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도서관의 문(門)과 등(燈)
[대학通] 도서관의 문(門)과 등(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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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수서정리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수서정리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수서정리팀 부장

타 대학에서 도서관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가능한 찾아가서 둘러 보게 된다. 일부만을 리모델링한 도서관부터 수백억원을 들여 신축한 도서관까지, 이번에는 또 어떤 모습의 도서관을 보게 될까 흥분되는 여행이다. 미리 연락을 취해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 것도 좋지만, 혼자 천천히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도 오롯이 나의 시선과 느낌대로 볼 수 있어 나쁘지 않다.

어떤 건물이든 특정한 사회를 위해, 특정한 장소에, 특정한 용도를 위해 지어지게 되어 있다. 이렇게 말하면 건축물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주문생산품처럼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용도’를 단지 편리함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관점을 잠깐 멈추고 짓고자 하는 시설의 본래 목적을 되짚어보라. 모든 건축에는 이러저러하게 만들고자 하는 본래의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는 늘 ‘시작’이라는 본질이 있다.

- 김광현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중에서 -

나는 도서관의 ‘시작’ 즉, 도서관의 본질이 친화적이고, 정서적이며, 과거와 미래의 지식과 지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곳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특히 주목해서 보는 것이 도서관의 문(門)과 등(燈)이다. 물론, 책의 배치와 동선, 그리고 서비스 공간의 구조도 중요하지만 문과 등을 보면 그 도서관의 ‘시작’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입구인 문은 손님을 맞이하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보고만 있어도 정겹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어가고 싶어지는 흡입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람을 끄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문은 안과 밖을 구분하기도 하고 내부와 외부의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가 되기도 한다. 또한, 문은 누군가에게는 넘어서기 어려운 벽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밖으로부터의 도피처이자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문은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불편한 장소가 되기도 하다. 그래서 훌륭한 건축일수록 입구를 편안하고 안정된 공간으로 꾸미는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문들이 구분과 단절, 그리고 방어의 표식이라 해도 도서관의 문은 우호적이고 환영의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손님을 맞기 위해 아침 일찍 대문을 활짝 열어 놓았던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신축하는 도서관들이 외부인의 접근을 경계하고 철저하게 방어적인 모습으로 입구를 무장한 것에 대한 반론이라면 반론이랄까.

문이 사람을 끄는 역할을 한다면 등은 사람을 머물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도서관의 등은 수술실의 날 선 흰색 형광등이나 시선을 피하게 하는 경고등의 불빛이 아니라 초가의 호롱불이나 거친 항해를 마치고 항구로 들어오는 배를 비추는 등대의 불빛이어야 한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다 우연히 위를 올려다 본 순간,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등은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때론 날 선 감시자의 시선이 될 수도 있다.

거대하고 화려한 샹들리에나 값비싼 등이 아니어도 도서관이 책들에 둘러싸인 사색과 명상의 장소이자 지혜의 바다를 항해하는 타임머신 같은 공간임을 이해한다면 등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을 비춰주는 불빛 속에 앉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예산을 들여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하기 어렵다면, 문(門)과 등(燈)만이라도 바꿔볼 것을 권한다.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은 거야. 아이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한다면 살아가는 데 하나의 의지처가 되겠지. 독서라는 것은, 아니 도서관이라는 것은 교회와 비슷한 곳이 아닐까? 혼자 가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 마쓰이에 마사시《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중에서 -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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