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불구 대형학원 사설 모의고사 응시인원 증가
코로나19 학평으로 고3 불안감 가중, 사설 모의고사 해답될까? 
학평 중요성 높지 않아, N수생 없어 면밀한 수준 파악 어려워 
6월 모평 통해 본인 위치 확인하면 충분, 사설 모의고사 피해야
‘N수생 득실득실’ 사설 모의고사, ‘자신감 하락 우려’ 커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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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불리한 고3’이라는 평가를 받는 재학생들의 심정은 한층 더 답답하기만 하다. 집단감염 위험성으로 인해 예정보다 80여 일 가량 늦게 등교개학이 이뤄진 것도 모자라 자신의 ‘실력 검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두 차례 학평이 시행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채점 결과가 제공되지 않거나 일부 재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응시하는 등 예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예년처럼 학평을 통해 자신의 수준과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깜깜이’ 상황을 고3들이 맞닥뜨리게 됐다는 얘기다. 

이처럼 학평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됨에 따라 대형학원들이 운영하는 사설 모의고사들은 ‘호황’이다. 자신의 실력 검증을 원하는 재학생들이 몰리면서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했음에도 응시자가 지난해 대비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사설 모의고사에 뛰어 들어야 할 필요는 낮다는 게 교육계의 일관된 평가다. 실력 검증이 절실한 재학생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6월 모평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N수생들이 대거 응시하는 사설 모의고사의 특성상 고3들은 상대적으로 학평·모평 대비 좋지 못한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자신감만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본래 학평은 N수생이 응시하지 않는 시험이기에 객관적 실력 검증과는 거리가 멀어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평에서 면밀한 채점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고3에게 큰 불이익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도 더해진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늘어난 사설 모의고사 응시인원 = 최근 학원가에 따르면, 대형학원들이 운영하는 ‘사설 모의고사’ 응시인원이 예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수험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사설 모의고사 중에서는 대성학원과 종로학원에서 운영하는 시험의 인지도가 가장 높다. 종로학원이 운영하는 사설 모의고사의 경우 지난해 동일한 시기와 비교했을 때 응시인원이 30% 정도 늘어났다. 학원을 다니는 원생들과 외부에서 시험을 신청한 인원들을 모두 합산했을 때 수치다. 

대성학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원 방문이 어렵고, 고교에서도 등교개학이 미뤄진 탓에 학생들을 한 곳에 모아 모의고사를 실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오프라인을 합산하면 모의고사 응시인원은 지난해 대비 늘어났다. 

이처럼 사설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인원이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학령인구 감소 2년차를 맞이하면서 ‘수험생’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3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고2 인원을 기반으로 추정한 올해 고3 학생 수는 44만 5479명이다. 이는 지난해 고3 학생 수인 50만 1616명과 비교했을 때 5만 6000여 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올해는 처음으로 고3이 일반대·전문대 수시 모집인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해다. 올해 일반대는 26만 7374명, 전문대는 17만 9486명을 수시에서 각각 모집한다. 일반대와 전문대를 합산한 전체 대입 수시 모집인원은 44만 6860명으로 올해 고3 학생 수 대비 1381명 더 많다. 이처럼 고3이 수시 모집인원보다 더 적은 규모를 보이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고3 학생 수는 수시 모집인원에 비해 5만 4252명 더 많았다. 

■모의고사 응시자 왜 늘어나나…‘실력 검증’ 절실한 고3들 = 학령인구가 감소했음에도 사설 모의고사를 찾는 발길이 많아진 것은 고3들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는 수험생은 학원에 재원 중인 ‘원생’과 학평·모평 이외 모의고사를 치길 원하는 고3으로 구분된다. 학원들에 따르면, 이 중 ‘원생’ 규모는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두 학원 관계자는 “원생 규모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전체 N수생 수는 줄었을지 모르지만, 모집하려던 인원은 전부 채웠다. 의대 준비반 등을 찾는 학생들도 많다”고 했다. 결국 전체 모의고사 응시인원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보다 고3 모의고사 응시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봐야 했다. 

본래 고3들은 3월·4월·7월·10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실시되는 학력평가(학평), 6월과 9월에 실시되는 모의평가(모평)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학습계획과 대입 전략 등을 수립한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위치 내지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대입 전략 수립에 있어 첫 걸음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출발점부터 어그러졌다. 4월 24일에야 치러진 3월 학력평가(학평)는 온라인으로 치러진 탓에 채점결과가 아예 제공되지 않았다. 등교개학 다음날인 5월 21일 실시된 4월 학평은 채점 결과가 제공될 예정이지만,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려 온라인으로 시험을 응시한 탓에 정확한 채점 결과가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다. 예년과 달리 학평을 통해서는 자신의 수준을 면밀히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고3들이 사설 모의고사에 이토록 열을 올리는 것은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에서 기인한 현상으로 추정된다. 학평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깜깜이’ 상황에 놓인 고3들이 사설 모의고사를 찾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확실히 외부에서 모의고사를 신청하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사설 모의고사가 응시자에게 상세한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학평은 수능과 마찬가지로 등급과 백분위, 표준점수 등을 성적표를 통해 제공한다. 반면, 사설 모의고사는 학평 등이 제공하는 정보에 더해 누적 백분위, 누적 인원, 영역조합별 성적 분석자료 등 수험생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폭 넓게 제공한다.

■사설 모의고사 정말 대안일까? 6월 모평 통해 실력 검증해도 충분 = 수험생들이 ‘갈증’을 풀기 위해 사설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것은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사설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에 대해 짙은 우려를 표한다.

학평은 기존에도 정확한 수준 진단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재수생 등 N수생도 함께 치르는 모평과 달리 학평은 고3 재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재학생들만 모여 시험을 치르다 보니 모평이나 수능과 비교했을 때 성적이 다소 부풀려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가 2019학년 수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월 학평에 응시한 수험생들 가운데 국어·수학·탐구 백분위 300점 만점 기준 280점 이상인 경우 80% 이상이 수능에서 성적 하락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 수험생들은 상대적으로 성적 상승의 여지가 있긴 했지만, 20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들 중에서는 절반 이상이 성적 하락을 피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수능과 비교했을 때 점수 변동이 큰 학평을 기반으로 대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6월 18일 실시 예정인 6월 모평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입 일정이 전부 뒤로 미뤄지면서 수시 원서접수도 9월 23일부터 28일로 연기됐기에 시간 여유도 충분한 편이다. 6월 모평을 통해 수시 지원전략 등의 얼개를 잡은 후 9월 16일 실시되는 9월 모평 가채점 결과를 통해 최종 지원전략을 확정하면 된다. 

6월 모평이라는 실력 검증에 충분한 도구가 있음에도 사설 모의고사를 적극 찾아 나서는 경우에는 ‘자신감 하락’을 겪기 쉽다. 사설 모의고사는 학원에 다니는 N수생이 대거 응시하는 특성으로 인해 학평이나 모평 대비 좋은 성적을 받기 쉽지 않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재학생들이 학원 모의고사를 치면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 N수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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