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방사광 가속기 구축 조감도 (사진=충북도)
청주 방사광 가속기 구축 조감도 (사진=충북도)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모두 1조원의 사업비가 들어가게 되는 방사광 가속기가 충북 청주에 들어선다. 대학과 연구기관 등이 밀집해 있는 지역적 발전 가능성을 비롯해 수도권과의 교통 편의성 등 지리적 여건 면에서 충북 청주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오전 10시 30분 세종 파이낸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사업’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1차관은 이날 방사광 가속기를 구축할 지역으로 충북 청주시 오창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청주는 대덕연구단지와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 등 연구 인프라가 지역 인근에 밀집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수도권 등 전국 어디에서도 청주를 쉽게 올 수 있다는 지리적 입지,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공항 등 뛰어난 교통망 면에서도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병선 과기부 1차관은 “가속기를 활용할 대학‧연구기관‧산업체의 집적도, 교통 편의성, 지질‧지반구조 등을 고려한 결과 청주가 최적의 부지라고 평가했다”며 “현재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7년 가속기가 구축되고, 이듬해인 2028년부터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발표되지 않았던 내부 평가 순위도 공개했다. 충북 청주가 90.5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전남 나주가 87.33점, 강원 춘천이 82.59점, 경북 포항이 76.72점 등으로 뒤를 이었다.

방사광 가속기는 이른바 ‘초정밀 거대 현미경’ ‘꿈의 현미경’으로 일컬어진다. ‘방사광 가속기’라는 이름은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방사광을 발생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빛의 속도로 가속된 전자가 자기장에 의해 원운동을 하게 되면 방사광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현미경처럼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노 단위까지 확인할 수 있다. 기초연구는 물론 신소재, 디스플레이, 반도체, 바이오, 생명과학, 신약개발 등에 필요한 최첨단 차세대 실험장비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 3번째로 방사광 가속기를 설치한 나라로 기록됐다. 포항공대에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설치돼 있다.

방사광 가속기 구축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어마어마하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방사광 가속기를 유치할 경우 해당 지역은 6조7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예측된다. 고용 창출 규모도 14만명에 가까운 13만7000명의 고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방사광 가속기 구축사업 유치에 뛰어든 지역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강원 춘천과 경북 포항은 발표 평가에서 최종 후보지 2곳에 들지 못해 고배를 마셨고,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가 마지막까지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다.

해당 지역 총장들도 막판까지 방사광 유치전에 힘을 보태 왔다. 호남권과 충청권 대학의 총장들은 각각 지역 전략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권 에너지 사업’ ‘충청권 반도체‧바이오 사업’의 연관 시너지를 강조하며, 방사광가속기 유치 서명운동에도 나섰다.

호남권 대학 총장들은 “포항공대의 방사광가속기처럼 한전공대가 있는 나주에 설치하는 것이 옳다”며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호남 유치가 맞다. 현재까지 국가 대형연구시설은 충청과 영남 지역에 편중돼 있다”고 강조했다.

충청권 대학 총장들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기반의 신산업 혁신 벨트 구축을 위해서라도 청주에 방사광 가속기가 와야 한다”며 “수도권과의 접근성 등 지리적 여건, ‘평택-이천-청주 반도체 벨트’ ‘원주-오송 바이오 벨트’ 등 발전 가능성 등에서 전국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이날 방사광 가속기 구축 부지로 청주가 최종 결정되면서, 충청 지역의 ‘연구중심’ 대학인 일반대는 R&D 분야에서, ‘직업교육’ 대학인 전문대는 현장 유지‧보수 인력양성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승호 충북보건과학대 총장은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전‧충청권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전략 산업으로 과학기술 분야를 선도해 왔다”며 “교육부가 ‘지자체 플랫폼 사업(지방자치단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청주와 오송뿐 아니라 ‘바이오 산업’의 전체적인 그림으로 봤을 때, 방사광 가속기는 대전‧충청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송 총장은 이어 “일반대 총장들에게 가장 큰 관심은 관련 R&D의 가속화”라며 “전문대 총장 입장에선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이 중점이기 때문에 연구개발 된 뒤의 ‘현장 유지‧보수’, 이른바 ‘메인터넌스(maintenance)’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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