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종식 안 되면 거리두기 필요, 예년 대비 수험생 간 간격 넓혀야
시험장 수용인원 줄면서 추가 시험장 확보 필요, 감독인원 등 인건비도 상승
비용은 늘었지만, 전형료는 그대로…정부 방침에 사회적 시선까지
고교교육기여대학 지원사업 해결책 되나…가림막 등에 지원금 사용 허용해야

(사진=한양대 제공)
(사진=한양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의 여파가 올해 치러질 대입전형 가운데 논술전형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지침 등을 고려했을 때 수험생 책상 간격을 예년 대비 넓혀야 하다 보니 추가 시험장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감독인원 등 인건비 상승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용이 늘어나지만, 입학 전형료를 올리기란 어렵다. 정부가 취임 초기부터 전형료 인하 정책을 강하게 밀어 붙인데다, 전형료 인상 시 따라 붙을 곱지 못한 사회적 시선까지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했기에 전형료를 인상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할 해결책으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물망에 오른다. 논술고사를 실시할 시 구비해야 할 가림막 등을 지원금을 통해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되길 대학들은 바란다. 

■코로나19로 골머리 앓는 대학들, 논술고사가 특히 문제 = 코로나19의 기세가 서서히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당장 13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고교 등교개학이 시작된다. 20일에는 고2와 중3, 27일에는 고1과 중2, 내달 1일에는 중1이 순차적으로 등교하는 등 그간 ‘올스톱’ 상태였던 초·중·고 대면수업이 재개된다. 일부 대학들도 이에 발맞춰 대면강의로 완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집단감염 위험성이 그만큼 높지 않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업이 시작됐지만,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학 입학처들은 본격적으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대입전형들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순수외국인전형이나 재외국민전형 필답고사 등을 시작으로 한 해 대입전형이 시작된다.

그나마 외국인·재외국민 등의 전형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뽑는 인원이나 지원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권 주요 10개 대학의 재외국민 특별전형 경쟁률은 7.06대 1 수준. 대학마다 적으면 250여 명, 많게는 650여 명 정도가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들이 해외에서 다수 유입되는 특성상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낮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정도 규모라면 시험 진행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대학들은 내다본다.

문제는 논술전형이다. 외국인·재외국민 등과 달리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전형이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가에서는 화두지만, 논술의 인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논술 경쟁률은 40.98대 1로 전년도 39.25대 1에 비해 오히려 올랐다. 1만2056명을 모집하는 전형에 지원한 수험생 숫자만 49만4000명이다. 가장 지원자가 많이 몰린 중앙대의 경우 무려 4만1607명이 논술전형에 지원했을 정도다. 

대학들은 그간 이처럼 많은 지원자들을 수용해 논술고사를 치르기 위해 상당히 빽빽하게 논술 고사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이슈로 인해 논술고사 진행 시 ‘간격’을 예년보다 크게 띄워야 한다. 등교개학을 앞둔 고교 등도 현재 학생들의 접촉을 최대한 막기 위해 최대한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책상을 배치하고, 앞뒤 간격을 이격하는 등의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학교보다 밀접한 관리가 어려운 논술고사의 특성상 대학들은 이보다 한층 더 강화된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책상 간격 등을 지금보다 더 띄우기 위해서는 시험장을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내부 논의 결과 못해도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의 시험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2배도 최소한에 불과하다. 많게는 3배에 달하는 시험장을 확보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시험장을 늘리게 되면 대학들이 논술고사 진행을 위해 들이는 비용은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시험장 시설 이용료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험장 수 증가에 발맞춰 감독인력·관리인력을 확충해야 하기에 인건비도 늘어난다. 단순 인건비뿐만 아니라 시험 준비·진행에 필요한 각종 부수적인 비용 증가도 피하기 어렵다. 이는 동일 시험장을 유지하고, 시험 횟수를 늘리는 방식을 택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는 부분이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용 증가는 다양한 부분에서 발생한다. 수당부터 상당한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시험 횟수를 늘리는 경우에는 시험을 출제하는 데 쓰이는 출제 수당, 시험 채점에 들어가는 평가 수당부터 늘어난다. 시험 횟수를 늘리든 늘리지 않든 감독수당이나 준비·진행수당 등의 증가는 막을 수 없다. 여기에 시설 사용료와 식비, 여비, 소모품비 등 경비들까지 고려하면 대학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한층 커진다. 

■수입보다 지출 많은 대학들, 전형료 인상 ‘언감생심’ 기여대학 지원사업이라도 붙잡아야 = 대학들의 논술고사 비용 증가에 대한 걱정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수험생들은 흔히 합격 가능성이 낮은 대학에 지원할 때 ‘벽돌값’이라 칭하며, 대학이 입학전형에서 상당한 비용을 남기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대입전형에서 오히려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이 나오는 ‘적자’를 보는 대학들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입학전형료 수입 현황과 지출 현황을 분석하면, 전국 대학들은 대입전형에서 1564억여 원을 거둬 1589억여 원을 썼다. 25억여 원을 추가로 지출한 것이다.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대학은 세간의 인식과 달리 입학전형료는 규정에 따라 집행해야 하며, 지출 항목이 정해져 있는 등 대학이 임의로 운영할 수 없기에 벌어진 일이다. 대학들이 늘어난 논술전형 비용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입학전형료를 인상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방안이라는 게 대학들의 판단이다. 현 정부가 취임 초기인 2017년 7월부터 대입전형료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대학들에 25%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입학전형료 인하를 독려했고, 이후 입학전형료 인하를 정부가 낸 성과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볼 때 대학들은 전형료 인상에 대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벽돌값’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대학을 부조리한 집단으로 바라보는 수험생들의 시선, 나아가 사회적 시선까지 고려하면, 입학전형료 인하는 대학들 입장에서는 ‘언감생심’이나 다름없다. 

대학들이 생각하는 현실성 있는 해결책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사업 선정 시 나오는 지원금의 지출 용도를 다소 폭넓게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한 대학 입학팀장은 “모두가 어려운데 논술전형 실시를 위해 별도의 지원금을 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지출 항목을 예년 대비 폭넓게 인정해줬으면 한다. 감염 방지를 위해 쓰는 가림막 등의 소모품 구입을 위해 쓰는 비용 정도만이라도 허용한다면 대학 입장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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