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선 총장은 "젊은 대학인 동양대에서 총장은 응원단장, 혹은 치어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그 역할을 자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권광선 총장은 "젊은 대학인 동양대에서 총장은 응원단장, 혹은 치어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그 역할을 자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동양대학교가 받은 ‘득과 실’이 분명 있겠지만, 학교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며 나아가려고 한다.” 5월의 녹음(綠陰)이 가득한 동양대 영주캠퍼스에서 만난 권광선 총장은 담담하지만, 강단 있는 어조로 초임 총장으로서 의지를 밝혔다.

동양대는 지난해, 이른바 ‘조국 사태’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권 총장은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고, 최성해 전 총장 사직 후 총장직을 맡게 됐다. 권 총장은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양학부 교수의 공판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학교로서도 신경은 쓰이지만, 이와 별개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학생들의 학습효율을 높이는 게 더 큰 일”이라며 학교 경영과 ‘조국 사태’의 선을 그었다.

동양대는 ‘사관학교’라는 슬로건을 건 최초의 대학으로 공무원 임용과 철도인 양성에 두각을 나타내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권 총장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이념과 ‘선비정신’의 올곧음을 계승해 공공 인재를 양성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는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본지와 앞으로의 계획을 나눴다.

- 경북 소재 대학들이 코로나19로 특히나 고생이 많은데, 동양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리 대학도 학생들을 비롯한 교내 구성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3월 16일부터 전 과목을 재택수업으로 진행했다. 재택수업 장기화로 이전까지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았던 교수들이 제작에 많은 품을 들이고 있고, 학생들도 실험·실습 과목을 현장에서 할 수 없어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다. 대면수업을 위한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코로나19 추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정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학교 내 코로나19 대응팀을 중심으로 자체 방역도 한층 강화해 20명 이하의 수업은 대면수업으로 진행할 것이다.”

- 코로나19로 수업에 차질이 많은 줄로 안다.
“코로나19라는 악재가 달갑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혼합형 학습)을 학교 현장에 도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동영상 강의 촬영은 물론이고 줌(zoom) 같은 쌍방향 원격 플랫폼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이번 기회로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을 다시 짚어보고 비대면 수업 플랫폼들을 대면수업의 보조 수단으로 적절히 사용한다면 학습효율이 이전보다 더욱 향상될 거라고 본다.

그럼에도 대면수업이 계속 미뤄지는 부분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의 장점이 분명히 있고, 평가 부분에서도 온라인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과목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학생은 과제물이 많은 과목만 들어서 ‘과제 폭탄’을 맞기도 한다. 대면수업이 안전만 보장되면 하루빨리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 동양대는 일찍이 특성화에 성공한 학교다. 현 동양대의 최대 강점을 꼽자면.
“동양대가 ‘사관학교’라는 말을 처음 썼는데 그 명성답게 공무원사관학교를 공공 인재 양성을 위해서 운영하고 있어 여전히 강세다. 7급 공무원의 경우는 지역 안배 선발 부분도 있어서 지역 인재들이 공직으로 나가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직렬별 지도교수들을 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밀착 상담과 학습지도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보통 ‘공무원’이라고 하면 행정직만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일반직이 60%라면 40%는 기술직군에 속한다. 우리 학교도 행정직보다는 기술직 쪽을 공략하자고 기조를 세웠고, 학교 설립 당시에도 전자·컴퓨터·통신·기계 분야 교육에 중심을 뒀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경찰직과 소방직, 철도직 등을 공략해 저변을 넓혀 나가고 있다.”

- 근래에는 공무원보다 ‘철도 사관학교’라는 슬로건으로 더 많이 언급되는데.
“사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학생들의 요구도 다양해졌다. 우리 대학은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캠퍼스별 특성화 분야를 선정해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영주지역은 중앙선·경부선·영동선이 교차하는 철도교통의 중심지다. 우리 대학은 철도운영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 2005년 철도대학을 설립하고 5개 학과(철도경영학과·철도운전제어학과·철도기계시스템학과·철도건설안전공학과·철도전기융합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철도관제정보학과를 추가해 4년 후에는 총 6개 학과에서 매년 최소 220여 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공무원에 버금가는 사회적 대우를 받으며 직업 안정성을 누리는 직종이 공사이고, 공사 중에서도 단일 직렬에서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게 ‘철도’ 분야다. 그만큼 전문적인 철도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철도대학은 국가에서 만든 철도대학을 제외하고, 사립대학에서 단과대학으로 철도대학을 만든 건 동양대가 최초다. 철도차량운전면허의 경우 과거의 (前)한국철도대학에서만 딸 수 있었는데, 우리 대학은 철도차량운전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2012년 부속기관으로 국토해양부 승인 아래 운전교육훈련 시스템을 구축한 철도사관학교를 설치했다. 특별히 철도공기업 대비반을 운영해 전문역량을 갖춘 철도전문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도 철도사관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철도운전면허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임교수뿐만 아니라 철도분야에서 많은 현장경험을 가진 역량 있는 실무자들을 겸임교수로 초빙해 학생지도에 투입했다. 그 결과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의 높은 합격률을 달성했다.”

