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강국에서 펼쳐진 첨단농업과 인간농부 대결, 대회 첫 참여 팀 중 최고 성적 거둬

[한국대학신문 이다솜 기자] 동아대학교(총장 한석정) 교수가 팀장을 맡은 연구팀이 농업 강국 네덜란드에서 열린 AI(인공지능) 농업 대회 TOP3에 올라 화제다.

동아대 서현권 생명자원산업학과 교수가 소속된 ‘디지로그’ 팀은 최근 네덜란드 와게닝겐(Wageningen University)대학교가 주최한 ‘제2회 세계농업AI대회’에서 최종 3위를 차지했다.

‘농업로봇’을 비롯한 AI 전문가인 서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팀 멤버를 직접 설득해 모아 팀을 운영한 주역으로 눈길을 끈다.

이 대회는 세계 농업선진국과 글로벌 기업 등이 참가해 첨단 농업기술을 겨루는 대회다. 2019년 9월부터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가상 스마트팜(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결하는 방식의 예선과 AI 기술을 적용한 자율온실에서 실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방식의 본선으로 치러졌다.

예선 2위로 본선에 오른 디지로그 팀은 여러 가지 AI 모델을 적용해 보는 시도를 통해 와게닝겐대에 설치된 약 99㎡ 유리온실의 습도와 햇빛, 비료 양 등을 원격 제어하며 실제 방울토마토를 재배했다. 그 결과 디지로그 팀의 방울토마토는 모양과 당도 등 품질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고, 수확량·지속가능성·인공지능전략 등을 종합한 결과 네덜란드 팀(Automatoes)과 중국 팀(AiCU)에 이어 3위에 오른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외에도 중국, 일본, 베트남,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21개 팀 200명이 참가했다. 대부분 팀이 글로벌 IT기업이나 정부 산하기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것과 달리 ‘디지로그’ 팀은 자발적으로 구성된 민간 팀이 이룬 쾌거라 더 대단한 성과로 평가 받는다. 농업 기술이 가장 발달한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와 가장 많은 인원 및 팀이 참가한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순위다. 뿐만 아니라 결승전에 오른 다른 팀들은 지난 1회 대회에도 참가했던 반면 디지로그 팀은 이번이 첫 참가였다.

대회 심사위원들은 “디지로그 팀은 다양한 AI 모델들을 적용해보는 최고의 과학적 노력을 기울였다”라며 “기계학습, 모방학습, 강화학습 에이전트, 딥러닝 모델 등 다양한 AI 접근법을 시도해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여줬는데, 이는 세계 공동체가 자율온실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와게닝겐대학교에서 농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서 교수는 당시 이 학교 방문연구원으로 인연을 맺은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와 뜻을 모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민 교수를 단장으로, 서 교수를 비롯한 AI 전문가와 하드웨어(센서 등)·소프트웨어·반도체·데이터분석·식물재배 등 여러 부문 전문가들이 뭉쳤다. 연구팀의 이름 ‘디지로그’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본인의 저서 이름을 따 지어준 것이다.

서 교수는 “3위라는 성과보다 주목할 점은 네덜란드의 방울토마토 명인으로 손꼽히는 농부와 최고의 연구원 등 전문가로 구성된 ‘인간 팀’이 지난해에는 2위였으나 올해엔 본선 최하위로, AI 팀에 패배했다는 점”이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물 재배로 더 높은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한국 농업에도 AI와 머신러닝 등 첨단기술 연구가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라 설명했다.

‘한국과 아시아 농업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미래 농업 인재를 키운다’는 모토의 기업 에이넷테크놀로지를 운영하던 서 교수는 올해 3월 동아대 교수로 부임했다. 그가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한 스마트 농업 관련 칼럼을 읽고 끈질기게 스카우트 제의를 한 정영수 동아대 생명자원과학대학장의 역할이 컸다.

서 교수는 “세계 농업 선진국들처럼 한국 농업에도 첨단기술 도입 등 많은 변화가 필요하지만 AI 인력 등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스마트농업과 AI농업 분야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전공분야가 다를지라도 이 분야에 관심 있는 교수님들과 함께 많은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 교수는 또 “진행 중인 에이넷테크놀로지 벤처인증과 겸직 허용 등 교내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민간 영역과 아카데미 영역의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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