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행정안전부)
(이미지 출처=행정안전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정부가 11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 수령한 가구는 모두 1426만1313가구다. 전체 2171만 가구의 65.7%에 해당한다. 신청금액은 총 8조9121억8600만원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도입됐다. 국민들의 생계를 지원한다는 목적이 가장 크고, 소비 지출을 유도해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경기 부양의 성격도 띄는 정책이다.

■ ‘하위 50%’ → ‘70%’ →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 코로나19로 입은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도입 필요성에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정책의 지원 범위를 두고서는 한동안 논란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나라의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기획재정부(기재부)는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소득 하위 50%’에게만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지원 대상 범위를 더 넓히라는 요구가 잇따랐고, 기재부는 ‘소득 하위 70% 대상’으로 지원 범위를 늘렸다. 급기야 4‧15 총선이 다가오자, 여‧야를 막론하고 ‘전 국민 지급 대상’으로 넓혀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전 국민 지급 대상’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를 전 국민으로 넓힐 경우, 발행해야 할 적자 국채가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상위층도 세금을 내고 있는데, 이들도 수혜 범위에 들어가야 한다’는 형평과 공정의 논리, ‘나라가 빚더미에 앉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재정 건전성의 논리가 상충한 끝에, 결국 정부는 ‘전 국민 대상 지급’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원 범위를 결정했다.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들었지만, 정부의 예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의사’ 공개표명 잇따라 =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서였을까, 정부 고위층과 여당 지도부를 시작으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기부 의사 공개 표명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7일 긴급재난지원금 60만원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공개표명이 이어졌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청 과정에서 전액 또는 일부를 선택해 기부할 수 있고, 신청하지 않으면 ‘자동 기부’가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부의사 공개표명’을 두고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를 결정한 이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자칫 ‘기부 공개표명’이 ‘반강제적 기부’ 문화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소비 지출을 유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기부만이 미덕이 아니라 ‘수령‧소비’ 역시 선(善)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 전문대학 총장들 “전 국민 지급방안 동의···기부 공개표명은 부정적” = 본지는 전국 주요 전문대학 총장들에게 ‘기부’와 ‘소비’에 대한 의미, ‘재난지원금’이 가져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13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취재에서 38명의 총장들이 전화와 서면으로 답변을 전해왔다.

긴급재난지원금 도입에 대해서는 대부분 총장들이 필요한 정책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지원 범위’와 ‘기부‧소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지원 범위와 관련한 질문에서, 전체 총장의 60.5%가 ‘전 국민 지급’ 방안에 동의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초 기재부가 설계했던 ‘소득 하위 70% 대상’ 지급안에 동의한 총장은 39.5%로 집계됐다.

‘전 국민 지급’ 방안에 동의한 조순계 조선이공대학교 총장은 “지역민들의 적절한 소비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전 국민 지급’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와 생산, 소득 측면에서 악순환이 반복되며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와 생활 안정화를 위해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권 A대 총장 역시 ‘전 국민 지급’ 방안을 지지했다. 그는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자체로 침체된 국민들의 분위기를 일시에 상승시킬 수 있었다”며 “사용처를 제한‧지정해 소비를 촉진시키고, 이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가 당연히 수반될 수 있는 긍정적인 지급 방안”이라고 답했다.

반면 ‘소득 하위 70% 대상’ 지급안에 동의한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대구보건대학교 총장)은 “매달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 직장인과 고소득 수입자들에게는 재난지원금을 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영업자와 일용직,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들에게 더 많은 재난지원금이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역시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무너져가는 소상공인과 현재 국가로부터 사회복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급돼야 한다”고 답했다.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와 ‘수령‧소비’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89.5%의 총장들이 ‘기부 의사가 있다(수령하지 않겠다)’고 답했고, ‘지원금을 수령하겠다’고 밝힌 총장은 10.5%로 조사됐다.

‘기부 의사가 있다’고 답한 총장들은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더욱 어려운 이들에게 지원금이 쓰여야 한다는 이유에서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기부된 금액이 ‘투명하게 집행’되고, 국민 생활 안정이라는 목적에 꼭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반면 ‘지원금을 수령하겠다’고 밝힌 총장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취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남권 B대 총장은 “재난지원금의 목적은 코로나19로 인한 예상 밖의 지출에 대한 보조금 명목, 지역 상권 침체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있다”며 “기부를 통한 국고 환수보다는 생활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역 시장으로의 소비 촉진에 사용하는 것이 이번 재난지원금의 용도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부의사 공개표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기부’와 ‘수령‧소비’ 응답비율과 정확히 반대로, ‘기부의사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89.5%, ‘기부 동참 문화가 이어져야 한다’가 10.5%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권 C대 총장은 “기부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반강제적인 기부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며 “공개표명은 불필요하다. 이번 재난지원금은 진정한 ‘기부’라기보다는 ‘수령하지 않는 것’으로 그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호남권 D대 총장은 “많은 사람들이 긴급재난지원금 기부행렬에 동참하고 있는데, 긍정적으로 본다”며 “건전한 기부 참여 문화가 조성되고, 공개표명을 통해 널리 확산된다면 어려운 시기 우리 사회의 결속을 한층 더 다지고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로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총장단은 위축됐던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국민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활력이 되는 정책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대학들 역시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을 맞고 있는 만큼, 정부 당국자들이 이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제언했다.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은 “많은 대학들이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방역 등 일부 금액을 혁신지원사업비로 지출할 수 있게 했지만, 올해 사업평가 지표가 달라지지 않는 한 필요한 곳에 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정부의 진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