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율성·국립대 지원·입시 비리 척결 정책은 마련
일부 공약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낙제점’
공약 실현 가능성·세부 디테일에는 ‘아쉬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3주년 특별연설을 발표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발표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난 11일 취임 3주년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지율 70%를 상회하며 고공행진을 했다.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대중의 여론은 21대 총선에도 그대로 반영돼 ‘거여’ 구조를 만든 일등공신이 됐다. 반면 세부적인 공약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본지는 문재인 정부 취임 3주년을 맞이해 후보시절 공약과 집권 후 발표한 정책을 바탕으로 고등교육 관련 공약이 어디까지 이행됐는지 분석해봤다.

대학 자율권 보장 정책 이행은 됐지만 현장 반응은 갈려=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공약은 크게 △대학의 자율권 보장 △대학의 공공성 확보 △지역 중소규모 대학 및 국립대 발전 육성 △입시비리·사학비리 등 근절 등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대학 자율성 보장 공약은 국립대 총장 선출 시 대학 구성원의 자율권 보장과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및 대학 자율성 확대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립대 총장의 승인을 미루면서 방송통신대, 전주교대 등 총장 공석이 장기화됐다. 문재인 정부 첫 교육부 장관이었던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은 부산대 고현철 교수 추도식에서 “국립대 총장 후보 선출을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며 “재정지원사업으로 간선제를 유도해 온 방식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을 빌미로 국립대 총장 간선제를 유도해 오던 방식을 중단하고 사실상 직선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국립대학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대학이 자유롭게 후보 추천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사업 연계를 폐지하는 한편, 총장 선출방식에서 가점을 주던 기존의 방식도 삭제했다.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선출방식을 바꾼 대학들의 사업비 환수 등 불이익을 주던 조항도 없앴다.

대학재정지원사업도 개편됐다. 2018년 3월 교육부는 7개로 나뉘어 있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일반재정지원사업과 특수목적지원사업으로 단순화했다고 발표했다.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교육과 연구에 대학이 몰두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혁신지원사업이 도입됐다. 

정책적으론 대학의 자율성 보장에 대한 교두보가 마련됐지만 현장의 반응은 갈린다. 자율을 주창하면서도 사실상 대학을 압박하는 정책이 많다는 주장이다. 실제 대학가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학기본역량진단이 2021년 시행된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만 보더라도 등록금 환불 문제, 코로나19 방역과 원격 수업 준비에 따른 재정난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중심으로 대학 총장들은 “대학의 재정난 해결을 위해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 전환 등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황홍규 대교협 사무총장은 “대학이 요구하는 것은 대학이 가진 기능과 역할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공공성 확보…사실상 폐기수순에 낙제점= 그런가하면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공약도 있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이 대표적이다. 대학 서열화와 지역 불균형을 해결할 대안으로 등장했던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파기된 공약이라 볼 수 있다. 집권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빠진 데 이어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7대 혁신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국립대 육성사업’에 2018년 대비 700억원 늘어난 1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하면서 국립대에서도 “통합 네트워크 추진보다는 개별 국립대 지원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본지가 보도한 ‘잠자고 있는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정책, 불씨 살리려면?’ 제하의 기사에서도 국립대 관계자들조차 “현 시점에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실현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역시나 폐기 수순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던 공영형 사립대는 가까스로 불씨를 살린 모양새다. 2019년 시행하기로 했던 공영형 사립대 공약에 투입될 812억의 예산을 기재부가 전액 삭감했지만 상지대, 조선대, 평택대 등 3개 대학을 대상으로 정책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공영형 사립대 정책연구를 시작으로 일부 대학에서는 기대를 걸었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여전히 사립대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데 따른 정치권 내·외부의 반대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영형 사립대 추진 가능성에 대해 “예산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재의 판단”이라며 “정책연구를 비롯해 새로운 접근 논의도 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국립대 발전 등 방향성에는 합격점…디테일이 관건= 문재인 정부는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를 강조하며 국립대 육성에 공을 들였다. 대표적으로 기존 ‘국립대학 혁신사업(PoINT)’을 ‘국립대학육성사업’으로 변경했다. 지원방식도 바꿨다. 대학 간 경쟁을 통해 차등지원했던 방식에서 국립대의 재정, 학생 수, 교원 수 등 규모에 따라 지원액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국립대학육성사업으로 국립대에 지원되는 예산은 2019년에는 2018년 791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491억원 규모였다. 이 중 거점국립대 육성지원액은 2017년 93억원에서 2019년 895억원, 지역중심 국립대 육성지원액은 2017년 102억원에서 2019년 59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발표한 7대 대학혁신 지원 방안에 포함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안은 지역 대학을 살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지역대학에 대한 사업이 부처별·분야별로 분절된 채 운영되면서 지역발전과 연계한 지역대학 중심의 혁신에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을 통해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협업체계를 구축, 지역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도록 지원한다. 정책 발표 이후에 대학에서는 “정부의 큰 틀에서 지역대학 살리기, 지역인재 양성 등의 방향성에 공감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디테일이 아쉽다는 평가가 따른다. 한 지역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발표한 혁신과제가 그간의 나온 내용들을 한데 합친 정책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여전히 제도적 장치나 기회가 부족해 정부의 도움을 기다리기 전에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사태’로 입시 비리 청산 진정성에 ‘삐끗’…사학비리 근절은 지켜봐야= 박근혜 정부 시절 ‘이대 정유라’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는 ‘입시 비리’ 청산을 약속했다. 2018년 교육부가 ‘대학재정지원사업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을 개정해 투명한 입시·학사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매뉴얼에 따르면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려는 대학은 부정·비리로 최근 1년간 감사나 행정처분을 받으면 처분 수준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지원이 제한된다. 기존의 ‘최근 1년 이내’가 아니라 ‘2년 이내’로 처분 반영 기간을 늘렸다.

이처럼 매뉴얼은 마련됐지만 조국 전 장관의 딸 조 모 씨의 입시 문제가 터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입시 비리 청산의 진정성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법정다툼을 통해 실제로 조 씨가 입시에서 부정 입학한 사실에 드러날 경우에는 더 강력한 수준의 입시 비리 척결 요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입시 비리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던 공약은 시학 비리 척결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사립대의 운영 투명성 제고를 골자로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사학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일부 대학의 비리가 반복되고 구조적인 문제가 많아 제도개선이 필요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었다.

교육부는 △사학 회계 투명성 제고 △사학 법인 책무성 강화 △사학 운영 공공성 확대 △사립교원 권리보호 지원 △교육부 자체혁신 5개 분야에서 26개 제도개선 과제를 담았다고 밝혔다. 사학혁신방안에 따라 대학은 학교법인 임원 간 친족관계를 고시하고,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 수를 공시해야 하도록 했다. 업무 추진비 공개 대상을 이사장으로 확대한데 이어 대학 감사결과도 전문을 공개하고 감사처분 기준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대학의 자율성 압박’과 ‘더 강력한 사학법 개정 필요’라는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다. 대교협은 “일부 대학에 적용되는 사학혁신을 빌미로 대학의 자율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한편 사교련은 “사학법 개정이 지지부진해 정부의 개혁의지가 의심된다”며 “사학법 개정이 어렵다면 사립대학법 신설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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