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학령인구 절벽시대, 고3학생으로는 수시 인원조차 못 채워
올해 고3 44만 5479명, 대입 수시 인원 44만 6860명, 1381명 미달
대입 전반으로 보면 더 심각, 수시+정시 대비 고3 11만295명 ‘부족’
극명히 나뉠 대학들 처지…여유 있는 ‘선발형’ vs 모집 급급한 ‘충원형’
고3에게는 호재, 수시에서 승부 보는 전략 여전히 ‘유효’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대학들의 신입생 충원에 ‘빨간 불’이 켜졌다. 사상 처음으로 고3 학생 수가 수시 모집인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학령인구 절벽시대’가 본격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수시·정시를 합한 전체 대입으로 눈을 돌리면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하다. 올해 일반대·전문대가 선발하고자 하는 인원 대비 고3 학생 수는 무려 11만명 이상 부족하다. N수생이 있다지만, 고3 전부가 대입에 뛰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대입부터는 대학들의 처지가 극명히 나뉠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에게 인기가 많은 대학들은 몰려오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여유있게 선발을 진행하는 ‘선발형’ 대학의 모습을 띠는 반면, 수험생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대학들은 신입생을 채우기 급급한 ‘충원형’ 대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줄어든 학령인구로 인해 대학들은 울상을 짓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학령인구 절벽시대는 고3 학생들 입장에서는 대학 문이 활짝 열린 ‘호재’나 다름없다. 정시모집에서는 재학생들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점을 볼 때 올해도 고3들은 수시모집에서 승부를 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 신입생 충원 난항 본격화, 고3 학생 수 큰 폭으로 감소 = 올해 대입에서 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고3 학생 수가 수시 모집인원조차 채우지 못할 정도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집계한 올해 포함 최근 3년간의 현황에 따르면, 올해 고3 학생 수는 44만 5479명으로 지난해 대비 5만 6137명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교들이 재학생 수를 학교알리미에 공시하는 시기가 6월로 미뤄진 탓에 지난해 고2를 올해 고3으로 간주한 값이다. 

44만 5479명은 올해 치러지는 2021학년 대입 수시모집 인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수치다. 올해 수시모집에서 일반대는 26만 7374명, 전문대는 17만 9486명을 각각 모집한다. 일반대와 전문대의 수시 모집인원을 더하면 44만 6860명. 고3 학생 수에 비해 1381명이나 많다. 모든 고3이 수시에 지원한다 하더라도 정해진 인원을 뽑지 못하는 대학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3 학생 수가 대입 수시 모집인원보다 적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학령인구가 본격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지만, 그래도 지난해에는 수시 모집인원과 비교하면 고3 학생 수가 더 많았다. 지난해 일반대·전문대 수시 모집인원은 44만 7364명, 고3 학생 수는 50만 1616명으로 5만 4252명 많았다. 

대입 전반으로 눈을 돌리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올해 일반대·전문대는 수시와 정시를 전부 더해 총 55만 5774명을 뽑는다. 일반대는 34만 7447명, 전문대는 20만 8327명을 각각 모집한다. 이를 고3 학생 수와 비교하면 부족한 인원은 무려 11만 295명에 달한다. 

전체 모집인원 대비 고3 학생 수가 부족한 것은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대학들이 모집한 전체 인원은 55만 3397명으로 고3 학생 수와 비교하면 5만 1781명 적은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부족한 고3 학생 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N수생 가세해도 신입생 부족사태 해소 어려워, 예년 수능인원 어땠나 = 물론 대입은 고3 학생들로만 치러지지 않는다. 재수생·3수생 등 이미 고교를 졸업한 ‘N수생’들이 가세한다. 최근 2년 동안 수능에 응시한 N수생 수는 지난해의 경우 13만 6972명, 재작년의 경우 13만 310명으로 적은 수가 아니었다.

다만, N수생이 가세해도 신입생 부족 사태가 해소된다고 보긴 어렵다. 고3 학생들이 모두 대입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취업으로 진로를 정했거나 여러 이유들로 대입에 관심이 없는 경우는 항상 나오기 마련이다. 

