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운 수준 ‘중론’
국어 분석결과는 ‘제각각’, 쉽다는 평부터 어렵다는 의견까지
코로나19 특수상황 고려했나…고3 배려한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고3들의 체감 난도가 ‘변수’, “객관적 난도와 달리 어렵게 느꼈을 가능성”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18일 실시된 ‘2021학년 6월 수능 모의평가(2020년 6월 모의고사)’는 예상과 다르게 전반적으로 평이한 출제 양상을 보였다. 국어 영역을 놓고 평이 엇갈리긴 하지만, 수학 가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도를 보였고, 수학 나형과 영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출제됐다는 평이 중론이다. 최근 들어 6월 모평이 어려운 출제 기조를 보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볼 때 다소 의외의 결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업 결손이 발생한 고3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다소 쉬운 출제 기조를 선보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엇갈린 평가’ 국어, ‘쉽다’부터 ‘어렵다’까지 가지각색 분석 = 국어영역은 이번 6월 모평에서 입시기관들의 평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영역이었다. ‘쉽다’는 평부터 ‘어렵다는 평’까지 입시기관들의 분석은 가지각색이었다.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놓은 곳은 대성학원·대성마이맥(이하 대성)과 유웨이다. 두 기관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변별력 있는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평이한 출제 양상이 나타났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소 까다로운 문제가 있을 뿐 수험생들에게 좌절을 안겨줄 만한 초고난도 지문이나 문제는 없다는 게 이들 기관의 분석이다. 

‘쉽다’는 평가를 내놓은 곳은 이투스와 종로학원(이하 종로)다. 여기에 더해 비상교육도 ‘약간 쉽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독서 영역이 대체로 쉽게 출제된 편이었으며, 화법과 작문이나 문학 등의 영역도 전반적으로 쉽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어렵다’는 상반되는 평가를 내놓은 곳도 있다. 커넥츠 스카이에듀(이하 스카이에듀)는 ‘약간 어려운’ 것으로 국어영역을 평가했다. 화법과 작문에서 수험생들이 ‘낯설음’을 느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특히, 4번에서 7번 문제로 출제된 화법과 작문 복합지문의 문제 유형이 낯설어 수험생들이 당황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스카이에듀는 내다봤다. 

전반적인 평가와 관계없이 입시기관들은 입을 모아 고전시가인 정철의 ‘관동별곡’이 나온 38번과 39번에서 수험생들이 다소 고전했을 것이라 했다. 관동별곡의 경우 상위권을 제외한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작품이며, EBS와 연계된 지문도 아니었기에 충분한 변별력을 가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는 만점자 비율이 0.16%였고, 원점수 1등급컷이 91점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평이한 양상을 보인 바 있다. 이는 ‘희대의 불국어’로 칭해지는 2019학년 수능에 비해서는 매우 쉬워진 편이지만, 그 이전에 치러진 2018학년에 비해 다소 어렵고, 2017학년과는 비슷한 수준의 난도였던 것으로 분류된다. 

■수학 가형, 대체로 ‘비슷’, ‘약간 어렵다’는 의견도 = 수학은 올해부터 출제범위가 일부 바뀐 영역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학생들이 처음 접하는 수능이 올해 실시되는 2021학년 수능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수학 가형은 본래 출제범위였던 기하와 벡터 영역이 올해부터 제외됐고, 수열과 수열의 극한 단원이 새롭게 출제범위에 포함된 상황이다.  

출제범위 변화가 있었지만, 난도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평이 우세하다. 스카이에듀와 이투스 종로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다”고 평했고, 유웨이도 “어렵거나 비슷하다”며 지난해 수능과 큰 난도 차이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대성과 비상교육은 다른 입시기관과 다른 평을 내놓긴 했지만, 이조차도 “약간 어렵다” 수준으로 난도 변화가 크지 않음을 나타냈다. 

상대평가 체제인 영역 특성에 따라 수험생 간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출제되는 ‘킬러문항’은 예상 외로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평이 이어졌다. 21번 수열문제와 29번 경우의 수 문제, 30번 미분법 문제 가운데 21번과 29번이 전년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 입시기관들은 분석했다. 

반면, 킬러문항에 비해 난도가 낮은 중간난도를 지닌 ‘준킬러문항’들의 난도는 다소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약간 어렵다’는 평을 내놓은 대성 등도 준킬러문항의 난도가 높음으로 인해 객관적 난도에 비해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다소 높았던 것으로 봤다. 

