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만 비교과 전면 미반영, 이외 주요대학 “불리한 여건 평가에서 고려할 것”
논술·교과전형 등 출결·봉사 미반영 분위기, 서류평가 시 불가피한 출결 결손도 감안
‘파격조치’ 내놓는 대학도…서울대 수능최저 완화, 한국외대 면접 전면 미시행
‘집단감염 우려’ 면접고사 ‘비대면’ 결정 잇따라, 고려대·이화여대 등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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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대입에서 다소 불리한 여건에 놓이게 된 고3들을 위해 서울권 주요대학들이 앞다퉈 ‘구제책’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주요대학이 고3 1학기 학생부 비교과 영역 가운데 수상·창체·봉사 등에서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고3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다. 다만, 학생들이 처한 여건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한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성 상 ‘하나마나’한 얘기를 내놓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학생들이 체감하게 될 변화는 학생부 비교과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주로 나타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개학이 일률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배경을 감안해 출결·봉사 등에서는 예년 대비 ‘너그러운’ 평가가 시행된다. 논술·학생부교과전형 등에서는 비교과 영역인 출결·봉사를 반영하지 않고, 서류평가 시 불가피한 출결 결손 등에 대해서는 평가에서 제외하겠다는 대학이 많다. ‘집단감염 우려’로 인해 면접고사를 온라인 화상 방식이나 업로드 등 ‘비대면 방식’으로 치르겠다는 대학들도 존재한다. 

이미 내놓은 전형의 주요 부분을 바꾸는 ‘파격조치’를 내놓은 대학들도 있다. 서울대는 수시 지균 수능최저를 완화했으며, 한국외대는 학생부종합(면접형), 고른기회Ⅰ 등에서 시행할 예정인 면접을 전면 폐지, 서류평가 100%로만 선발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주요대학이 내놓은 고3 대입 구제책. “코로나19 상황 감안해 학생부 비교과 평가” = 주요대학들이 앞다퉈 고3을 대상으로 한 ‘대입 구제책’ 발표에 나섰다. 9일 연세대가 포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12일에는 서울대와 고려대가 관련 방침을 내놨으며, 15일에는 성균관대와 한국외대, 16일에는 경희대, 서강대, 이화여대가 관련 방침을 발표했다. 

주요대학들이 내놓은 관련 방침을 종합한 결과 대다수 대학들은 “학생부 비교과 영역인 수상실적,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봉사활동 등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불리한 여건에 놓인 고3들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관련 방침을 발표한 8개 주요대학 가운데 서울대를 제외한 7개 대학이 이같은 내용을 발표 내용에 담았다. 

표현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내용은 사실상 같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고려해 평가할 대상으로 서강대와 성균관대, 한국외대는 수상·창체·봉사를 제시한 반면, 경희대와 고려대, 이화여대는 비교과 활동을 언급했다. 서류평가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기재내용이 예년 대비 다소 부실할 수 있는 대표적 항목이 비교과 영역이며, 해당 영역의 세부항목이 수상·창체·봉사 등임을 고려하면, 표현만 다를 뿐 대학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같다. 

다만, 연세대는 다른 주요대학과 다소 사정이 다르다. 가장 먼저 방침을 내놨던 연세대는 “코로나19로 인한 고3들의 불리한 여건을 평가에 반영한다”는 다른 대학들과 달리 “수상·창체·봉사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평가 과정에서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는 것과 아예 평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코로나19 감안 평가’ 실효성 있나? 고3 우려 지우기 선언 불과, 기존 학종과 실질적 차이 없어 = 주요대학들이 이처럼 고3들을 위한 ‘대입 구제책’을 내놓은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개학이 늦춰지던 3월부터 제기되던 ‘고3 대입 불리’ 주장에 따른 것이다. 

고3이 올해 대입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은 일리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교육과정이 ‘올스톱’ 상태였다 보니 교육과정을 시작하는 시기가 크게 늦춰졌다. 이로 인해 고3들은 대입 준비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름방학마저 예년보다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올해부터 학생부 기재요령이 강화되는 등 N수생에게는 유리한 반면, 재학생에게는 불리한 요소들까지 더해졌다. 때문에 올해 대입은 그 어느 해보다 고3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N수생 강세가 그 어느 해보다 강하게 불어 닥칠 것이란 예상이 나오던 터였다. 

교육부도 계속된 고3 대입 불리 주장에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박백범 교육부 차관 등 교육부 고위 관계자들은 여러 차례 고3들의 불리함을 낮출 조치를 대학들에 요구하고 있으며, 내달 중에는 별도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 결과 9일 연세대를 필두로 대학들이 하나 둘씩 고3들을 위한 대입전형 변경안들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배경들을 고려했을 때 대학들의 조치는 고3들이 대입에서 겪게 될 불리함을 낮추는 데 집중돼야 한다. 이미 발표된 대입전형을 바꾸는 것이 가진 무게감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이미 발표한 대입전형의 내용을 바꾸는 것은 교육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 시기를 정해놓고,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모집요강 등을 발표했던 대입 사전 예고제의 취지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조치다. 

