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대학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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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교육기관의 등교 수업에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9월에 첫 학기를 시작하는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시도교육청 교육감과 지자체장 사이에서 나오면서 주목받았다. 오랜 기간 논의돼 온 9월 신학기제는 장점과 단점이 극명해 교육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었다. 결국 도입을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소요돼,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계기로 다시 한 번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오른 만큼, 장기적인 검토 과제로 고려할 필요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더라도 도입의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감염자가 줄어들다 이태원발 감염이 확산된 데 이어, 최근 부천 지역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또 한 번 확산한 것이다. 교육기관들은 비상에 걸렸다. 대학은 물론, 일부 등교 개학을 시작한 초‧중‧고등학교들 역시 확진자나 밀접접촉자 발생으로 등교 첫 날 등교를 미루거나 학생을 되돌려 보내는 등 진통이 이어졌다.

■9월 신학기제 주목 받는 이유는 =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자, 이재정 경기도교육청 교육감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재정 교육감은 각종 언론 인터뷰와 개인 SNS를 통해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1학기를 길게 가져가면서 2학기까지 연기해 1학기를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대학 입시를 생각하면 (수능 일정을) 더 연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고, 그 경우 내년 대학 입시는 상당히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주장했다. 지난 5월 2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도 “위기 상황이 학제를 바꿀 교육개혁 기회”라며 주장을 이어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9월 학기제로 개편을 검토할 시점이라 밝히며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경수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9월 신학기제는 그동안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안”이라며 “이번 개학 연기를 계기로 국민들과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제기”라는 이유로 9월 신학기제 개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9월 신학기제 도입 논의, 어떻게 이뤄져왔나 = 9월 신학기제 도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 학사 일정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제화를 위한 목적에서 지속적으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9월에 학기를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 추세를 따라 9월 신학기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형성돼왔다.

정부 차원의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육개혁위원회는 여러 교육 개혁과제를 논의하면서 교육의 국제화를 대비하는 방안으로 9월 신학기제 전환을 제안한 바 있다.

이어 2006년 1월에는 제2차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에서 ‘학제개편 공론화’가 주요 정책과제로 포함돼, 전국 순회토론회가 이어지기도 했다. 2007년 2월에는 9월 신학년제 도입이 관계부처 검토과제에 올랐다.

2014년 들어서는 교육부가 유학생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9월 신학기제 도입을 공식 검토하기에 이른다. 2014년 12월 발표된 정부의 ‘2015 경제정책방향 합동발표’에서는 대학교는 물론 초‧충‧고등학교까지 국내 교육기관의 학제를 해외 국가들과 일치시켜, 유학생 유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겨울보다 여름에 방학기간이 더 길어 신학기를 준비하기에도 효율적이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다만 당시에도 도입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이후 이 주장은 정부 내에서 본격화되지 못하고 논의가 이뤄진 데 그쳤다.

■도입 장애는 결국 ‘비용’ = 이처럼 수차례 정부 차원의 검토가 이뤄진 것은 전환의 필요성이 큼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입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은 9월 신학기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4년 발간한 연구보고서 ‘9월 신학년제 실행 방안’에서 연구진은 “이전 정부에서 9월 신학년제에 대한 논의는 전환의 필요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점에서는 전환의 효과보다 비용이 더 커 중‧장기적 과제로 삼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를 보여주는 예시로는 박근혜 정부에서의 논의 과정을 들었다. 2012년 12월 학제의 국제 통용성 제고와 국내 관광수요 등의 이유로 9월 신학기제 도입에 대한 검토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보고가 이뤄졌으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학제 개편에 따른 사회적 혼란 등을 고려해 9월 신학기제 전환이 아닌 방학기간 조정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2006년 11월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주제로 개최한 학제개편 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장을 보면 9월 신학기제 도입이 어려운 이유가 잘 드러난다. 당시 토론회를 취재한 본지 보도에 따르면 윤종혁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9월 신학기제가 △긴 여름방학을 이용한 교원인사‧연수‧입시업무의 효율화와 학생들의 자발적 야외 활동 유도 △1학기와 2학기 간 수업내용 연계성을 높여 학습의 집중도 제고 등의 장점이 있으나 △취학‧교육과정 조정에 따른 혼란 발생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시기 변경 필요 △회계연도와의 불일치 확대 등의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토론에서 엄창옥 상주대(현 경북대 상주캠퍼스) 교수는 현행 학기제의 문제가 대부분 기존 학기제 운영 경직성 및 비효율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고 9월 신학기제 도입이 아닌, 기존 3월 학기제를 점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일본 역시 9월 신학기제를 정부 차원에서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28일, 교도 통신 등은 일본 정부와 여당이 9월 신학기제 도입을 결국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교육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도 당초 일본이 도입을 논의하면서부터 고민하던 문제다. 일본 정부는 9월 학기제 도입에 필요한 예산을 약 57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전문대에서도 9월 학기제 도입을 찬성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종엽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명예회장은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면 9월에 학기를 개시하는 방안은 좋지만, 당장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며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할 경우 모든 교육기관이 당장 한 학기를 비워야 한다. 점진적으로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병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실장 역시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지지하면서도 “모든 공시지표와 성과관리체계가 3월초를 기준으로 잡혀 있어 시스템을 바꾸기 쉽지 않다”며 “코로나19로 (9월 신학기제) 도입이 다시 한 번 검토되고 있지만,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9월 신학기제가 코로나19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은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 적절하지 않다는 강한 비판도 제기됐다. 박남기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광주교대 교수)은 “9월 학기제로 전환한다면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의 졸업이 1년씩 늦어져, 결국 이 학생들의 모든 삶의 시계가 1년 늦어진다는 의미다. 이들의 사회진출을 1년 늦추는 것은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교육 현장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원격 수업 인프라와 역량을 늘리는 방안으로 가야지, 현재 1학기를 단순히 미루자는 논의는 비교육적이고 무책임한 언사다. 초점은 문제 해결에 둬야지, 9월 학기제를 지금 논의하는 것은 비정상의 고착화를 의미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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