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수능일 일정 변경과 관련, 비슷한 시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교육부와 대학 현장에서는 수능 일정 변경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공론화 가능성조차 낮게 점치고 있는 모습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수능일 일정 변경과 관련, 비슷한 시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교육부와 대학 현장에서는 수능 일정 변경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공론화 가능성조차 낮게 점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현재로서는 수능 일정을 더 미룰만한 기준이 없다며, 수능일 변경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수능을 한 달 더 연기해야 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답하면서, 교육청과 교육부 간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에서는 조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하나의 주장일 뿐’이라는 반응이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해 실제 공론화 단계로까지 발전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 18일 서울교육청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될 경우, 수능을 한 달까지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능 일정 연기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한 이날 조 교육감의 발언은 ‘학생 안전’에 무게를 둔 것으로 읽히지만, 이같은 주장은 교육부의 현재 방침과는 상반된 입장이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14일에 이어 21일에도 브리핑을 통해 “대학 입시와 관련된 것은 기존 발표된 것에서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수능 등 대입 일정 변경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 수능일은 당초 11월 19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2주를 미뤄 12월 3일로 연기된 상황이다. 하지만 조 교육감 말대로 한 달 정도를 더 미루게 된다면, 수능은 올해가 아닌 내년 1월 초에 실시하며, 성적 통지일은 1월 말 이뤄지게 된다. 대학 입시 일정 역시 더 밀려 2월에서 3월 사이 실시해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조 교육감은 “대학이 4월 1일 개학하는 것도 불가능할 게 없다”며 “수능 한 달 연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교육부를 비롯한 대학 관계자들은 조희연 교육감이 학부모 등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내놓은 ‘하나의 주장’일 뿐이라며,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하고 있다.

교육부 내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능 연기와 대학 4월 개학은 전혀 검토를 안 하고 있다”며 “대입과 (대학)개교는 수능과 연계시켜서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정리를 해주는 사안이다. 교육감 발언은 그냥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담당과에서 검토할 계획은 현재까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자치단체’라고 볼 수 있는 서울시교육청과 ‘중앙 정부부처’인 교육부 사이에서 ‘수능 일정 변경’을 바라보는 시각차를 확인할 수 있는 가운데, ‘현실 가능성’에 대한 평가도 낮게 점쳐진다. 조 교육감의 발언은 수능이 ‘겨울’에 치러진다는 점을 깊이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왔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교육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능일을 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날씨’”라며 “수능 일정을 정할 때 ‘눈이 내리는 것’과 ‘한파 가능성’ 등 여러 기후 요소도 연관해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수능 일정이 보통 11월에 정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가 12월부터 본격적인 겨울철 기후에 돌입하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기상 기록을 보면, 12월 첫 날부터 강원내륙과 산간지역에는 눈이 내렸고, 전국이 영하권으로 기온이 떨어지며 절정의 추위를 보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12월 중순 이후나 1월 초에 수능이 치러질 경우, 시험 당일 한파로 인한 수험생의 건강 문제, 눈이 내리게 되면 ‘시험장 도착 지연’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예전 대입시험 제도였던 학력고사는 12월 중순에 치러지기도 했다”며 “12월 이후로 (수능일이) 된다고 하면 당연히 기상 등 부분에서도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대입 평가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점 역시 수능일을 더 미루는 것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수능이 연기되면 (수능 성적이 필요한) 일반대 입시 평가, 대학 등록 일정도 모두 줄지어 연기할 수밖에 없다”며 “간호학과 등 전문대 모집일정, 수시 미충원 인원에 대한 추가모집 등 수험생, 학부모, 대학 관계자들의 혼선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실습‧실기‧면접 평가가 짧은 기간 사이에 대학별로 중복될 수도 있는 등 발생 변수가 많은 만큼 (수능일 변경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대입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을 물론 알고 있지만 ‘학생 안전’ 취지에 더 무게를 둔 발언이라고 이해했으면 한다”며 “현재의 학생 등교일이나 수능일에 압박을 받지 말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달 연기’라는 것도 구체적인 일정으로 못을 박자는 것이 아니”라며 “현재 정해진 것이 ‘데드라인’은 아니므로 일정을 더 미룰 여유는 여전히 충분하다는 뜻으로 해석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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