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대비 원격수업 인프라 사전준비 ‘주효’
자체 모델 ‘다빈치러닝’ 등 활용, 질 높은 콘텐츠 마련
총장이 직접 나서 구성원들과 적극 소통, 학생들 ‘긍정 반응’

(사진=중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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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예고 없이 찾아든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대학가에서는 유례없는 원격수업이 실시되는 중이다. 원격수업은 수업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자칫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수업 방식이다. 하지만, 중앙대학교(총장 박상규)는 달랐다. 혼란이 클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성공적으로 원격수업을 정착시켰다. 원격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어떻게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는지 중앙대의 사례를 면밀히 탐구해 봤다. 

■‘전면’ 원격수업 가능케 만든 인프라, 미래교육 위해 2년 전부터 준비 = 중앙대는 올해 ‘전면’이라 불릴 만한 밀도 높은 원격수업을 시행하는 중이다. 올해 1학기에만 총 4659개의 원격수업을 개설했다. 현재는 대면수업이 필요한 576개의 실기과목을 제외한 4083개 강좌를 원격수업으로 진행한다. 

원격수업은 ‘투 트랙’ 방식으로 진행한다. ZOOM 앱을 활용한 실시간 화상수업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한편, 사전 녹화된 강의 영상을 시청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중앙대가 이처럼 원격수업을 전면 실시하는 것은 그간 구축해 온 원격수업 인프라가 있기에 가능했다. 중앙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 원격수업에 공을 들여왔다. 하버드대·예일대 등이 사용하는 학습 플랫폼 캔버스(Canvas)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차세대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플랫폼을 2018년 도입했다. LMS용 WEB 서버 12중화, DB 서버 8중화, 스토리지 확충 등을 통해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애썼다. 

(사진=중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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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크(MOOC) 멀티 스튜디오, 첨단 강의실 등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 원격수업의 토대도 마련했다. 무크 멀티 스튜디오는 고품격 강의 콘텐츠를 촬영·녹화할 수 있는 다목적 종합 스튜디오와 별도의 강의 콘텐츠 촬영 인력 보조 없이 학습 콘텐츠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4개 SELF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방송 스튜디오 수준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무크 멀티 스튜디오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차세대 LMS 플랫폼 도입에 발맞춰 클라우드 서비스도 2018년부터 도입·활용했다.  CMS(Content Management System) 클라우드 서비스, CDN(Content Delivery Network) 서비스 등을 통해 학내 전 구성원이 학습을 진행하는 데 있어 무리가 없도록 시스템과 인프라를 확충했다. CMS Web, Was 서버를 8중화하고, 동영상 변환 서버를 20중화했으며, 스토리지와 네트워크도 60TB 이상 확장해 원격수업에 필요한 학습 자료들을 원활히 제공했다.  

■자체 교수학습모델 ‘다빈치러닝’, 다빈치 클래스룸 추가 구축 = 중앙대는 현재 자체 특화 교수학습모델인 ‘다빈치 러닝’을 실시 중이다. 다빈치러닝은 학생성장을 돕는 강의 시스템으로 학생참여를 강조한다. 수업 전·중·후 활동을 통해 학생의 역량 향상을 이끌어 내는 수업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수업 전 교수가 준비한 영상을 학습하고, 수업 중에는 토론과 문제해결을 중심으로 학생 참여 수업이 이뤄진다. 수업 후에는 학습내용을 심화 적용하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원격수업과 토론 등 협력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다빈치 클래스룸을 17개실 구축했다. 다빈치 클래스룸에서는 온라인 실시간 강의뿐 아니라 동영상 강의 촬영, 학생 간 또는 학생-교수 간 자료 공유 등 상호 작용이 활발히 이뤄진다. 올해에는 토론형 다빈치 클래스룸과 원격수업 장비가 구축된 첨단형 다빈치 클래스룸 10개실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교수들은 첨단형 강의실을 통해 직접 강의를 촬영한 후 LMS에 탑재할 수 있을 예정이다. 