수학 가형은 지난해 수능에서 다른 영역에 비해 다소나마 쉽게 출제된 영역이었다. 만점자가 0.58%로 국어와 수학 나형에 비해 많았고, 원점수 1등급컷도 92점으로 다른 영역에 비해 높게 형성됐다. 원점수 1등급컷은 시험이 쉬울수록 높아진다. 비슷하다는 평이 많은 것을 볼 때 지난해 수능과 엇비슷한 1등급컷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다소 어렵다는 분석이 들어 맞는다면,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낮은 점수에서 1등급컷이 끊길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어려웠던 수학 나형 쉬워졌나? ‘쉽다’에 무게 실려 =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수학 나형도 올해 출제범위가 달라졌다. 수열의 극한 단원이 출제범위에서 제외된 반면,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가 새롭게 출제범위에 포함됐다. 재수생들의 경우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배우지 않은 내용이 출제범위에 새롭게 들어오는 형국이기에 부담감을 느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던 터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새롭게 출제범위에 포함된 부분에서는 ‘부담’으로 평할 만한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난도 높은 문제가 등장할 것으로 여겨졌던 삼각함수에서도 난도가 낮은 문제가 2개 출제된 것이 전부였다. 21번 지수함수의 그래프 개형을 묻는 문항도 난도는 높은 편이었지만, ‘합답형’으로 출제돼 체감 난도가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입시기관들의 의견은 ‘쉽다’는 쪽에 모아졌다. 비상교육과 스카이에듀, 종로는 나형 난도에 대해 ‘쉽다’고 했고, 대성도 ‘약간 쉽다’며 의견을 보탰다. ‘비슷하다’는 평을 내놓은 것은 유웨이와 이투스 뿐이었다. 

나형은 지난해 원점수 1등급컷이 84점에 그칠 만큼 상당히 어렵게 출제됐던 영역이다. 최근 4년간 실시된 수능에서 수학 나형 1등급컷이 84점까지 낮아진 것은 지난해가 유일했다. 2017학년과 2018학년에는 92점이 1등급컷이었고, 어려웠던 2019학년 수능에서도 1등급컷은 88점으로 지난해보다 높았다. 입시기관의 예상대로라면, 1등급컷은 다소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쉬운 편’ 영어, 1등급 비율 늘어날까, 8%대 초반 예상도 = 국어, 수학과 달리 절대평가 체제인 영어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었다는 평가다. 종로가 ‘쉽다’는 평가를 내놓은 가운데 대성·스카이에듀·유웨이도 ‘약간 쉽다’며 쉽다는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비상교육과 이투스만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영어영역은 전반적으로 평이한 출제 경향을 나타냈다. 지문 분량도 길지 않았으며, 난도도 높다고 보기 어려웠다. 새로운 유형의 문제도 출제되지 않았다. 변별력을 좌우하는 빈칸 추론 문제가 예년 대비 쉽게 출제됐다는 평도 이어졌다. 

다만, 눈길을 끄는 변화도 존재했다. 듣기 영역에서 통상 1번과 2번에 배치되던 ‘짧은 대화 응답’ 유형의 문제가 ‘긴 대화 응답 유형’인 13번과 14번 앞인 11번과 12번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년과 사뭇 다른 변화란 점에서 눈길을 끄는 가운데 수험생들의 부담감이 줄었을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영어영역은 현재 한국사와 더불어 원점수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는 ‘절대평가’ 방식이 적용되는 유이한 영역이다. 전반적으로 쉽다는 입시기관들의 의견이 들어맞는다면, 1등급 비율은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전체 응시자의 7.43%인 3만 5796명이 1등급을 받은 바 있다. 스카이에듀는 이보다 늘어난 8% 초반대에서 1등급이 끊길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평이? ‘예상 밖’…평가원의 코로나19 수업 결손 고3 배려? = 이번 6월 모평은 전반적으로 평이한 양상이다. 수학 가형을 놓고 다소 어려워졌다는 평이 나오기도 하지만, 나머지 영역들은 대체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쉬워졌다는 평이 우세하다. 

이처럼 6월 모평의 난도가 높지 않은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최근 들어 6월 모평은 꾸준히 어려운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6월 모평은 원점수 1등급컷이 모두 90점을 밑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해 전에도 국어가 91점의 1등급컷을 기록했을 뿐 수학은 85점과 87점에서 1등급이 끊기고, 영어 1등급 비율도 4.19%로 상대평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등 상당히 어려운 양상이었다. 국어영역을 필두로 ‘불수능’이란 평가가 나오는 2019학년을 제외하면, 대체로 6월 모평은 다소 어렵게 출제되고, 9월모평을 거쳐 수능에서는 난도가 다소 조정되는 경향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나타났다.

입시기관들은 모평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코로나19로 수업 결손이 많은 고3들을 일부 배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종로는 수학 나형에서 “고3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쉽게 출제하려는 의도가 나타났다”고 했으며, 스카이에듀도 영어 등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고3 수험생을 배려한 부분이 보인다”고 했다. 대성도 “전체적으로 올해 고3 재학생들의 등교수업이 늦어지면서 수업결손이 많이 생겼음을 감안해 다소 평이하게 출제를 한 것으로 본다”는 평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평가와는 별개로 수험생의 체감 난도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엿보인다. 등교수업이 늦어지면서 학업역량을 예년만큼 쌓지 못한 고3들 때문이다. 객관적 난도와 별개로 수험생들은 시험을 어렵게 느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실제 재학생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채점결과를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난도가 비슷하더라도 등교 수업 일수가 부족한 재학생들은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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