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립대 평균 등록금 의존율 70%···등록금 수입 감소는 대학 재정과 직결
반값등록금 시행후 등록금 수익 반토막···교육, 연구 투자비도 줄어 경쟁력 추락
코로나19 사태는 대학 재정에 직격탄···원격수업 등 예상치 못한 예산 타격
대교협, 사총협 등록금 인상 건의도 불발···법 제정 통한 지원 방안 마련 노력해야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대학가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란 말이 있다. 대학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미래교육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 그렇다면 미래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규제 철폐, 재정 건전성(자율화) 실현, 대학기본역량진단 재설계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에 본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공동기획을 통해 대학가의 미래교육 준비를 위한 과제와 대안을 모색한다.

<글 싣는 순서>
⓵“규제 공화국 오명, 규제 철폐 없이 미래교육은 ‘그림의 떡’”
⓶“대학 재정 건전성(자율화) 실현이 미래교육 혁신의 원동력”
⓷“대학기본역량진단, 구시대 프레임 벗어나 미래교육 기반으로 재설계”

“지난 수년간 대학은 학생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 정책에 동참,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하·동결하면서도 교내장학금은 대폭 증대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 뒤에 교육여건 악화, 국제경쟁력 하락 등 대학의 미래가 걱정되는 결과가 함께 나타났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많은 OECD 국가들이 대학의 교육경쟁력 향상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학의 교육력이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지기 전에 교육력 향상을 위한 보완 정책 강구와 안정적 재정 확보를 위한 고등교육재정지원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한다.”(2018년 대교협 건의문)

“지난 10여 년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 재정은 황폐해졌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시설 확충과 우수 교원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마저도 심대히 훼손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대학교육의 내실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20학년도부터 법정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 책정권을 행사하겠다.”(2019년 11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결의문)

2018년 대교협 건의문에 이어 2019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의 등록금 인상 결의문. 대교협 건의문과 사총협의 결의문은 모두 실현이 불발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현주소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교육을 향해 매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의 재정난 해소, 즉 대학 재정 건전성(자율화) 확보가 최우선 해결과제다.

재정난에 대학 교육여건 악화, 국가 경쟁력 추락 =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난은 반값등록금 정책으로부터 촉발됐다. 우리나라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 의존율은 70%대. 정부의 재정지원에 한계선이 있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처럼 법적 장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등록금 수입 감소는 재정난과 직결된다.

대교협에 따르면 2011년 반값등록금정책 시행 이후 등록금 동결·인하로 전국 4년제 대학의 학생 1인당 평균 순등록금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평균 순등록금은 평균 명목등록금에서 평균 장학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전국 4년제 대학의 학생 1인당 평균 순등록금은 2008년 478만1800원을 기록한 뒤 2013년 379만9000원, 2018년 310만2000원으로 줄었다. 사립대 1교 평균 학부등록금 수입은 2011년 대비 2017년 명목적으로 19억원 이상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66억원 이상 감소했다.

반면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U.S. News & World Reports의 2018학년도~2019학년도 연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737개 사립대에서 100개 사립대 이상이 $50,000(현재 환율 기준 6078만5000원) 이상의 학비를 청구했다. 구체적으로 U.S. News & World Reports가 2018년 하반기 1800개 이상 대학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컬럼비아대($59,430) △시카고대($57,006) △바사칼리지($56,960) △트리니티칼리지($56,910) △하비머드칼리지($56,876) △프랭클린마셜대($56,550) 등이 등록금 최상위 그룹을 차지했다. 최하위 그룹은 브리검영대($5,620) △암릿지대($9,900) △투갈루대($10,600) 등이다. 현재 환율 기준으로 1위 컬럼비아대의 등록금 $59,430을 계산하면 7242만7341원, 최하위 브리검영대의 등록금 $5,620을 계산하면 683만4482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196개 대학의 2020학년도 학생 1인 평균 등록금은 연간 672만원이다.

