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치용 코넬대 연구원(자유기고가)

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엄치용 코넬대 연구원

전 세계적으로 약 540만 명 이상의 감염자와 34만 명 이상의 희생자(2020년 5월 25일 기준)를 낸 코로나19와의 싸움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전쟁은 대량실업을 유발하며 세계 경제를 암울한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백신 개발이 사태 해결의 유일한 돌파구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 17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있으며, 모더나와 화이자 등 최소 8개 회사가 인체실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 잉글스비 국장은 올해 내에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제너연구소는 더 나아가 9월 백신 생산을 목표로 임상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19 이후 인류에게 찾아올 팬데믹의 모습과 대응체계다.

과연 다음의 팬데믹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과학자들은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경고다. 항생제가 세균 감염에 대해 많은 인명을 구했지만, 세균은 이에 대응한 생존전략으로 인류가 개발한 어떤 항생제에도 견딜 수 있는 ‘슈퍼 버그’를 탄생시켰다.

영국의 경제전문가 짐 오닐(Jim O’neill)은 2016년 발표한 ‘항생제내성보고서’에서 항생제 내성 확대에 대한 대응 노력을 시작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연간 천만 명의 항생제 내성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50년까지 130만 명의 유럽 인구가 항생제 내성세균으로 사망하리라 추측했으며 미국질병관리본부는 2013년에만 항생제 내성세균으로 인해 200만 명의 미국인이 감염되고, 2만3000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항생제 사용 빈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적절한 항생제의 선택과 사용 및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는 돌연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경고다. 약 2000만 명이 사망한 1918년의 스페인 독감(H1N1), 100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1957년의 아시아독감(H2N2) 그리고 70만 명의 사망자를 낸 1968년의 홍콩독감(H3N2)이 모두 인플루엔자가 주범이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확률적으로 198가지 형태의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 외부형태를 쉽게 바꾸는 바이러스의 생존전략 때문이다. 조류인플루엔자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최근 H5N1, H5N6 및 H7N9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많은 국내 양계업계가 피해를 봤다. 문제는 인플루엔자 간 변이를 통해 조류인플루엔자 숙주가 인간에게까지 확대되는 경우다. 정부는 이미 감염병에 관한 선제 연구와 상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질병관리본부 내에 내년도 ‘국립감염병연구소’ 설립을 확정, 발표했다. 연구 내용에 198가지의 인플루엔자 항원성 물질을 확보해 비상상황에서 항체와 치료제를 조속히 개발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세 번째의 경고는 유전자 합성과 유전자 조작에 관한 것이다. 2011년 네덜란드의 론 푸시에(Ron Fouchier) 박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H5N1 바이러스를 만들고 이를 흰 족제비에 감염시킨 실험을 시행, 많은 논쟁을 일으켰다. 연구결과가 의도적 혹은 사고를 통해 실험실 밖으로 유출됐을 때에 대한 위험 논란이다. 2017년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팀은 1억 원 내외의 비용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진 말의 천연두 바이러스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합성 비용은 점점 낮아져 이제는 수천 달러의 비용으로 합성 생물학 무기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이와 함께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기술에 관한 우려다. 이 기술은 쉽게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다. 질병 치료나 작물개량 등에 쓰일 수 있는 유용성과 함께 인체에 치명적인 슈퍼버그나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는 야누스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유전자 합성, 조작, 변이에 관한 국가적 수준의 관리체계가 확고히 유지돼야 한다.

마지막 경고는 기후위기에 관한 것이다. 남극 기온이 섭씨 20도를 기록하는가 하면, 지표면과 해수면의 평균기온이 기록적 수치를 보이고 있다. 빙하의 해빙은 오랜 시간 얼음에 갇혀 있던 많은 고세균과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기후위기는 태풍과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와 맞물려, 팬데믹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탄소중립정책 지속과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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