하지만, 정작 주요대학 대다수가 내놓은 코로나19를 평가 과정에서 감안하겠다는 방안은 실효성이 낮다는 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고3 학생·학부모 등의 우려가 이어지자 이를 지우기 위해 내놓은 ‘하나마나한 선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학생부 비교과 영역 등을 평가 과정에서 고려하는데 활용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원래부터 학생들이 처한 여건을 고려하는 것이 가능한 전형이다. 소재지와 학교 규모 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리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이 처한 여건 등도 평가 과정에서 고려하는 정성평가·종합평가 형태로 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굳이 대학들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은 평가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됐을 것이란 얘기다. 학교에서 활동이 여의치 않다 보니 예년 대비 비교과 등의 기재내용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다른 평가요소들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학업역량이나 발전 가능성 등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 

서울대가 현재까지 관련 방침을 내놓은 주요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코로나19를 고려해 학생부를 평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성을 잘 이해한 결과물로 보인다. 서울대는 고3 대입 구제책을 내놓을 당시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서류평가는 학생이 처한 교육적 여건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학교 교육을 통해 함양한 학생의 고른 역량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평가다. 올해 평가에서도 학생이 학교 교육을 통해 경험하고 성취한 내용을 기계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 안에서 스스로 보인 최선의 노력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 현재의 학교 교육에 충실히 임할 것을 부탁드린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징을 명확하게 표현한 바 있다.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불리한 여건을 고려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교육 수요자들의 우려를 다소나마 지우는 ‘순기능’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 문제는 홀로 다른 방침을 택한 연세대다. 코로나19라는 여건을 평가 과정에서 반영하는 것과 달리 비교과 영역 일부를 평가에서 전면 제외하는 것은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에서다. 코로나19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비교과 활동을 열심히 수행해 온 고3들은 도리어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기에 연세대의 방안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외 대학별 방침은? 서울대 지균 수능최저 완화, 한국외대 면접 전면 폐지 등 ‘파격조치’도 = 대학들은 코로나19라는 상황을 학생부 평가에서 반영하겠다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조치들을 고3들을 위해 내놨다. 이 중에는 수능최저 완화나 면접의 전면 폐지 등 기존 전형의 내용을 크게 뒤바꾸는 ‘파격 조치’도 포함돼 있다.

서울대는 주요대학 중 유일하게 수능최저를 완화하기로 했다. 대상 전형은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이다. 2등급 3개였던 수능최저는 3등급 3개로, 3등급 2개였던 수능최저는 4등급 2개로 기준을 대폭 낮춘다. 

이로 인해 올해 지균에서는 예년 대비 수능최저를 충족하는 인원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동점자로 인해 실제 수치는 다소 달라지지만, 2등급은 상위 11%, 3등급은 상위 23%에게 주어지는 등급이기 때문이다. 영역별로 2배 이상 더 많은 수험생이 수능최저를 충족할 수 있게 됐기에 수능최저 충족자가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수시에서 미처 선발하지 못해 정시로 이동하는 ‘수시이월’도 대폭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대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가운데 면접형과 고른기회Ⅰ 등에서 실시하던 면접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면접이 사라짐에 따라 해당 전형들은 서류평가 100%로 선발을 진행한다. 한국외대는 “완벽한 방역조치를 취한다 해도 혹시 모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 수능 이전 실시되는 면접이기에 자가격리로 인한 학업 결손, 수능 응시형태 변경 등 수험생에게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면접 폐지의 배경을 설명했다.

학생부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 등에서 정량평가 형식으로 반영하던 출결·봉사 등의 비교과 영역을 올해는 반영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꾼 대학들도 존재한다. 경희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대가 그 주인공이다. 경희대는 논술우수자와 실기우수자, 서강대는 논술, 성균관대는 논술우수, 한국외대는 학생부교과와 논술에서 각각 출결·봉사 등의 성적을 만점 처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당 요소를 평가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정시 일반전형에서 감점기준으로 반영하던 출결·봉사·교과이수기준을 올해에 한해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대는 학생부종합전형 서류평가 등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결석 등 출결 결손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거나 자가격리 등의 상황에 놓여 결손이 생긴 경우는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학생부 평가에서 고려하는 방침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외에 대학들이 구제책을 내놓기 위해 활용한 주요 평가요소는 ‘면접고사’였다. 고려대와 이화여대는 올해 면접이 예정돼 있던 전형들의 면접을 실시하되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비대면’으로 면접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고려대는 학교추천전형과 일반-학업우수형의 경우 ‘녹화 영상 업로드 방식’, 일반-계열적합형과 고른기회, 사회공헌자, 특기자 등은 ‘온라인 화상’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화여대도 고교추천과 실기/실적(특기자), 실기/실적(예체능서류) 등의 전형에서 온라인 화상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여타 수시모집에 비해 앞서 평가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재외국민특별전형에 한정된 조치를 내놓은 사례도 있다. 성균관대는 재외국민특별전형에 한해 면접을 전면 폐지하고, 어학능력기준 등도 폐지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입국하는 수험생들은 자가격리를 거쳐야 한다는 점, 어학시험이 현재 정상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조치다. 이외에도 경희대, 한국외대는 재외국민특별전형에 한해 면접을 온라인 화상 방식으로 변경하며, 고려대는 녹화 영상 업로드 형식으로 면접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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