- 기능인의 측면 이외에, ‘어떤’ 공무원을 길러내고 싶나.
“과거와 다르게 이제는 공무원이 수동적이지 않고, 또한 단순 민원업무만 처리하지 않는다. 적극행정에 나서고, 찾아가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에서는 사회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정부 리더와 행정전문가를 길러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공직현장 실무에 바로 투입되는 역량은 기본이고, 공공가치와 책임성에 기초한 인성을 갖춘 공무원 양성을 지향한다. 더불어 동양대는 부속기관인 공무원사관학교를 통해 모든 학과 학생들에게 교내수험특강, 동영상강의 지원 등을 통해 공직 시험을 준비할 기회를 제공한다."

- 동두천캠퍼스는 어떤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나.
“‘공무원 사관학교’인 동시에, ‘창의인재 양성소’의 요람이 되기 위해 경주하고 있다. 2016년 미군 공여부지에 동두천캠퍼스를 개교하면서 수도권 캠퍼스 시대를 열게 됐다. 동두천은 군사지역으로서 그동안 개발에 뒤처지고 문화예술 분야가 취약한 지역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개교 때부터 해당 분야에 대한 정원을 70% 이상 배정, 특성화 기반을 다졌다. 현재는 공연영상학부, 디자인학부, 게임학부 등이 운영되고 있다.

본교(영주)에 이미 다수의 IT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어, 관련 산업들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IT와 게임, 디자인을 접목한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당 학부에 창의 융합적 사고 배양을 위한 전공교육 공통프레임워크 고도화, 융합전공 개설과 융합교과목 개발, 창의융합역량 증진을 위한 비교과 연계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 대학 재정난, 학령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 등이 겹쳐 대학이 마주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향후 임기 동안 어떤 정책과 사업들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인가.
“한국의 모든 대학이 겪는 구조적 문제이고, 대학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대학발전의 새로운 모델 창출을 구상하고 있다. 기존 학교가 세웠던 ‘2024 발전계획’을 ‘동양대 8대 발전전략’으로 수정했다. 각 전략분야별 세부과제를 도출해,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학교의 기본 지표로 삼았다. 전략분야별 세부과제에 대한 성과목표를 설정하고, 합리적인 성과측정과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개선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러한 ‘환류 시스템’을 정착시켜 지속적인 대학 발전 체계를 갖춰 나가는 게 목표다.”

- 지역 기반 대학이 지역과 상생·발전하려면, 정부의 지원과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재정지원사업 준비와 혁신지원사업 등에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나.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지방 발전이 바로 국가의 발전’이라는 공감대가 굳게 형성됐다고 본다. 지방 대학들은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지방 대학은 각 지역의 다양한 산업과 경제 활성화의 주역이다. 지역경제의 타격은 결국 중소도시 지역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지역 공동화(空洞化)와 수도권 집중화의 심화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지방 대학들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특단의 정부 정책과 조치가 필요하다. 대학혁신지원사업 등과 같은 최근 재정지원사업의 경우, 교육 경쟁력을 우선으로 선정해 왔던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공공재인 교육 경쟁력을 우선으로 평가하는 방식도 모두를 설득하기는 힘들지만, 정부와 교육 당국이 지역사회와 ‘상생’을 원활하게 구축하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

