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특성화중 운영성과평가 결과 발표…2개 국제중 지정취소
내년부터 일반중 전환, 현 재학생은 국제중 지위 유지
‘결론 정해놓은 평가’? 국제중 반발, 행정소송 등 반발 이어질 듯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서울교육청이 서울권 국제중학교인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을 모두 내년부터 일반중학교로 전환할 예정이다. 올해 실시한 특성화중학교 운영 성과평가에서 두 학교 모두 지정취소 기준선인 70점을 넘지 못했기에 일반중으로 전환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처음 교육감 자리에 앉던 순간부터 특목고·특성화중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쳤고, 이로 인해 자사고 등과는 갈등을 빚어왔던 점을 볼 때 “결론이 정해져 있던 평가”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당장 일반중으로 전환할 위기에 놓인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행정소송 여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전경. (사진=서울교육청 제공)
서울교육청 전경. (사진=서울교육청 제공)

■서울교육청, 대원·영훈 국제중 두 곳 지정취소 발표 = 서울교육청은 10일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을 대상으로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재지정평가’로 불리는 운영성과 평가를 실시한 결과 두 학교가 기준 점수에 미달했기에 특성화중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중학교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감사 처분에 따른 감점 △교육격차 해소 노력 부족 등이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청은 “(두 학교는) 학사 관련 법령·지침을 위반해 감사처분을 받았다. (이는) 중요한 감점요인”이라며 “교육격차 해소 노력이 저조한 점도 주요 이유다.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에서 연간 100만원 이상 학비를 받으면서도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정도’ 등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아직 지정취소가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남아있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법에 따라 평가 결과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하고, 교육부장관이 지정 취소 결정에 동의하는 과정이 남았다. 

서울교육청의 계획대로 지정취소 절차가 진행되면,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당장 내년 신입생부터 일반중 체제로 선발하게 된다. 앞서 지정취소가 빈번했던 자사고 등과 마찬가지로 국제중 시절 입학한 현 재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국제중 학생 신분을 유지한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이날 연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중은 균등한 교육기회 보장과 교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다. 일반학교 위에 서열화된 학교 체제로 사교육을 부추긴다”며 이번 결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서울교육청은 일반고로 전환하는 국제중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래형 교실 구축 지원사업 △학교 공간 재구조화 지원 사업 △세계시민교육 특별학교 등에 이들 학교를 우선 선정함으로써 최대 8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결론 정해놓은 평가? 국제중들 반발, 소송 이어질 듯 = 국제중들은 서울교육청에 결정에 대해 즉각 반발하는 모양새다. 지정취소 결정에 동의할 수 없기에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게 학교들의 생각이다. 이미 앞서 지정취소 결정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던 때부터 두 학교는 특성화중 지정취소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소송, 처분취소 소송 등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중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이번 평가가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비춰진다는 데서 기인한다. 사실상 지정취소라는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진행한 평가가 아니냐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6년 전 초선 교육감 시절부터 국제중을 ‘특권학교’로 규정하며 일반중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국제중은 일반중으로 전환되는 게 맞다”고 얘기하는 등 국제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지정 취소 여부가 결정되는 평가 기준점수를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한 것도 이런 교육감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게 이들 학교의 주장이다. 조 교육감은 영훈국제중이 2015년 평가에서 미달 점수를 받아 지정취소 위기에 몰렸다가 2017년 재평가에서 점수를 충족해 국제중 지위를 유지하게 되던 당시 재지정 평가에 대해 부정인 의견을 냈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의 평가 지표가 매우 후하다. 기준 점수인 60점 이하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하고, 이후 재지정평가 기준점수를 70점으로 높였다. 서울교육청은 이에 대해 ‘보통’ 배점이 3점에서 3.5점, ‘미흡’ 배점이 1점에서 2점으로 높아지는 등 등급 간 점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준 점수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국제중들은 결국 ‘지정취소’를 염두에 두고 점수를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있다. 

2025년부터 특목고·자사고를 일괄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정부의 그간 행적을 봤을 때 이번 국제중 지정취소가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의견은 한층 무게를 얻고 있다. 한 학교 관계자는 “교육감은 물론이고 대통령도 공약으로 국제중·자사고·특목고 등이 특권학교라며 일반고·일반중으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이번 재지정 평가에 통과했더라도 어차피 국제중은 정부 정책에 따라 일반중으로 전환되는 운명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중은? 왜 논란 대상 됐나…설립 취지 등에 문제 지적 = 국제중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교육과정 운영을 특성화한 ‘특성화 중학교’의 한 유형이다. 국제계열을 특성화한 국제중 이외에도 예술중학교나 체육중학교, 대안학교 등이 특성화중학교에 속한다. 서울권 두 국제중과 같은 시기에 평가를 받은 체육계열 특성화 중학교인 서울체육중은 지정취소 기준을 충족해 계속 운영을 할 수 있는 상태다. 

국제중이 만들어진 것은 ‘해외 유학 수요 흡수’와 ‘해외 학생들의 적응’ 등이 이유였다.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다 귀국한 학생들이 국내 일반 학교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배려하고, 조기 유학 등의 해외유학 수요를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다. 

하지만, 국제중들이 이러한 설립취지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러 차례 제기됐다. 2017년 영훈국제중이 재지정을 받을 당시 서울교육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제중의 해외 출신 학생 비율은 1.4%에 불과했으며, 강남 3구 초교와 사립 초교 학생 비율이 절반을 넘나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유층’ 내지 ‘오피니언 리더’들의 특권 세습의 전유물로 국제중이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특성화 계열 특성상 국제전문인력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함에도 11.5%만 국제고·외고에 진학하고, 46.8%가 과학고·자사고를 택한다는 점도 비판을 부른 요소였다. 

국제중은 현재 전국에 5개교가 존재한다.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외에도 경기 가평 소재 청심국제중, 부산 부산진구 소재 부산국제중, 경남 진주 소재 선인국제중이 있다. 이들 학교 가운데 2018년 처음 신입생을 받은 선인국제중을 제외한 부산국제중과 청심국제중도 올해 재지정평가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평가결과가 나올 예정인 부산국제중과 청심국제중의 향방이 어찌 될지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특목고에 부정적인 교육감들의 의지나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고려했을 때 두 학교 모두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부산국제중은 유일한 공립 국제중이라는 점에서 감점 등의 요인이 적어 국제중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권 국제중 두 곳이 모두 사라짐에 따라 ‘풍선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예상도 벌써부터 나온다. 국제중 진학을 준비했던 학생들은 선호도 높은 학군의 일반중학교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중을 대체하는 명문중학교가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실제 국제중학교를 준비하는 수요는 상당하다. 지난해 기준 대원국제중은 일반전형에서 21.8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128명을 모집하는 데 2788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영훈국제중은 이보다 덜하지만 128명 모집에 1196명이 지원, 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국제중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청심국제중도 같은 해 일반전형에서 1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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