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폐교 시 주변 지역 공동화 심각 수준
법인청산 지연이 폐교대학 활용 논의도 지연
지역 클러스터 연계 등 다양한 활용 방안 고려해야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폐교 부지가 증가함에 따라 폐교 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정부 방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논의에서 제외, 폐교대학 활용에 대한 고려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문체부 등 폐교부지 활용 논의 나오지만 대학은 예외 = 교육부와 환경부는 5월 21일 제6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폐교 부지를 환경교육시설로 활용하는 데 동의했다. 주요 내용은 학교 환경교육 내실화를 위해 폐교를 활용, 환경교육 시설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4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버려진 폐교를 야영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현행 야영장 등록 기준보다 면적이 넓어 야영장 활용이 어려웠던 폐교를 야영장업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폐교대학은 폐교 활용 논의에서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폐교대학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와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폐교대학이 앞으로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8년 교육부도 2021학년도에는 5만 6000명의 미충원이 예상되고 38개 대학의 폐교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강제폐교와 자진폐교 대학은 총 16곳이다. 2000년 광주예술대를 시작으로 2012년 명신대, 2018년 한중대와 서남대 등이 줄줄이 폐교 절차를 밟았다. 특히 지역에 위치한 대학은 지역상권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일종의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던 터라 대학이 폐교하면 지역 활력도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부지 활용 논의 지연 원인은 청산 절차 지연 = 교육부는 폐교부지 활용이 어려운 이유의 하나로 사립대학 법인의 청산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사립재단이어도 필요에 의해 관할 교육청으로 귀속되는 등 절차가 빠르다. 하지만 대학은 경영상태가 악화돼 채무 누적 상황에서 폐교가 되다 보니 청산 절차가 늦어지고, 대학부지 활용에 대한 논의도 지연된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청산이 완료된 곳은 경북외국어대학 1곳으로 자진폐교돼 청산 절차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사례다. 그나마도 청산 완료까지 4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사립학교법 제42조에 따라 학교법인의 해산과 청산은 민법을 따르고 있다. 김한수 경기대 교수는 ‘폐교대학의 신속한 청산과 종합관리를 위한 법적·재정적 지원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폐교 시설의 매각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폐교대학의 청산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산장려금 지급, 폐교 시설의 용도 변경 등을 통해 폐교대학의 자산 매각을 빠르게 진행할 다방면의 제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 폐교로 주변 지역 공동화 현상 심각···부지 활용 논의 시급= 김한수 교수는 “폐교대학 청산 지연이 늦어져 폐교대학 시설과 부지가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 않으면 주변 상권이 붕괴되고 원룸촌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는 등 지역경제가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서남대 폐교 이후 주변 상가 78곳이 문을 닫고 원룸이 공동화되자 전라북도는 서남대가 위치했던 남원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특별교부세 10억원을 투입했다. 이처럼 지자체도 지역상권 살리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폐교대학의 부지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데 있다. 김한수 교수가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재정지원대학 유형Ⅱ로 분류된 대학의 부지 소재지와 특성을 요약한 결과 동부산대, 부산장신대, 서해대학, 신경대를 제외한 나머지 7개 대학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근지역에 근린시설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폐교가 예상되는 대학도 매각가치가 낮게 형성될 것으로 예측돼 자산 매각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폐교대학의 부지 활용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폐교대학의 시설과 부지를 활용해 정부정책과 연계하자는 방법도 제안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지역산업의 클러스터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수 교수도 폐교 매각이 어렵다면 폐교대학 부지를 체험학습장 등의 교육용시설이나 노인요양시설과 같은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이나 공공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초·중·고 폐교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논의를 대학에도 비슷하게 적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폐교대학 역시 부지 활용에 대한 논의를 검토하고 있지만 법인 해산 등의 절차가 마무리돼야 논의가 진척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