대입에 도전하는 학생 수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수능 응시인원이다. 지난해 고3 학생 수는 50만 1616명이었지만, 수능에 응시한 재학생 수는 34만 7765명에 그쳤다. 고3 학생 수 대비 69.3%만 수능에 응시한 것이다. 그보다 한 해 전인 2018년 수능에서도 수능에 응시한 재학생은 39만 9910명으로 전체 고3 학생 수 57만 661명 대비 70.1%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도 비슷한 비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수능에 응시하는 재학생 수는 31만여 명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고3 학생들 10명 중 3명은 수능에 응시하지 않음에도 대학들이 그동안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었던 것은 N수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N수생을 더한 전체 수능 응시인원은 지난해의 경우 48만 4737명, 재작년은 53만 220명이었다. 

특히, 지난해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N수생이 늘어나는 일이 벌어졌다. 한 해 전인 2018년 실시된 2019학년 수능이 국어영역을 필두로 예년과 사뭇 다른 양상의 ‘불수능’의 면모를 보인 탓에 일찌감치 재수험을 선택한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학령인구 감소가 이미 지난해 큰 폭으로 일어난 탓에 재수생이 늘어나기 쉽다. 지난해 고3 학생 수는 50만 1616명으로 한 해 전에 비해 7만여 명이나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학생들이 등교개학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올해 대입은 재수생들에게 상당한 유리함을 안겨줄 것으로 보이지만, 이와 별개로 재수생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대학들의 신입생 충원에 켜진 ‘적신호’는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로 다가온 선발형-충원형 시대, 일부 지방대·전문대 타격 클 것 = 이처럼 고3 학생 수가 대폭 감소함에 따라 올해는 대학 간 신입생 모집을 놓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선발형’과 ‘충원형’으로 처지가 극명히 나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선발형 대학은 수험생 선호도가 높아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모집에 별 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을 대학들을 가리킨다. 몰려드는 지원자들 가운데 적절한 인재를 골라 말 그대로 ‘선발’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다. 서울권 주요대학을 비롯해 수도권 소재 대학들, 지역거점국립대와 지방 주요 사립대 등은 학령인구가 줄었음에도 선발형 대학으로의 면모를 뽐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충원형 대학은 정해진 입학정원을 채우기 급급한 대학들을 뜻한다. 줄어든 학령인구로 인해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여유 있게 선발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들이다. 이들 대학은 신입생을 충원하기 위해 ‘선발’이 아닌 ‘모집’에 더 집중해야만 하는 처지를 피하기 어렵다. 

이처럼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느낄 충원형 대학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지방 소재 대학들이다. 상대적으로 수험생 선호도가 낮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지방 일반대와 전문대에서는 ‘미달 사태’가 빈번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올해는 고3 재학생이 주로 지원하는 수시모집부터 지방 소재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미달 현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정시모집까지 가더라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고3에게는 호재, 2021 대입 어떻게 준비할까…여전히 중심은 수시 = 대학들 입장에서는 정해진 인원조차 뽑지 못하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다. 대학 진학 기회가 한층 폭넓게 주어진다는 점에서다.

미달 사태가 본격화될 올해 대입에서도 고3 재학생들은 수시를 ‘중심축’으로 삼아야 할 전망이다. 정부가 대학들을 압박한 탓에 올해부터 정시모집이 늘었지만, 여전히 수시모집 인원의 비중이 올해 전체 대입 모집인원의 77%를 차지할 만큼 높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에서 우선 승부를 보는 대입전략은 올해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수시모집 중에서도 학생부를 주된 평가요소로 삼는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등 학생부위주전형을 우선 노려야 한다. 특히, 서울권 주요대학 진학을 계획하는 수험생들이라면, 올해 서울권 15개 주요대학 모집인원의 51.9%가 학생부위주전형이라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자신이 지닌 장·단점에 따라 대입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학생부가 좋지 못해 논술전형이나 정시모집인 수능위주전형 등으로 피치 못하게 시선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다만, 고3 재학생들에게는 정시모집 지원을 추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주요대학들이 내놓는 입시결과를 보면, 고3 재학생들은 정시모집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등록자 기준 대입 결과를 2년째 공개 중인 서울대의 경우 재학생이 정시모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5%에 그친다. 반면, 수시에서는 재학생이 89.4%를 차지하고 있어 보다 유리한 전형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나타낸다. 이는 서울대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고려대의 경우 정시에서 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서울대보다 더 낮은 31.9%에 불과하며, 한양대는 20%로 수치가 더 낮다. 

오 평가이사는 “최근 대입 결과를 보면 수능 중심 정시모집에서는 재수생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고3 재학생은 30% 정도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고3 재학생들의 합격비중이 높은 수시모집 규모가 큰 만큼 올해 고3들에게는 수시모집이 충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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