- 지역 상생과 관련해 동양대가 집중하는 사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지역선도대학육성사업’은 지자체·대학·지역 공공기관·지역 산업체 등이 연계해 지역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지역 발전의 관점에서 모든 지방 대학이 이러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동양대 본교 캠퍼스와 인접한 영주, 경북 일대에서 어떤 상생 모델을 구축해 왔나.
“대학은 가진 역량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상호 상생할 수 있는 혁신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 중소도시들이 날이 갈수록 인구감소라는 심각한 당면과제에 직면한 지금 우리 대학은 지역기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민에게 다양한 교육과 봉사를 실시함으로써 지역사회 활성화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먼저 본교가 위치한 영주 외에 봉화, 영양, 청송, 의성 등의 인접 지역에서는 지역사회의 요구에 맞춰 선비 아카데미, 중고생 인문학 음악 콘서트, 어르신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개최해 왔다. 영주시 농업인 전문교육 헬스파밍 과정, 경북농민사관학교 치유농림업CEO과정, 융합과학영재교육, 영어영재교육 등 지역민을 대상으로 각종 전문교육을 실시해 지역민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창업보육센터 운영을 통해 지역의 예비창업자 지원, 창업환경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리고 영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베어링국가산업단지의 성공을 위해 영주시와 유관기관, 산업체와의 협력과 R&D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증가를 위한 노력을 꾀하고 있다.”

- 동두천캠퍼스 인접 지역도 같은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나.
“조금 다르다. 동두천은 경기도 북단에 있고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도시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지역이었다. 우리 대학은 2016년 캠퍼스 개교 이후 동두천시 도시재생 뉴딜사업 발굴용역과 지역문화컨설팅사업, 사회적경제 창업교육사업을 운영하는 등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최근엔 경기 북부권 대학 연합 창업지원 협의체 구축에 따라 다양한 사업추진을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양대는 앞으로도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본연의 목적을 이행하며,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민들을 위한 사업을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수행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대학의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 가능한 정책을 개발할 것이다.”

- 신임 총장으로 가지고 있는 교육철학과 경영철학이 있다면?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한 사람의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고 했다. 나에게 학생들은 가르치는 대상이면서도 스승이다. 학생들에게서 좋은 점을 찾아 배우고 나의 부족한 것을 발견해서 개선할 수 있다면 학생 모두가 ‘스승’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말(敎學相長)은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선생과 학생이 쌍방향으로 배우고 깨닫는 과정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대학 경영에서는 다른 대학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동양대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분야에서 타 대학과의 경쟁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 대학으로서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미래 트렌드에 대한 분석과 통찰을 통해 향후 각광받을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찾아내고, 여기에 우리 대학의 역량을 투입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 총장 유형을 ‘CEO형’, ‘학자형’, ‘관료형’으로 구분하곤 하는데 스스로 어떤 유형이라 보나.
“오랜 역사를 가진 큰 대학들은 어떤 총장 유형이든 크게 관련이 없다. 또 총장의 특성이 있더라도 대학 조직은 관성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동양대는 아직은 젊은 대학이고 소규모에 속한다. 우리 같은 대학에서 총장은 ‘응원단장’ 혹은 ‘치어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 그리고 지역민과 지역정부가 합심해서 지역 대학을 살리기 위해 뛸 때, 그 옆에서 ‘힘을 내라’고 힘을 북돋아줄 수 있어야 한다.”

- 인생의 선배로서 동양대 제자들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생은 ‘선택’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또 어떤 선택은 인생 자체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도 있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모든 변수를 고려해 선택지를 정하는 건 어리석을 뿐더러 불가능에 가깝다. 그때 주저하기보다 중요한 몇 개의 변수를 찾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차선’일지라도 빠르게 결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선’을 고민하느라 일이 늦어지는 것보다 차라리 신속히 택한 ‘차선’이 ‘최선’이 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하는 편을 권한다. 지나친 효용을 추구하다 일의 시기를 놓치는 것보다 낫다.

동양대는 수도권 강소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대학은 동두천캠퍼스를 개교해 캠퍼스별 탄력적인 특성화를 추구하며 창의융합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동양대에서 학생들이 큰 꿈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응원한다.”

권광선 동양대 총장과(왼쪽)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 동양대 본교(영주) 캠퍼스를 둘러보며 담소하고 있다.
권광선 동양대 총장과(왼쪽)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 본교(영주) 캠퍼스를 둘러보며 담소하고 있다.

■ 권광선 총장은...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5년부터 동양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동양대 대학원장, 부총장 등을 역임하며 학교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다. 공식 임기는 올해 2월부터 4년이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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