문제는 재정난이 대학의 교육여건 악화와 국가경쟁력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대교협 분석 결과 기계·기구매입비는 2011년 3622억원에서 2016년 2978억원으로, 연구비는 5397억원에서 2016년 4655억원으로, 실험실습비는 2011년 2145억원에서 2016년 1940억원으로, 도서구입비는 2011년 1511억원에서 2016년 1387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기계·기구매입비,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는 직접교육비에 해당된다. 또한 IMD 대학교육경쟁력평가 순위는 53위까지 하락했다. 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고등교육 및 훈련’ 부분 순위는 2011년 17위에서 2017년 25위까지 추락했고, ‘교육시스템의 질’에 관한 평가에서는 순위가 55위(2011년)에서 81위(2017년)까지 급락했다.

코로나19에 학령인구 감소, 전망 불투명 =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대학을 강타했다. 이에 대학들은 방역비와 원격교육비용 등을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인 유학생 등 휴학생이 급증하며 등록금 수입은 대폭 감소했다. 본지가 대교협의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A대학(수도권 대규모)은 1학기 등록금 수입이 14억4000만원 감소했다. 이는 학부 등록 학생 휴학 비율이 2019년 1학기 3.9%에서 2020년 1학기 4.6%로 늘었기 때문이다.

B대학(지역 대규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손실액이 무려 90억원을 웃돈다. 미등록·휴학생 증가에 따른 등록금 수입 감소, 특수대학원 비학위과정·한국어교육원·외국어교육원·사회교육원 등의 등록금 급감, 생활관 운영 수입 감소, 학내 편의시설 임대 수입 감소, 예금금리 인하 등이 손실액에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수업에도 추가 예산이 요구된다. 대교협의 대학 온라인 수업 지원사업 예산 산출 내역에 따르면 온라인 강의 시스템 구축 비용은 158억5000만원 수준이다. 106개 대학의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학습 관리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136억원이 필요하다. 입학금 폐지와 학령인구 감소도 기다리고 있다. 재정난이 더욱 심화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는 입학금 폐지를 추진, 국공립대는 2018년부터 입학금을 전면 폐지했고 사립대는 2022년까지 입학금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그러나 사립대 기준 입학금 폐지에 따른 대학 재정 감소 규모는 총 2109억2000만원(대교협 자료)이다. 또한 학령인구가 감소한다. 학령인구 감소는 등록금 수입 감소를 의미한다. 2020년과 2021년 입학생 수 감소로 사립대 1교 평균 등록금 수입이 2년간 21억1400만원 감소할 전망이다.

등록금 자율 인상 허용,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시급 =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은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재정지원이 충분히 보장되는 것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확실한 것도 아니다. 결국 현실적인 대안이 절실하다. 대학이 재정난에 시달리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 양성과 미래교육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학들은 법령 허용 범위 이내 등록금 자율 인상을 주문하고 있다. 교육부는 반값등록금정책과 함께 2011년부터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공고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11조 제7항을 보면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2020학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1.95%다. 그러나 무늬만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 허용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 대상 제외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이에 전국 196개 대학의 97.4%인 191개 대학이 2020학년도 등록금을 동결(181개 대학) 또는 인하(10개 대학)했다. 하지만 대학 재정난 해소를 법령 허용 범위 이내 등록금 자율 인상이 시급하다.

김인철 대교협 회장은 “오랜 기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 위기가 촉발됐고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힘들다. 이는 대학의 연구력 저하와 국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전문인력을 배출하기 어렵다”면서 “대학 재정이 답이다. 그러므로 대학의 재정 건전성 회복이 대교협 회장의 중요 역할이다. 법령상 허용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협의회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역시 시급하다. 그동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필요성과 논의는 꾸준히 제기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율이 높고, 정부 재정지원에 한계가 있다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대학 재정난 해소의 지름길이다. 이에 21대 국회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정미 충북대 교수는 “대학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에 대학에 대한 지원 규정을 명시적으로 마련하고, 고등교육 재정지원 법률안 제정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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