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미국 의사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의 저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Who Moved My Cheese?》에는 치즈를 먹고 사는 주인공 생쥐 스니프(Sniff)와 스커리(Scurry), 그리고 꼬마 인간 헴(Hem)과 허(Haw)가 나온다. 그들은 미로에 갇혀 살지만 언제나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치즈 창고 C가 있어서 행복하다. 그런데 어느날 창고 C에서 치즈가 모두 사라졌다.

생쥐들은 즉시 다른 치즈를 찾으러 나섰다. 늘 치즈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헴(Hem)과 허(Haw)는 그런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늘 있어야 할 곳에 치즈가 없었기에 누가 훔쳐 갔다고 생각하면서 분노했다. 그리고 매일 빈 창고를 들락거리면서 치즈가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다가 허(Haw)는 새로운 치즈를 찾기 위해 미로로 나섰으나, 헴(Hem)은 미로를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에 치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많은 어려움을 겪은 끝에 허(Haw)는 새로운 치즈 창고 N을 발견했다.

이렇게 늘 쉽게 먹을 수 있던 치즈가 갑자기 사라진 것과 같은 사건이 현재 우리나라 대졸자 채용시장에서도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매년 실시하던 정기 공채를 폐지하거나 점차 폐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009409). L그룹은 신입사원이 필요한 시점에 채용 공고를 내고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하면서, 신입사원 70% 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할 것이라고 했다. K그룹은 인턴직을 거친 뒤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수시 인턴채용 제도를 도입했으며, S그룹은 순차적으로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신입사원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대기업은 점차 많아질 것이다.

이제 3월에 서류를 접수하고 4월에 필기시험을 보고, 5·6월에 면접을 보는 식의 대기업 취업 일정은 사라지는 것이다. 앞으로는 채용 공고가 언제 나올지 모르며, 특정 직무만을 선발할 수 있어서, 취업준비생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더해질 것이다. 또 수시채용은 직무적합도와 문화적합도가 높은 사람 위주로 선발하고자 하는 것인 만큼, 대학을 막 졸업한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이 유리할 것이다. 그러므로 취업 재수를 하기보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일정한 경력을 쌓은 다음 전직하는 패턴이 자리 잡을 것이다. 이는 대학입학에도 영향을 줘,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 역량을 제대로 키워주는 대학을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정부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유도했고, 기업마다 블라인드 채용을 서서히 증가시키면서 면접을 강화했다. 이런 현상은 대규모 공채를 줄이고 수시채용이 증가할 것을 예견하게 했다. 항상 좋은 대학에 다니거나 시험만 잘 보면, 신입사원을 일괄 채용하던 기업의 관행으로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대학생들에게는 큰 충격일 것이다. 그러나 소용없다. 생쥐들처럼 미리 확인, 대비하지 못했다면 허(Haw)처럼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도전을 각오해야 한다.

노동시장이 변하고, 채용 방식은 관례가 아닌 기업의 뜻에 따라 바뀐다. 이제 공채는 없어지고, 소규모의 상시 경력직 채용이 더욱 일반화될 것이다. 대기업의 공채가 사라진다는 것은, 필기시험보다 실제 업무능력이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어쩌면 더 어렵고 험난한 취업 전선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면,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학벌이든, 성적이든, 기술이든, 리더십이든 관계없다. 이론과 현장 업무 경험을 쌓아서 상시 채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노동시장과 채용 방식은 우리 청년들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느낌 이상 빠르고 거세게 변할 것이다. 또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는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위 책의 생쥐들처럼 늘 자신의 치즈를 늘 점검, 준비하든지 허(Haw)처럼 변한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는 태도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자신의 외적인 자산보다도, 자신에게 임금을 줄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살펴서 실속 있게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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