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AI 기반 HTHT 모델 구축으로 낙오자 없는 맞춤교육 실현”
[파워인터뷰]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AI 기반 HTHT 모델 구축으로 낙오자 없는 맞춤교육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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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 교육부 차관·장관 등 역임
교육의 수월성 아닌 다양성 지향
아시아교육협회 설립 에듀테크 활성화
하이테크-하이터치로 교육혁신 선도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사진=한명섭 기자)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코로나19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하고 있다. 전 세계 교육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전 세계 교육기관들은 적게는 2개월, 길게는 한 학기 동안 등교수업을 연기하고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 강의실’이라는 개념이 더욱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캠퍼스에 나와야만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당초 교육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에듀테크’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미 해외 교육선진국에서는 ‘에듀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주립대학협회(APLU)는 2013년 애리조나주립대(ASU)와 조지아주립대(GSU), 미시간주립대(MSU) 등 14개교와 함께 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개별화 학습 컨소시엄(Personalized Learning Consuortium ; PLC)’을 설립했다.

더 많은 학생에게 더 다양하고 개별화된 교육을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 ‘맞춤학습 코스웨어’를 활용한 다양한 학습모델을 함께 개발하고 공유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컨소시엄 회원 대학들은 경험과 전문성을 공유하고, 이 결과로 세계에 더 큰 대학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미국 대학들이라서 가능한 일일까? 우리나라 대학들도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는 당돌해 보이는 이 의문에서 출발한 도전이 우리나라에서 한 교육 전문가에 의해 시작됐다. 대학 교수, 17대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교육부 장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주호 전 장관은 최근 아시아교육협회를 국내에 설립했다.

지난달 26일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으로서 만난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HTHT(High Touch High Tech) 모델로 에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이 터치 하이 테크(High Touch High Tech)’ 교육은 AI 기반의 ‘지능형 개인 교습체제(Intelligent Tutoring System ; ITS)’를 대학에 도입해 교수의 강의부담을 대폭 줄이는 차세대 교수학습 시스템이다.

이주호 이사장은 “학생마다 수준이 모두 다른데, ITS는 실력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난이도를 빠르게 높여가며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에게는 전혀 다른 문제를 통해 기초를 학습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는 교수자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게 아니라, 전환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ITS 덕분에 강의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 교수자는 프로젝트 학습 등 ‘하이터치’ 학습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학 수업에 HTHT 모델을 적용하기 위한 컨소시엄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컨소시엄 참여 의향을 밝힌 대학만 현재까지 약 20개교에 이른다. 한양대와 아주대, 동국대, 울산과학대학교, 영남이공대학교 등이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하면서도 이제까지 국내 대학은 인공지능 교육의 불모지였다”며 “중국과 미국은 AI 교육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들이 원격수업을 제공했다. 이런 경험을 발판으로 우리나라 역시 AI 교육을 국가전략으로 삼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호 이사장 (사진=한명섭 기자)
이주호 이사장

