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성착취물 제작·공유 대화방)’ 개설·운영자의 실체가 속속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1호 개설자 문형욱(대화명 갓갓)부터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까지 실체를 보면, 이중성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문형욱은 대학생이다. 주변 지인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주변인과 마찰을 일으키거나 사건·사고에 휘말린 일도 없었다' 등으로 문형욱을 기억했다. 조주빈은 학보사 기자를 지내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역시 겉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평범함’으로 가장한 가면 속의 악마성이 드러났다. 피해는 여성들의 몫이었다.

정부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근절 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 확립을 비롯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강화 △처벌 및 보호의 사각지대 해소 △중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이 골자다.

따라서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통상 중대 범죄와 사건이 발생하면 국민적 공분과 여론을 타고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국민적 공분과 여론이 가라앉으면 정부의 대책 추진 동력도 식는다. 재발 사건이 터지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다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 즉 제2의 박사와 갓갓 퇴출을 위해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가 완전히 뿌리 뽑힐 때까지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학가의 역할도 필요하다. 문형욱과 조주빈이 대학교육을 받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크다. 이에 대학가는 재학생들이 올바른 성윤리관을 갖출 수 있도록 성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공문과 함께 폭력예방교육 지침을 보내 성교육 조기 실시를 요청했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대학가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성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이 요구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범죄와 사건 발생 이후는 늦다. 결국 예방이 최선이다. 예방의 지름길은 교육이다. 특히 대학가는 지성의 전당이다. 대학가가 지성의 힘을 발휘, 성윤리 확립과 성범죄 예방 교육에 앞장선다면 제2의 박사와 갓갓을 근절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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