■원격수업 질을 결정하는 것은 교수자, 콘텐츠 제작 조력에 총력 = 중앙대는 현재 원활한 원격수업 진행을 위해 교수자들을 위한 원격수업 가이드라인과 온라인 튜터리얼을 제공하고 있다. 원격수업에 낯선 교수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손쉽게 강의 콘텐츠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교수자 자가진단 방법도 추가로 제공한다. 원격수업의 설계 원리와 수업 개발을 위한 점검사항 등을 상세히 안내할 필요가 컸기 때문이다. 교수자가 점검해야 할 체크 포인트를 제시함으로써 학습자와 교수자, 학습자와 학습자 간 온라인 상호작용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중앙대는 강의 콘텐츠 제작 솔루션과 실시간 화상강의 라이센스도 도입해 실행할 예정이다. 보다 간편히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업의 질을 더욱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다. 비대면 실시간 수업에 활용 가능한 실시간 화상강의 라이센스도 전반적인 학기 운영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사진=중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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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데이터 통합 시스템, ‘맞춤형 원격수업 프로그램’ 단초 마련 = 중앙대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큰 미래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구축한 학습데이터통합시스템(LRS, Learning Record Store)를 활용해 누적된 원격수업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맞춤형 원격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중앙대는 원격교육의 학습경로를 단일화한 상태다. 검증되지 않은 외부 플랫폼에서의 학습활동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효율적인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단일 플랫폼에서의 학습활동을 통해 누적된 데이터는 추후 원격교육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의 결과를 가장 효과적으로 축적·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학습 분석 분야다. 학습 분석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며 “온라인 학습을 통해 누적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토대로 삼는다면, 교수학습의 질적 층위를 극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총장이 직접 나서 ‘소통 진두지휘’…학생 만족도 ‘UP’ = 중앙대가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을 이처럼 슬기롭게 대응하는 데 있어서는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과의 ‘소통’을 강화한 것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특히, 중앙대는 올해 3월 취임한 박상규 총장이 직접 나서 학생들과의 소통을 진두지휘하는 중이다.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과 적극 소통한 결과 전 구성원이 한 데 뭉쳐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중앙대 학생들은 이러한 학교의 대응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중앙대 학내 방송인 UBS가 지난달 재학생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총장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사례가 59.4%였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사례가 24.9%였으며, 부정적이라 응답한 경우는 15.8%로 매우 낮았다. ‘학업 관련 대응’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14.6%에 그치는 등 코로나19에 대한 학교의 대응이 효율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학생들은 ‘안전 관련 대응’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총장의 안전 관련 대응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69.8%나 됐다.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되던 시점부터 “구성원들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내걸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학생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이 학교 측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태 초기부터 중앙대가 적극적으로 학생들과 소통한 데 따른 결과물로 보인다. 중앙대는 올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권고사항을 내놓은 데 이어 발 빠르게 홈페이지에 ‘코로나19 감염예방 수칙 및 대학 대응방안 안내’ 게시판을 신설해 학내 현황을 구성원들과 공유했다. 2월에는 박 총장이 직접 ‘학부모님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2주 개강 연기 소식과 이후 계획, 안전관리 대책 등에 대해 안내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중앙대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추가로 개강 연기를 결정할 때마다 박 총장이 직접 나서 현 상황을 설명하고, 향후 구상 중인 대응책 등을 공유해 구성원들이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애썼다. 결국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음에 따라 일부 실기과목 등 예외를 제외하고는 1학기를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박 총장이 직접 학생들에게 향후 일정 등을 안내했다. 

학생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와 소통은 신입생들에게도 이어졌다. 중앙대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생활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20학번 신입생들을 위해 총장 서신과 명찰, 대학 배지, 다이어리, 추천도서 등으로 구성된 ‘신입생 Welcome Gift 패키지’를 배부했다. 박 총장은 함께 보낸 서신을 통해 “총장이 되고 나서 처음 만나는 신입생 여러분과의 대면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기대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게 돼 작은 선물”을 보내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속한 단과대학에서 교수님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 책자, 하나하나가 중앙의 미래이고 주인공인 여러분의 소중한 이름을 새긴 각자의 명찰, 대학생활의 단편을 기록할 다이어리, 모교인 중앙을 환하게 빛내 달라는 당부의 의미로 학교 엠블럼을 뱃지로 만들어 보냅니다. 몸과 마음을 잘 충전하고 건강하게 캠퍼스에서 만납시다”라고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중앙대의 학생들을 위한 소통은 현재진행이다. 최근에는 대화형 AI챗봇 서비스도 오픈했다. 재학생들은 행정실을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챗봇을 통해 학적·수업·성적·장학·편의시설 이용 등 대학생활 전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중앙대의 AI챗봇은 그리팅 메시지, 퀵 메뉴, 질의어 자동완성 등 기존 챗봇들과 차별화된 기능도 갖췄다. 향후 제공 대상 확대 및 다국어 지원 등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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