- 교육 분야에서의 경력이 폭넓다. 오랜 경험 동안 쌓인 이사장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다양화’다.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평준화보다는 다양화를 지향하는 시스템이 모든 아이들을 위한 교육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 교수도 하고 있지만, 나 자신도 이제까지 변화를 취해 왔다. 국회의원으로서 입법부에도 있었고, 교육부 차관에 이어 장관으로 중앙부처에서 교육정책을 설계하기도 했다. 국회에 있을 때는 교육위원회에서 간사로 있었다. 이런 경험으로 정책을 디자인한다는 측면에서, 내가 생각했던 정책을 일관되게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다양한 교육정책 수립에 관여했다. 이사장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을 꼽는다면.
“트레이드 마크라면 단연 ‘마이스터고’를 들고 싶다. 마이스터고 체제는 현재도 성공적이다. 글로벌하게 보더라도 마이스터고와 같은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는 교육에서 ‘수월성’이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앞서도 말했지만, 학생들에게 수월성보다는 ‘다양성’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 정책을 설계한 배경에는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있는데, 우리 교육체제가 일반대, 연구‧학문에 비해 직업교육이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대에 대해서도 지원을 많이 했었다. 직업‧기술교육의 강화가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 교육 분야와 관련해 외국에서도 활동을 오래 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내가 장관 임기 중 마지막해에, 그러니까 2013년에 한국경제신문사 ‘글로벌 인재(HR) 포럼’에서 영국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강연을 하러 왔었다. 당시 UN 교육특사 자격으로 왔었는데, 내가 진행을 맡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에 내가 교육부에 있으면서 《인재대국》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명박정부 당시 추진했던 교육정책들을 정리한 것이다. 영어와 베트남어 등 주요 외국어로도 번역이 됐다. 영어 번역본을 고든 브라운에게 선물했는데, 그가 런던으로 돌아가면서 다 읽고 감탄을 했다고 연락을 했다. 세계적으로도 우리 교육정책이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글로벌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랄까, 세계 교육 동향을 한 눈에 읽는 안목을 확실히 갖췄다.
“고든 브라운이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Commissioner of International Commission on Financing Global Education Opportunity)’를 만들고, 글로벌 리더 25명 정도를 구성원으로 조직했다. 노벨상 수상자 4~5명 정도가 있고, 교육부 장관은 2명이었다. 노르웨이 정부와 우리 정부였는데, 내가 우리나라 교육부 장관 자격으로 참여했다. 2015년 회의가 런던에서 있었는데, 묘한 것이 모두가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뒤 런던으로 이동을 해왔다. 그 해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이 제안된 때다. 리더들이 모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알고 있는 직업들이 반 이상이 없어진다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교육으로는 할 수 없지 않느냐. 지금 하고 있는 교육은 다 바뀌어야 한다.’ 이런 말들이 당시 회의에서 오갔다. 나 역시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방식도 어떻게 보면 글로벌 이슈인데, 그렇다면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 문제만 가지고 ‘입시 정책’을 이렇게 저렇게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학습 모델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낡은 모델 가지고 개선하고, 수습해봐야 안 된다. 근본적인 새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게 됐다.”

- 미국의 애리조나주립대(ASU)에 대해서는 이사장만큼 잘 아는 사람이 또 없다.
“2017년 UN 총회가 있었을 때, 한 분과인 ‘국제교직혁신기구(Chair of Education Workforce Initiative)’ 의장을 내가 맡았다. 교직에 대한 학습모형을 바꾸고, 교사의 역할을 전환하는 것을 논의했다. 그래서 새 모델에 대해 찾아보는 과정에서 에드엑스(edX) CEO로 잘 알려진 아난트 아가왈(Anant Agarwal)이 ASU 모델을 이야기 하더라. 마이클 크로(Michael Crow) ASU 총장과 그 분이 친구다. 그렇게 해서 ASU를 방문하게 됐는데, 2박 3일 동안 마이클 크로 총장과 이야기도 하고 대학을 보면서 ‘이게 새로운 모델이구나’ ‘이제는 이것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ASU는 이미 당시에도 6만5000명의 학생들을, ITS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7~8년 전부터 활성화가 됐으니까, 우리나라는 이들보다 그 정도 늦은 것인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아시아교육협회 설립으로 이사장의 희망이 현실로 한 발 더 다가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부터 시작된 게 맞다. 국제 의장은 지금도 내가 맡고 있기 때문에, 국내 교육정책에 대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아시아교육협회를 설립했다. ‘씽크탱크 앤 두탱크’ 기구로 만들 생각이다. 씽크탱크 기관들은 보고서는 내는데, 이어지는 활동이 없기 때문에 세상은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씽크탱크 앤 두탱크’ 기구는 연구보고서뿐 아니라 프로젝트까지 같이 하기 때문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시아교육협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 교육문제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글로벌 교육이슈를 다루는 기구로 키우는 것이다.”

