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인생은 생존게임, 문제는 방법이다.’

이 말은 필자가 어느 고등학교 1학년 대상 진로·진학 설명회를 하면서 한 첫 문장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인생 자체가 생존하기 위한 노력과 게임이다.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여러 가지 숭고한 목적이 있는데, 인생을 생존게임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형이하학적인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생명과학을 가르치면서 깨달은 것은, 모든 생물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는 것과 자기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과 행위가 모든 생명 활동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모든 정신적인 가치를 떠나서 그렇다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생존게임은 다른 사람을 밟고 내가 서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을 때 스스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피해를 주는 게임이 아니다. 사회나 기업에서 필요한 역량을 키워서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야만 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서로 승자가 될 수 있는 게임이다. 각자가 원하는 일을 하는 능력을 키운다면, 모두가 그 게임에서 승자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은, 나를 발전시키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모두 발전하게 되면 새로운 진로가 생기는 게임이다. 그러니 남을 탓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생존게임은 한 개인이 살아가기 위한 능력에 좌우되는데 경제력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생존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생존에 필요한 경제력을 어떻게 획득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고등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이라고 생각하는 학교에 진학하려고 애를 쓰는 것도 그 이유이다. 대학생들이 조금 더 좋은 기업에 취업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래야만 생존에 필요한 경제력을 더 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 생존게임, 즉 경제력 게임에서 문제는 방법이다. 그 방법은 경제력을 얻거나 크게 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여러 가지 과목과 기술, 그리고 자기 발전은 바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거치면 인정받는 역량을 갖게 되고, 그 역량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경제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바로 생존게임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는 중요한 선택이고, 이런 선택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생존에 필요한 경제력을 좀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잘하도록 돕는 교육이 진로교육이고 직업교육이다.

지난 몇 달간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가 봉쇄됐고, 사회적 접촉이 금지됐으며, 경제가 거의 마비되거나 아사 지경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위해서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했다. 우리나라도 재난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현금을 지급했다. 필자도 국가로부터 재난 지원금을 받았다. 나의 땀을 흘리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돈이라 기쁘기도 했으며, 돈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많은 국가들이 재난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돈이 생존에 필요한 가장 강력한 도구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돈이 없다면 당장 죽을 수도 있다. 외국의 어느 나라에서는 돈이 없어 코로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부자들은 이 시기에 많은 돈을 벌면서 여유 있는 삶을 즐겼다고 했다. 경제력의 차이에서 오는 엄청난 생존 가능성의 차이다. 그 경제력은 각 개인이 어떤 일에 종사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그런 결과는 진로교육을 어떻게 받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인생은 생존게임인데 경제력이 가장 큰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제력은 어떤 진로를 선택하고 어떤 직업을 갖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노력하고, 시대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변화의 길목에 서서 기다리는 안목과 통찰력도 필요하다. 그것이 가능할 때, 생존게임인 인생에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생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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