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제방향과 숫자만 달라져, 수요자들이 궁금해 할 정보 공개해야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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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성기선)이 지난해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출제 방향을 공개했다. 수능 전 치러지는 연습시험 격인 6월 모의평가는 형태가 정형화돼있는 시험이긴 하지만, 매년 같은 내용만 ‘복붙(복사-붙여넣기)’할 것이라면 시험 전 출제방향을 공개할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 따라 일부 시험범위가 조정된 영역들에서 생긴 변화를 비롯해 출제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는 없었는지,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상황은 출제 과정에서 고려된 것인지 등 실질적으로 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021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모평)’가 18일 오전 8시40분을 기점으로 전국 2061개 고교와 428개 학원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재학생과 재수생이 모두 시험을 치르는 첫 전국단위 모의고사인데다 향후 수시지원의 기준점 등으로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교사 등의 관심은 매우 높다. 

문제는 모평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18일 공개한 ‘출제방향’이 지난해와 똑같은 얘기들로 점철돼 있다는 점이다. 

평가원은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충실히 반영하고,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 기본방향을 설정했다”며, 6개 항목의 출제 기본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했다”거나 “국어와 영어는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해 출제했다”는 등의 얘기다. 예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는 것과 EBS 연계율이 70%라는 점 등도 함께 공개했다.

평가원이 내놓은 출제방향은 지난해 내놓은 것과 완전히 같은 내용이다. 2020학년을 2021학년, 2009 개정 교육과정을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바꾸는 등 시간의 흐름에 맞춰 일부 수치를 수정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표현조차 달라지지 않았다. 

평가원이 할 얘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수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 번째 수능이다. 본래 2017년에 발표됐어야 할 대입 개편안이 2018년으로 1년 늦춰진 탓에 올해 수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는 데 실패한 상황이지만,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출제범위 변화 등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설명 등은 평가원이 공개한 출제방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수치만 바꿔 내놓는 것을 놓고 ‘출제 방향’이라고 일컫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게 교육계의 반응이다. 한 고교 교사는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 고교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와 같은 상투적인 내용을 굳이 평가원이 발표할 이유가 있나 싶다. 들으나 마나한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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