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졸자 ‘전공-직업 미스매치’ OECD 국가 중 ‘최악’
KDI “진로교육 강화, 전공선택 시기 유연화 필요”

한국개발연구원(KDI) 전경 (사진=KDI)
한국개발연구원(KDI) 전경 (사진=KDI)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우리나라 대졸자의 절반은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스매치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학의 정원 규제를 완화하고, 진로 교육 강화와 전공 선택 시기를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2015년 OECD가 전문대학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25세에서 34세 사이의 임금근로자 가운데 최종 이수한 전공과 현재 직업 간 연계성이 없는 비중, ‘전공-직업 미스매치’를 집계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영국과 이탈리아 등과 더불어 미스매치가 가장 높은 집단에 속했다. 참여 국가 전체 평균은 39.1%다.

고등교육 이수자(25~34세)의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 (자료=KDI)
고등교육 이수자(25~34세)의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 (자료=KDI)

보고서는 대학 전공과 관련한 여러 정원 규제가 입시-취업과 맞물리며, 많은 학생이 희망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수도권 대학은 ‘총량적 정원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데, 이로 인해 각 대학 내 전공 간 정원 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한 전국 사립 일반대에서 전년도 전공별 경쟁률에 따라 전공별 입학정원 조정이 있었는지를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사립대에서는 어느 정도 조정이 일어나는 반면 수도권 대학에서는 전공별 입학 정원 조정이 아예 없는 수준이었다는 점도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여러 이유로 수도권 소재 대학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보다 상위권에 속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공을 포기하는 학생들의 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보건과 교육 등 특수전공의 정원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KDI는 이 점 역시 해당 전공자의 소득과 안정성을 높여주는 결과로 이어져, 자연‧공학 계열에 적성을 가진 학생들이 높은 소득 때문에 ‘의과대학’을 선택하거나, 인문‧사회 계열에서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교육대학’을 선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은 “부모의 학력, 대입시험점수를 통제하고 얻은 결과로 대학 전공 선택에 따라 생애 소득이 70% 이상까지 격차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생애주기에 걸친 소득이나 취업률에서 지나치게 큰 격차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한 쪽으로 쏠리는 부작용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 선택 시기의 획일성’도 원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는 이유로 지적됐다. 모든 학생에게 일정한 시기에, 나중에는 바꾸기 어려운 결정을 강제한다는 이야기다.

KDI가 지난 2018년에 전국 일반대 신입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은 28.2%에 달했다. 인문 계열의 경우 주로 ‘교육 계열’로, 자연 계열은 ‘의약 계열’로 변경을 희망해 ‘특수 전공 쏠림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일반고에서 문‧이과 선택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학 진학에 유리해서’라거나 ‘주위의 일반적인 선택을 따랐다’라는 대답이 전체의 20%를 넘었다. 이렇게 답한 학생들 가운데 문‧이과 선택을 후회하는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보고서는 높은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기존 정원규제 자체를 재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신산업 관련 전공 분야’의 정원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인구고령화로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의료 분야는 증원’을,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수요가 축소되는 ‘교육 분야는 감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연구위원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 시기를 다양화하고 전공 변경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대학 입학 모집단위 확대가 필요하다”며 “진로전담교사가 진학 상담을 할 때, 대학‧학과별로 현재 공표하는 취업률뿐 아니라 소득정보와 같은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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