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고3’ 내세워 대입 변화 조짐 보이는 교육부에 ‘우려의 메시지’
교육부, “내달 중 코로나19 사태 고려, 고3 불이익 없는 조치 내놓을 것”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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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개별 대학의 대입정책을 주도하는 전국 입학처장들의 모임인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가 과도한 대입 전형방법 변화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것이란 지적을 담은 입장문을 내놨다. 코로나19로 인해 ‘역대 가장 불리한 고3’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현실 때문에 부총리를 필두로 교육부가 ‘고3에게 불이익이 없는 조치’를 내놓겠다는 의지를 거푸 내비친 데 대한 우려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개별 대학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달리 운영하는 대입전형에 정부가 앞장서 손을 대는 순간 ‘긁어 부스럼’만 만들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는 ‘2021학년도 입시 공정성에 관한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 입장문’을 9일 발표했다.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며 “과도한 불안감과 이에 따른 전형운영 방법의 지나친 변경은 오히려 대부분의 수험생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다양한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협의회가 전형운영 방법을 바꾸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인 것은 ‘대입 사전 예고제’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협의회는 “현 고3에 적용될 2021학년 대입전형 세부사항은 사전예고제에 따라 1년 10개월 전 수립한 대입전형 시행계획으로 공표됐다”고 했다. 

사전 예고제는 교육 수요자들이 대입전형을 사전에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 중인 제도다. 대입을 마친 신입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3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1년 10개월 전인 고2 4월말 ‘대입전형 시행계획’, 10개월 전인 고3 4월말 ‘수시 모집요강’, 6개월 전인 고3 8월말 ‘정시 모집요강’을 차례로 발표한다. 이처럼 앞서 발표돼 내용이 확정돼 있는 대입전형에 갑작스레 변화를 주는 데 대한 우려를 협의회가 표출한 것이다. 

협의회는 이미 대학들의 대입전형 운영이 공정하고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의 입학전형은 교육이념과 대학이 처한 상황에 맞춰 평가방법과 전형요소 반영을 달리하고 있다. 전형별 취지에 맞게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중”이라는 게 협의회의 설명이다.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고,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협의회는 “대학은 학생정보를 기반으로 최선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경험과 지식을 꾸준히 축적하고 있다”며 “수험생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공평무사한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제도적 보완(책인) 블라인드 평가를 도입하고, 입학관련 업무감사 강화 등을 통해 대입공정성 강화 및 신뢰성 확보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들은 수험생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협의회는 “전국의 모든 대학은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의 교육적 혼란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수험생들의 형평성을 고려한 공정성을 최선의 기본 가치로 삼고 수험생을 최대한 이해하는 자세로 입학업무를 수행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입장문을 끝맺었다. 

협의회가 예정에 없던 입장문을 갑작스레 발표한 것은 교육부가 최근 여러 차례 ‘고3의 불리함을 감소할 수 있는 조치’를 예고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9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3·학부모들의 (대학입시에 불리하다는)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며 “대학,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내달(7월) 중에는 고3 대입 관련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유 부총리는 대학들의 대입전형에 개입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유 부총리는 “대교협에서 일정한, 통일된 기준들을 어느 수준에서 정할지 대학들과 논의 중”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같은날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고3이 불리하다는 점에 대해) 대학들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조만간 개별 대학들이 (고3의 불리함을 상쇄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다만, 대학들이 발표할 내용은 교육부도 알 수 없는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고3들이 올해 대입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등교개학’이 미뤄지던 시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재수생 등이 예년과 다름없이 대입을 준비하는 것에 비해 고3들은 등교개학이 늦춰지면서 학습 리듬을 잃게 됐고, 방학이 축소된 탓에 자기소개서 준비, 암기과목 집중학습 등에 쓸 시간도 대폭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강화된 학생부 기재요령으로 인해 교사들의 학생부 작성 역량이 분산되는 것도 고3들이 대입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협의회가 내놓은 입장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대학들은 고3의 불리함 감소를 위해 대입전형에 ‘인위적인 변화’를 주는 데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크다. 사전 예고제를 통해 이미 발표된 대입전형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평가 방법을 수험생 ‘신분’에 따라 달리 두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고3에게 불리하지 않은 조치를 내놓으려 해도 방법이 없다. 이미 발표한 대입전형 방법은 바꿀 수도 없거니와 바꾼다고 해도 N수생, 재학생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떻게 바꿔도 N수생이 유리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재학생과 N수생에게 다른 평가방법을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신분에 따라 다른 평가방법을 적용했다가는 어떤 말이 나올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대입전형에 인위적 변화를 주기 어려운 배경을 고려할 때 현 고3들이 불리함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는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부를 중심축으로 종합적인 정성평가를 진행하는 전형의 특성 때문이다. 정량평가인 학생부교과전형은 단순 내신 성적을 반영할 수밖에 없어 코로나19로 인해 학습량이 부족한 특성 등을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른 전형들도 평가방법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어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수험생들의 환경을 고려해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전형이다. 수험생의 학교 내에서의 학습활동이 예년 대비 다소 부족하더라도 코로나19로 등교개학이 늦춰진 특수성을 고려해 학생의 학업역량이나 발전 가능성 등을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다른 전형과 마찬가지로 고3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대학들은 설명한다. 서울권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학생부종합전형은 코로나19로 인해 불리한 처지에 놓인 고3들의 불리함을 평가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 반영할 수 있는 전형이다. 하지만 ‘고3에게만 적용하는 기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가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부족한 부분이 발생한 사정을 이해하는 것이지, 고3이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평가점수를 높이는 등의 조치를 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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