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소멸이 지역 소멸로 이어져…충청북도 등 통합모델 구상
대학이 주도하고 지자체가 지원하는 통합 거버넌스 참고해야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대학의 학생 수 급감에 따른 폐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역과 공생하기 위한 협력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4월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공동 발표한 ‘2020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40년 뒤 학령인구(6~21세) 비중은 한자리 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굳이 멀리가지 않더라도 올해 대입가능자원은 이미 대입정원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입가능자원은 47만9376명으로 전체 대입정원 49만7218명보다 1만7800여명 부족하다. 입학정원이 몰리는 수도권과 일부 지역거점대학을 제외하면 지역대학의 신입생 체감 감소세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역대학의 소멸은 단순 대학 하나의 폐교로 끝나지 않고 지역 경제와도 직결된다. 전라남도의회는 지역대학의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지자체, 대학이 함께하는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전남도의회 측은 “지역대학의 위기는 지방의 생존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라며 “지역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학과 지역이 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학의 존폐는 대학뿐 아니라 지역에도 영향을 크게 끼친다. 한 연구자는 “지역의 지식인 집단은 대학이 유일한데 대학이 황폐화되면 지역도 황폐화 될 수밖에 없고, 국가정책으로는 다운사이징(Downsizing)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충청북도와 지역 대학들이 지자체 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충청북도와 지역 대학들이 지자체 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충청북도·부산 등 대학 구심점 삼아 지자체 상생 모델 구상=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학과의 상생을 일종의 생존전략으로 삼고 다양한 협력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충청북도는 지난달 19일 교육부가 주관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지역핵심분야 관련 연구개발과 전문인력 양성’과 ‘도내 대학 혁신역량 강화’ 등이 골자로 지자체와 대학 등 지역의 다양한 혁신주체가 모여 지역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지역발전에 부합하는 핵심 분야를 선정하면 지역 내 대학들이 해당 분야와 연계한 교육 시스템을 개편하거나 지역혁신기관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수갑 충북대 총장, 채훈관 유원대 총장, 박준훈 한국교통대 총장 등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방사광가속기 유치 지역으로 충북이 선정되면서 지역혁신을 위한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에 가속도가 붙었다.

부산시도 ‘대학 및 지역인재 육성지원 협의회’를 꾸려 대학과의 협력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22개 부산지역 대학 총장이 참석한 협의회에서는 6대 상생협력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논의내용은 △공유대학 유니파크(Uni-Park) 운영으로 상생협력 강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추진 △시-대학 상생협력을 통한 대학의 지역 기여 △대학 연구·개발(R&D) 활성화를 통한 산학협력 역량 강화 등이다.

그 중 올해 처음 시행하는 ‘공유대학 유니파크’는 지역대학의 교육과 지역 내 다양한 혁신기관의 네트워크를 통해 대학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대학의 지역기여 플랫폼으로까지 확산시키는 협력 모델이다. 부산시 측은 지역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급격한 사회변화에 시와 대학이 공동 대응하기 위해 꾸려진 것”이라며 “협의회를 통해 지자체-대학-경제·산업계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아헨공대·스웨덴 말뫼대 등 혁신 사례 다양= 독일의 아헨공대는 대표적인 대학-지자체 간 혁신 사례로 꼽힌다. 아헨공대는 1870년 독일 아헨에 설립된 공과 대학이다. 2000년 초반 독일 연방정부 등이 대학 육성을 전폭 지원하고 나서면서 지금의 아헨공대로 성장했다.

스웨덴 말뫼대도 지역 혁신을 이끈 대학 사례 중 하나다. 스웨덴 말뫼 지역은 한때 조선업이 발달했었으나 1990년대 서유럽 전역의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22%까지 상승하면서 점차 쇠락했다. 그러나 말뫼 지역 조선소 자리에 말뫼대가 들어오면서 의학, 바이오, IT 분야의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 결과 2013년까지 인구 증가율은 12% 늘었고. 지역민의 약 50%가 35세 이하 청년층에 해당하는 등 경제 활력을 가져왔다.

미국 애틀랜타의 조지아텍은 대학 주도 모델로 혁신에 성공했다. 1980년대 이후 대학주도형 보텀업(Bottom-up) 전략을 추진해 미국 내 손꼽히는 대학으로 성장했다. 조지아텍은 주정부 지원을 통해 지역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학제 간 협력 연구소 등을 운영해 지역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대학이 주도할 수 있는 사업이 설계돼야 하며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지자체가 함께 할 수 있는 통합 거버넌스 형태가 지속가능한 모델이라고 조언했다. 여기에 중앙 정부보다는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2019년 ‘대학과 일반 지방자치단체의 연계·협력 강화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이영일 교수 등은 “지자체 산하에 참여 가능한 구성원이 모두 함께할 수 있는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 맞춤형 사업을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외국 사례에서 봐도 이러한 통합 거버넌스들이 상생협력의 좋은 모델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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