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대학혁신지원사업 사업비 집행 지침 개정 가능성이 예고됐다. 교육부가 현 ‘포지티브(positive)’ 성격의 사업비 집행 규정을 ‘네거티브(negative)’ 성격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교육부의 이러한 개정 작업에 교육 현장 전문가들의 다양한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김일수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업비 집행 지침을 개정하고 있다”며 “대학혁신을 위한 ‘일반재정지원’ 성격의 사업인 만큼, 핵심 제한 기준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면 대학의 집행 기준을 완화하는 쪽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허가한 집행만 가능 ‘포지티브’…소극적 운영 키우는 꼴 = 현행 대학혁신지원사업 사업비 집행 지침은 ‘포지티브’ 성격이 강하다. 정부가 미리 정해 놓은 범위에 해당(positive)하는 경우에만, 대학들은 사업비를 집행할 수 있다. 대학교육 혁신 역량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은 대학이라 하더라도, 대학이 설계한 사업계획이 교육부가 허락한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수고가 뒤따른다.

대학마다 특성화 계획과 발전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정해 놓은 사업비 집행 규정이 오히려 대학 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지금까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교육혁신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업비 집행 지침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적극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사업비를 집행하면 안 되는 경우만 제시하고, 이를 제외한 모든 경우에 대해서는 대학들이 자유롭게 사업비를 쓸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거티브’ 개정 “대학 자율성 커질 것”…‘시설 보수’ ‘강사료’ 지침 개정 시급 = 대학혁신지원사업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 방침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확대할 수 있고, 사업 성과 측면에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은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성 높은 사업비 집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대학에서 계획한 사업별 특성,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부 ‘집행 기준’과 조금이라도 상이한 부분이 발생하면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회승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회장(충북보건과학대학교 기획처장)은 “코로나19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또 닥쳤을 때 능동적으로 선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포지티브’ 방식은 집행기준의 해석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사업비 환수를 염두에 두고 엄격하게 해석을 하다보면 집행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책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 관계자들은 현 사업비 집행 기준 가운데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정돼야 할 조항들로, ‘교육환경 개선비(시설 유지보수비)’와 ‘강사 인건비(강사료)’를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이계철 군장대학교 총장은 “사업계획서에 반영되지 않은 시설 유지보수비 집행의 제한이 시급히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신규 프로그램을 수행하다 보면 기존 시설을 긴급히 개보수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현재는 계획서에 반영되지 않은 시설 보수가 불가능해, 혁신 신규 프로그램을 차기년도로 이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남우 울산과학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역시 “학교 시설의 리모델링이 시급하지만 강의실 방수공사 등을 하나하나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 문의해야 한다”며 “문의하는 측과 대답하는 측 모두가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이 부분(교육환경 개선비)에 대한 개정이 먼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강사료에 대한 집행 지침도 ‘네거티브’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행 ‘강사 인건비’에 대한 집행 지침을 보면,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사업계획서에 포함돼 개발‧추진되는 강좌를 담당하는 신규채용 강사의 인건비”에 쓸 수(positive) 있다고 나와 있다.

정회승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회장은 “현행 기준으로는 ‘강좌의 범위’에 대한 해석에 따라 적용 과목이 매우 소규모로 위축되는 경우가 생긴다”며 “‘신규채용 강사’라는 기준에 의해 2019년에 신규 채용한 강사 인건비는 2020년에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 ‘포지티브’ 방식으로는 사업계획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해석이 당국으로부터 내려질 경우, 집행하지 못하거나 이미 집행한 일로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대학별, 전공별, 강좌별 특성이 모두 다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강사를 채용해 교육 혁신과 성과 달성을 이루기 위해 집행 지침이 개정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은 “예외조항을 열거한 뒤, 이 조항에만 해당되지 않으면(negative) 채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OO한 경우는 집행 불가’ 등의 개정으로 불가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방면에 집행이 가능하도록 해, 대학의 특성화(혁신) 계획에 맞는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평가’ 연동 체제도 뜯어고쳐야 “교육적‧시간적 손실 너무 커” = 교육계는 이번 사업비 집행 개정과 더불어 정부의 ‘대학 평가 결과’와 연동한 사업 선정 방식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박주희 회장은 “대학기본역량진단, 연차평가 등 결과와 결부돼 사업 수주, 운영이 결정되면서 이를 준비하는 대학의 교육적‧시간적 손실이 적지 않다”며 “정부 평가의 통합 운영과 기준 완화, OECD 평균 이상의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해 국가 미래 인력 양성 목적을 확립할 수 있는 쪽으로 혁신지원사업이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회승 회장 역시 “권역별 대학 간 상호 경쟁으로 차등지원을 실시하고 있어, 진정한 소통과 협력이 불가능한 체제”라며 “대학이 협력해 공동 발전할 수 있도록 평가의 기본 틀이 변경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계철 총장은 “성인학습자와 외국인 유학생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더욱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대학 생존과 지방대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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