(사진=한명섭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HTHT(High Touch High Tech) 모델에 대해서 안 들어볼 수 없다. 무엇인가.
“일종의 ITS 소프트웨어라고 이해하면 쉽다. 수학을 예로 든다면 학생들 각각에게 베이스테스트로 10문제 정도를 풀게 한다. 그렇게 하면 개별적인 레벨이 학생마다 나오게 되고, 거기에 맞춰서 학생 특성에 따른 문제를 푸는 방식을 전부 다르게 제시한다. ITS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베이스테스트 결과를 얼마나 정확하게 할 것이냐에 있다. 중국의 ITS 회사의 CEO는 ‘10문제를 아이들에게 풀게 하면, 이 학생들을 3년 가르친 교사보다 ITS 프로그램이 더 잘 알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한다. 결국 학습 데이터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겠느냐가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아시아교육협회의 HTHT 모델 역시 컨소시엄 참여 대학과 함께 구현할 수 있다.”

- ‘High Tech’뿐 아니라, ‘High Touch’도 강조하고 있다.
“학생 개개인에 맞춘 퍼스널라이징 교육을 하려면, 결국 교수자의 역할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은 AI가 해줄 수 있겠지만, 이것은 ‘문제를 푸는 방법’에 대한 공부까지다. 액티브 러닝에 대한 디자인은 교수자가 해야 한다. 지금도 많은 대학에서 액티브 러닝을 하고는 있다. 하지만 개별 학생의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의 액티브 러닝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 HTHT 모델을 도입했을 때, 어떤 점에서 좋을까.
“HTHT 모델을 도입하면, 개별 학생들의 데이터를 교수자가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나 토론식 강의를 디자인 할 때에도 훨씬 수월하게 기획할 수 있다. 현재의 대학 강의는 30명의 학생들에게 한 명의 교수자가 똑같은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HTHT 모델을 도입하면 30명의 학생에게 30명의 교수가 붙는 것이나 다름 없다. 훨씬 강력하고, 개별화된 강의가 가능해진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뒤처지는 학생들이 단 한명도 없게 된다는 점이다. 입학 전 프로그램에 HTHT를 선제적으로 도입한다면 신입생 기초 학습능력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규수업에서는 사전학습‧진단을 강화해 학습부진자, 학사경고자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 이렇게 좋은 소프트웨어라면, 에듀테크 기업들이 왜 이제까지 개발하지 않았던 것인지 궁금하다.
“간단한 이치다. 기술은 이미 있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초‧중등 단계를 보면, 학교가 아니라 사교육 학원에서 이미 ITS 소프트웨어가 활성화돼 있다. 국내 에듀테크 기술력은 이미 갖춰져 있는 것이다. 아시아교육협회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대학과 에듀테크의 중추적인 연결고리가 되겠다는 것도 있다. 아시아교육협회의 HTHT 모델을 컨소시엄 참여대학들이 적용해 효과가 나오기 시작한다면, 국내 ITS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초‧중등뿐 아니라 고등교육에 대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국내 ITS 기술력 전체의 향상을 견인하는 역할도 아시아교육협회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만큼, 현 교육정책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과 관련한 여러 규제도 풀고 있고, 특히 온라인 수업을 활용할 수 있도록 ‘20% 이내’ 규제를 완화했다. 다만 다시 묶을까봐 걱정이다. 교육부도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벽을 기껏 허물었는데, 융합이나 가속화를 시켜야지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교육정책이 뒤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 국회의원 생활을 하면서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도 맡았다. 21대 국회 교육위에 전할 당부가 있다면.
“사실 교육과 관련해서 그 당시 왜 그렇게 싸웠는지 모르겠다. 현역 의원들을 가끔 만나면,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가 싸우지만 결국은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교육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금같이 미래 교육이슈가 있을 때 다양한 접근은 있을 수 있지만, 내용은 결국 똑같은데 합의할 수 있는 문제다. 교육은 싸울 이유가 없다. 크게 보면 교육만큼 통합적인 부분이 많은 것도 없다. 경제 이슈나 사회 문제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교육은 따지고 보면 갈릴 일이 없기 때문에 21대 국회와 정치권에서 교육은 통합적인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이주호 이사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 지난달 29일 대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주호 이사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 지난달 29일 대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 = 한명섭 기자 / 정리 = 김의진 기자>

■이주호 이사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제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을 거친 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차관, 2010년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 유엔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 위원, 유엔 국제교직혁신기구 의장을 맡고 있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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