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A. 리베라 지음, 이희령 옮김 《그들만의 채용 리그》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아이비리그뿐만 아니라 국내 상위권 대학에서도 금수저 출신들의 입학이 두드러지고 있다. 집안 배경이 교육의 수준과 대학 입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이제 정설이 됐다. 그러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어떻게 고소득 엘리트 직업, 즉 골드만삭스의 펀드매니저나 맥킨지의 컨설턴트가 되는지, 서울대 로스쿨 졸업자 중 어떤 이들이 대형 로펌 변호사가 되고 어떤 이들이 스스로 개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경영학자이자 사회학자이기도 한 저자 로런A. 리베라는 부모의 배경에 힘입어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고임금 일자리까지 꿰차는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한다. 대학 혹은 대학원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에게 억대 연봉을 건네는 세 종류의 회사 즉 투자은행, 경영 컨설팅 회사, 대형 로펌의 채용 현장이 그 타깃이다. 그는 서류 심사와 면접에 관여하는 120명(회사 유형별로 각 40명)의 관계자를 심층 인터뷰하고, 그중 한 곳의 인사팀에 인턴으로 입사해 9개월간 면접과 최종 심사 과정을 관찰하고, 6개월간 캠퍼스 채용설명회와 취업박람회에 참여해 구직자 행세를 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밀착취재로 그들만의 은밀한 채용 현장을 낱낱이 파헤친다.

직원을 뽑는 일은 기업의 이해가 걸린 중요한 사안이지만 지은이가 밝혀낸 그들의 심사 방식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주관적이고 허술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학벌과 출신 배경을 강점으로 인지하고 자신들과 비슷한 부류를 대놓고 선호했다. 명문대라는 간판을 지성과 동일시해 특정 학교 졸업생을 맹목적으로 욕심내고 업무와 관련한 전문적 역량보다 지원자들의 출신 배경, 취미활동, 개인적 호감도 등을 문화적 적합성이라는 명목으로 중요하게 평가했다. 당연하게도, 명문대 졸업생이 아니거나 명문대 졸업생임에도 전형적인 상류층 출신이 아닌 지원자들은 이들 회사에 입사하는 행운을 누릴 수 없었다.

저자는 사회와 기업 모두에 유의미한 제안을 내놓는다. 채용 과정에서 운동장이 기울어지지 않았는지 감시하고 살피는 것이 특권의 재생산을 방지함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뿐 아니라 업무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 없이 개인적 호감도에 의존해 직원을 채용하는 많은 조직이 되새겨야 할 지점이다. 또한 이 책에는 지은이는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구직자들을 위한 ‘꿀팁’이 대거 포함돼 있다. 사회학자든, 기업가든, 구직자든 신선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로런 A. 리베라는 예일대에서 사회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소득층 이민자 가정 출신의 여성으로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모니터 딜로이트’에서 일한 바 있는, ‘비전형적’ 배경의 엘리트다. 전형적 배경 출신의 엘리트 집단이 고임금 일자리를 독차지하는 현상을 주목하여 2년에 걸쳐 이들 기업의 채용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차별적인 채용 관행을 들춰냈다. 이 책은 그 결과물로, 출간과 동시에 다수의 기관에서 사회학 및 비즈니스 분야 최고의 도서로 선정됐다. 현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식의 날개/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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