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법무부가 외국인 유학생 입학 조건을 일시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유학생이 일부 한국 대학에 입학할 때 요구되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이하 토픽) 성적 제출기한을 1년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OECD 국가에서 온 유학생에 대해서는 제출할 입학서류를 간소화할 수 있게 해, 유학생 모집의 문턱을 일단 낮췄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토픽이 연기되고 유학생 모집에도 대학들이 난항을 겪으면서, 본지가 유학생 모집 관련 제도가 완화돼야 한다는 대학가의 목소리를 보도한 뒤 이뤄졌다.

■토픽 연기에 발 동동 구르던 유학생‧대학…법무부, 성적 제출 1년 유예키로 = 지난 6월 1일, 법무부가 외국인 유학생 입학 조건에 대해 일부 완화한 내용을 담은 지침이 각 대학에 전해졌다. 법무부의 이번 조치의 핵심은 가장 먼저 하위대학에 대한 토픽 시험 성적 제출 기한을 1년 더 미룬 것이다.

여기서 하위대학이란 교육부가 대학의 유학생 유치 실적과 유학생에 대한 교육 현황을 평가하는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에서 유학생 관리 실태가 부실하다고 판단돼 인증을 받지 못한 ‘비자발급 제한대학’과 ‘컨설팅 대학’을 뜻한다. 하위대학으로 분류되면, 이 대학에 입학하려는 외국인 유학생은 일정 등급 이상의 토픽 성적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토픽 시험이 연기되며, 2학기에 입학해야 할 학생들이 입학 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시험 응시 자체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김홍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교류부장은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에서 신입생과 재학생의 토픽 성적 취득률 지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현실을 고려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토픽 연기로 2학기 유학생 모집 ‘혼란’…‘교육국제화역량 인증’에도 영향)

이러한 본지의 보도 이후, 법무부 체류관리과는 6월 1일 ‘하위대학 유학생 한국어능력 입증자료 제출 유예 수정(안)’을 통해 토픽 성적표 등 한국어능력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할 기한을 1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대한민국에 입국해 하위대학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이 1년 안에만 토픽 성적을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1년간 체류를 허용해주는 것이다. 학생은 체류자격이 변경(갱신)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반드시 기준에 따른 토픽 성적을 충족하겠다는 각서를 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대학은 입학 예정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을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국내 유학활동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할 경우에 표준입학허가서를 발급해야 하도록 법무부는 규정했다. 또한 입학 대상 유학생의 명단을 관할청으로 제출하도록 해, 추후 이들의 토픽 성적 취득 여부를 관리하기로 했다. 만약 이들 유학생 중 토픽 성적을 갖추지 못한 학생 비율이 30%를 초과하면, 해당 대학은 향후 1년간 유학생 초청을 제한받는다.

■OECD 국가 유학생 제출 서류 '간소화' = 또한 법무부는 5월 22일 일부 국가의 유학생에 대해 유학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유학생 모집 자체에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앞서 대학들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며 입국을 꺼리는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소속 국가에서 해외 출국을 허용하지 않아 입학이 취소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대학별로 차이는 있었으나 제주 지역 대학 가운데서는 신입생의 60%가 입학을 취소한 일이 있었고, 대구 지역에서도 260여 명의 신입학 유학생 중 220명 정도가 입국을 취소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실제로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던 당시 입국예정자 중 상당수가 입국을 하지 않은 것으로 교육부가 밝히기도 했다. 3월 10일 교육부가 밝힌 중국인 유학생 입국 현황을 보면, 2월 23일부터 3월 7일까지 입국하기로 했던 유학생 중 3만955명이 입국을 하지 않았다. 대학들은 어려움을 토로하며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본지는 이러한 상황을 3월 24일 <“학생 다 놓쳤다…‘불법체류자 양산 대학’ 누명 쓸 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보도했다.

보도 이후, 지난 5월 21일 법무부가 유학생 모집 문턱을 낮추기 위한 특례를 발표했다. 불법체류 우려가 없는 국가의 국민에 대해 D2와 D4 유학비자를 발급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한 것이다. 당초 법무부는 교육국제화역량인증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대학에 입학하려는 유학생에게 표준입학허가서는 물론 유학생의 학업능력과 재정 능력을 심사한 뒤 비자를 발급했다.

이번 조치로 일부 국가 학생에 대해서는 대학이 발급하는 표준입학허가서만 있어도 유학비자가 발급된다. 여기서 불법체류 우려가 없는 국가로 인정되는 곳은 OECD에 가입한 나라들이다. 대상이 되는 대학은 비자제한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다.

■전문대 관계자들 “조치 환영”…장기화 대비 필요하다는 의견도 = 코로나19로 인한 유학생 모집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대책을 요구한 전문대 국제교류 관계자들은 법무부의 이러한 조치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오는 2학기는 물론 그 이후까지도 장기화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인 만큼, 궁극적인 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선 본지의 유학생 관련 보도에서 전문대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던 김동욱 한국전문대학국제교류관리자협의회 수석부회장은 “어학제한 조건이 유예돼 다행”이라며 “당장 우리 유학생들이 토픽 성적이 없더라도 1년간 학교를 다니며 시험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 학생들은 당장이라도 입학 기준으로 요구되는 토픽 3급을 딸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동안 시험 응시 기회가 제한돼 어려움을 겪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유학생 유치와 관련된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던 김홍길 부장 역시 이번 조치로 유학생 모집의 어려움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부장은 “대학의 요구가 일정부분 정책 개선으로 수용돼 감사한 마음”이라며 “이번 정책 개선과 더불어 6월 중 몇몇 국가에 대한 항공 노선이 회복되면 2학기 유학생 모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장기적 관점의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코로나19가 계속된다면 유학생 모집에 관한 대학 현장의 어려움도 계속된다는 의미다. 단기적인, 그리고 사안별로 대응하는 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며 “국제교류 전문가에 의한 대안이 설정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