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기능, 엘리트 양성에서 재교육 통한 재배치로 변화
대학의 R&D와 기업의 솔루션 개발로 에듀테크 산업 활성화
해외시장 진출 확대, 에듀테크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에 힘

[한국대학신문 황정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으로 비대면 원격수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언택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초중고교 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많은 혼선이 일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도입된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교수진과 학생 모두가 난관을 겪었기 때문. 사전준비 없이 자리를 잡아가는 탓에 원격수업에 대한 부작용들도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사)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초 입시, 어학, 전자학습지 등 온라인 콘텐츠 에듀테크 기업들의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이길호 (사)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특히 민간시장 분야에서 변화가 눈에 띈다. 그간 관심이 적었던 솔루션 관련 기업들이 급성장한 경우도 있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이러닝기업가협회 등 원격수업 및 에듀테크 관련 단체들과 상호발전을 위한 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사)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는.

“2002년 이러닝사업협회로 출발했다. 이러닝산업발전법에 기반한 비영리 공적기관이다. 이러닝은 전자학습, 동영상 서비스 시스템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2017년 에듀테크산업협회로 명칭을 바꿨다. 교육이 발전하면서 본질적 한계들에 부딪히면서 단순히 개별화된 학습이나 성취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학습자들의 다양한 성향을 분석해 대응하는 교육기술의 결합이 필연적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러닝은 학습방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에듀테크가 솔루션 콘텐츠 서비스 분야를 망라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설립 초기에는 솔루션, 저작도구 등을 만드는 기업 중심으로 운영됐고, 2010년대 중반 이후 콘텐츠, 서비스 중심의 기업들이 대세가 됐다.”

- 협회의 주요 업무는.

“정부 산하 기관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에듀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반 업무를 수행한다. 그중에서도 산업 실태조사, 정책제안 등 공적 업무가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정부의 필요에 따라 R&D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한다. 전문가 양성과정 등 직무교육을 직접 담당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에듀테크 기업들의 해외진출 지원사업,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 강화 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유관기관들과 공동으로 이러닝코리아 등 에듀테크 박람회나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한다. 이러닝기업가협회, 교육정보화진흥협회 등 단체들이 연합해 최근의 원격수업 확산에 대해 논의하고 공동대응을 발표하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 코로나19로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민간시장 부분에서 변화가 확연하다. 대입 관련 인터넷강의, 성인어학, 초등전자학습지 등의 매출이 확연히 올랐다. 작년 대비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작았던 솔루션 기업들이 급성장한 사례도 들린다. 반면 오프라인 학원들은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온라인 및 비대면 학습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대학은 에듀테크 기업들과 연계가 많지만, 초중고교는 공교육 시장이라 기업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교육공공성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급변하는 교육환경으로 인해 공교육 플랫폼과 민간 플랫폼을 병행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저기 쌓여있는 비식별 데이터들을 활용해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 국내외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나갈 것이다.”

- 협회에서 바라보는 대학의 변화는.

“최근 간담회나 인터뷰에서 ‘미네르바 대학, 사이버대학 등의 사례를 들며 국내 대학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대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확대된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답한다. 땅 위에 강의동, 실험실이 있는 기존의 캠퍼스가 온라인,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는 것이라는 의미다. 시간적으로도 확대된다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이른바 ‘엘리트’를 양성하는 곳이라는 인식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인재 대부분을 양성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사회적 필요에 따라 인재를 배치하는 기능으로 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제는 대학이 20대 초반의 엘리트 양성이 아닌, 회사를 다니던 직장인들을 다시 재교육해 사회에 재배치하는 평생교육의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 언택트 시대, 대학의 역할은.

“대학에서는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반길 필요가 있다. 교육의 본질적 문제를 고민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흔히 얘기하는 미래교육은 테크놀로지의 결합이다. 핵심은 개별 맞춤형 교육,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다. 전통적인 교육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 즉 근대적 인간을 길러내기 위한 지식전달 중심의 집체교육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개별적인, 성향에 맞는 다양성이 전제되는 시대다. 독립된 개인에 맞추는 것이 과제이고 목표다. 학생의 학습성향, 성취도, 개별적 동기 등이 분석되고 그에 맞는 학습 솔루션이 제공돼야 한다.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결합이 필수인 이유다. 기업의 경우 깊이 있는 분석, 알고리즘 연구가 취약한 만큼 대학에서의 연구 및 개발이 필요하다. 교육공학, 에듀테크전공 등이 있지만 부족하다. 에듀테크 기업들과 대학이 쌍방향으로 의존하며 함께 가야 한다.”

- 향후 계획은.

“지난해 3월 회장이 되면서 3대 과제를 내세웠다. △공교육 부문으로의 솔루션 도입 △해외시장 확대 △스타트업 지원 확대 등이다. 당초 첫 번째 목표가 공교육 시장 진출이었는데, 최근의 환경변화에 따라 해외시장 확대가 자연스레 1순위 목표로 설정됐다. 비대면 학습이 장기화되면서 그간 데이터들이 엄청 쌓여있다. 호주의 한 대학에서 학습자 분석자료를 활용해 정책과 연결시킨 사례가 있고, 북유럽의 한 언론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한 결과를 지속적으로 공개해 빠르게 수요를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 및 유관기관들과의 협업으로 빠르게 데이터들을 분석해 수요를 도출, 산업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