뷰…높은 경제효과 기대 ‘방사광 가속기’ 묻다
조순계 조선이공대 총장 “한전공대,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호남 유치 옳다”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 총장 “국책 연구시설 시너지, 수도권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

세계 3번째로 포항공대에 설치된 4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모습. (사진=포항공대)
세계 3번째로 포항공대에 설치된 4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모습. (사진=포항공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6조7000억원의 경제효과. ‘꿈의 현미경’이라고 부르는 ‘방사광가속기’를 둘러싼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의 유치 열기가 뜨겁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6일 발표로 방사광가속기 유치 최종 후보지가 나주와 청주 등 2곳으로 압축됐다. 강원 춘천과 경북 포항은 고배를 마셨다. 유치 경쟁에 나섰던 나주와 청주로서는 1차 관문, 7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방사광 가속기’ 전남 나주, 충북 청주 “7부 능선 넘었다” = 과기정통부는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를 ‘방사광가속기’ 유치 1‧2순위 후보지로 압축한다고 발표했다. 두 지역 가운데 어느 곳이 평가에서 1위를 거뒀는지까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과기부는 7일 나주와 청주 등 두 지역의 예정부지를 실사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튿날인 8일 우선협상대상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발표평가 1‧2위 결과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현장 실사에서 심각한 하자가 발견되지만 않는다면 내부 평가 1위 지역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지 2곳으로 압축된 나주와 청주는 저마다 내부 평가 1위를 거둘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나주의 경우 ‘지역 균형 발전’을 키워드로 ‘한전공대’를 내세웠고, 청주는 ‘수도권과의 교통 접근성’을 들며 ‘인근 국책 연구시설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방사광 가속기는 이른바 ‘초정밀 거대 현미경’ ‘꿈의 현미경’으로 일컬어진다. ‘방사광 가속기’라는 이름은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방사광을 발생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빛의 속도로 가속된 전자가 자기장에 의해 원운동을 하게 되면 방사광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현미경처럼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노 단위까지 확인할 수 있다. 기초연구는 물론 신소재, 디스플레이, 반도체, 바이오, 생명과학, 신약개발 등에 필요한 최첨단 차세대 실험장비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포항공대에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설치돼 있다.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어마어마하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방사광 가속기를 유치할 경우 해당 지역은 6조7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예측된다. 고용 창출 규모도 14만명에 가까운 13만7000명의 고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호남권大 “한전공대‧지역균형발전” vs 충청권大 “교통 접근성‧국책 연구시설 시너지” = 차세대 신산업인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바라는 해당 지역 대학에서도 유치전에 열을 올렸던 상황이다. 호남권과 충청권 대학의 총장들은 각각 지역 전략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권 에너지 사업’ ‘충청권 반도체‧바이오 사업’의 연관 시너지를 강조하며, 방사광가속기 유치 서명운동에도 나섰다.

호남권 대학 총장들은 “포항공대의 방사광가속기처럼 한전공대가 있는 나주에 설치하는 것이 옳다”며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호남 유치가 맞다. 현재까지 국가 대형연구시설은 충청과 영남 지역에 편중돼 있다”고 강조했다.

충청권 대학 총장들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기반의 신산업 혁신 벨트 구축을 위해서라도 청주에 방사광 가속기가 와야 한다”며 “수도권과의 접근성 등 지리적 여건, ‘평택-이천-청주 반도체 벨트’ ‘원주-오송 바이오 벨트’ 등 발전 가능성 등에서 전국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대학 입장에서 ‘방사광가속기’가 유치된다면, ‘연구중심’ 대학인 일반대는 R&D 분야에서, ‘직업교육’ 대학인 전문대는 현장 유지‧보수 인력양성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남‧충청 대표 고등직업교육 기관장에게 묻다 = 본지는 7일 ‘방사광 가속기’ 유치에 대한 질문을 두 명의 총장에게 던졌다. 최종 후보지 2곳으로 선정된 호남권과 충청권에 위치한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조선이공대학교와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총장이다.

조순계 조선이공대 총장과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 총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방사광 가속기가 해당 지역과 지방 대학들에게 어떠한 효과, 의미가 있는 일인지를 설명했다. 최종 선정지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들 두 명의 총장은 ‘국책 사업 유치’는 ‘지역과 대학, 모두가 사는 상생 발전’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종 유치가 해당 지역으로 결정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 방사광 가속기를 해당 지역(호남권, 충청권)으로 반드시 유치해야 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조순계 조선이공대학교 총장
조순계 조선이공대학교 총장

