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남대 폐기로 수면 위…전라도지역 의대 설립에 사활
의협·의대협 등 강력 반발 예고…21대 국회도 난항 예상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코로나19로 공공의료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공공의대 설립 논의도 탄력받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반대 의사를 밝혀 향후 공공의대 설립에 진통이 예상된다.

서남대 폐교 대안으로 등장···전북, 전남 설립 염원 = 공공의대는 2018년 서남대 폐교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당시 서남대는 의대를 보유했고 정부는 서남대 폐교로 발생한 의대 정원을 활용, 의대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학병원은 지역 의료의 중추 역할을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지역의 거점 병원들이 역할을 크게 수행했다.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가면서 이를 수용할 병상은 사실상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만이 가능했다. 대구 지역 확진자가 늘어날 때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등 의료 인프라를 갖춘 대학병원들이 재난의 확산을 막았다.

공공의대 설립을 가장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곳은 서남대가 있던 전북 지역과 의대가 없는 전남 지역이다. 송하진 전라북도 도지사는 6월 2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호남 간담회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민주당 1호 법안으로 요구했다.

송 지사는 “서남대 폐교로 발생한 의대 정원을 활용해 대학원을 설립할 것을 2018년 당정협의로 발표한 바 있다”면서 “신속한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공공의대법 제정이 시급한 만큼 국회 차원에서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도 제1호 법안으로 ‘공공의대 설립법’(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공공의대는 국가 책임 공공보건의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코로나19로 중요성과 시급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은 순천대에 의대를 설립하는 법안과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서 의원은 “지역 간 의료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국가가 국립의과대학에 별도의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지역구 의원에 따라 창원의대 설립, 목포의대 설립 법안들도 속속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도 공공의대 설립에 시동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었던 남원 지역에 서남대 자원을 활용한 공공의대 설립 논의를 본격화한 것이다. 정부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공공의대 설립추진단을 구성하고 바이오 인재 양성 계획을 밝혔다.

의협, 의대협 반발···20대 국회 이어 21대 국회에서 난항 예고 = 공공의대 정원을 순증하느냐, 서남대 정원을 활용하느냐 등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공공의대 설립 주장 근거에는 ‘지역의 의료 불균형’ 문제가 공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발표된 임준 가천의대 교수의 ‘공공보건의료 개념의 재구성과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공의료의 지역적 불균형은 심각한 상황이다. 2017년 기준 의사 인력의 30%가 서울에 지역이 집중됐다.

인력뿐 아니라 의료 기관의 차이도 현격하게 드러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16년 시도별 지역보건취약 지역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의료 취약성 점수는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에 비해 강원, 충북, 전남 등이 ‘나쁨’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에 더해 신종플루,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 사태를 지나오면서 20대 국회에서도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위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

특히 의협은 공공의대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 측은 “국내 공공의료가 취약한 현실은 공공의대가 없거나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낮은 이해도, 우수 의료 인력의 낮은 처우로 인한 공공부문의 종사 기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공공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만이 공공의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료적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며 “의사들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하는 것이 (의료)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대협 역시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의견을 보이고 있다. 의대협은 6월 4일부터 10일까지 의대협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4058명이 응답했다고 공개했다.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적절한 공공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0%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논의가) 공공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국회의 졸속 처리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이 의협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21대 국회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용호 의원 측은 “우리가 발의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의대, 즉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하자는 법안”이라면서 “단체들이 반대하는 정원을 늘이는 방식의 의대 설립과는 결이 다른 법안인데도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른 공공의대 법안과 병합해 진행할 것”이라며 법안 통과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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