△조순계 조선이공대 총장(이하 조순계 총장) “한전공대가 나주에 오게 되는데, 시너지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활동이 이뤄지는 복합적인 요충지가 바로 호남권이 돼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지역적으로 호남권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지금까지 낙후된 지역이자, 철저하게 배제돼 왔다. 지역적인 균형 발전 측면에서라도 반드시 방사광 가속기는 호남에 유치돼야 한다.”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 총장(이하 송승호 총장) “우리 충북이 표방하고 있는 것이 ‘반도체’ ‘바이오’ 산업이다. 지역 전략산업이다. 바이오, 태양광, 반도체 분야에서 절실한 핵심기술이 바로 방사광 가속기다. ‘방사광 가속기’ 분야뿐 아니라 어떤 핵심기술 분야든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R&D라는 선제 조건이 가장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전‧충청권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전략 산업으로 과학기술 분야를 선도해 왔다. 또 교육부가 ‘지자체 플랫폼 사업(지방자치단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청주와 오송뿐 아니라 ‘바이오 산업’의 전체적인 그림으로 봤을 때, 방사광 가속기는 대전‧충청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이에 충청권 전체가 이를 보조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가지고 있다.”

- 내일인 8일 최종 후보지가 발표된다. 만일 유치에 성공할 경우, 지역 대학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가.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총장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총장

△송승호 총장 “기본적으로 청주에 고용 유발 효과는 당연히 있을 것이다. 관련 인력들이 이주를 해야 하고, 상주해야 할 것이니까. 고급인력들이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국가적인 차원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이와 관련한 고용 유발 효과 등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대 총장들에게 가장 큰 관심은 관련 R&D의 가속화다. 전문대 총장 입장에선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이 중점이기 때문에 연구개발 된 뒤의 ‘현장 유지‧보수’, 이른바 ‘메인터넌스(maintenance)’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맞춘 인력 양성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조순계 총장 “‘연구중심’인 지역 일반대에서는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문대에는 이에 대한 파급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고용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다.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제반 용역 분야 등 일자리 창출이 상당할 것이라고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일반대의 연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대 인력양성을 중심으로 지역 대학 모두가 동반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특히 산학협력 분야에서 탁월한 시너지 효과를 예상할 수 있겠다.

△조순계 총장 “광주형 일자리 창출과 연관해서 호남 ‘산‧학‧연 시너지’를 당연히 생각할 수 있다. 방사광 가속기가 들어오게 되면, 관련 산업체의 이주도 당연히 이뤄질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게 되는 ‘연관’ ‘융‧복합’ 측면의 산학협력 활성화를 예측해 볼 수 있다. 비단 방사광 가속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산업체가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업들의 상당수도 호남권으로 들어올 것이고 이에 대한 전방위적 산학협력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송승호 총장 “대학(일반대‧전문대) 전체 측면으로는 당연히 산학협력 분야의 탁월한 시너지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전문대 입장에선 앞서 말했듯 ‘현장 유지‧보수’ 인력 양성이 중점이지, R&D는 일반대의 몫이다. 반도체나 바이오 분야에서 ‘초전자 현미경’이라 할 수 있는 방사광 가속기에 대한 R&D 산학협력은 우선 일반대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 유치에 성공할 경우, 대학 내 인력양성 전략도 이에 맞춰 다시 구상해야 할 것 같은데.

△송승호 총장 “이미 하고 있다. 충북보건과학대만 보더라도 ‘바이오생명제약과’나 ‘반도체’ 관련 학과가 맞춤형 인력양성을 하고 있다. 지역 인근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네페스’가 위치해 있다. 특히 네페스의 이병구 회장과 우리 대학은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협약도 했다. 여기에 방사광 가속기까지 지역에 유치된다면, 인력양성 분야에서 더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조순계 총장 “조선이공대는 순수 공업계 특성화 대학이다. 57년간 전통을 유지해 왔다. 이쪽 분야의 인력양성은 지역 대학들이 이제까지 잘해 왔다고 자부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호남권 일반대와 전문대 모두가 서명 운동도 했다. ‘에너지‧바이오’ ‘인공지능‧자동차 산업’ 등 호남권 혁신산업에 맞춘 인력양성 전략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 지역 유치에 필요한 또 다른 산업분야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조순계 총장 “지역적으로 볼 때 호남권의 공업 기반 산업이 다른 지역보다 낙후됐다고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신산업 분야’ 측면으로 봤을 때는 더욱 많은 연관 산업이 호남권으로 와야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신산업’ 분야는 낙후됐다. 지역 대학들이 ‘신산업 관련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더불어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송승호 총장 “바이오 분야 가운데서도 ‘신약 개발’이다. 오송은 지역 자체가 ‘신약 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바이오에서 핵심 분야는 신약 분야가 돼야 하는데, 문제는 충청권에 ‘보건‧의료’ 배정이 작다는 점이다. 특히 의대. 지역 기반 산업 측면에서 충청권 보건‧의료 인프라는 강원권보다도 뒤지는 상황이다. ‘의약’과 ‘보건’에 특화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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