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업의 질 하락’ ‘학교 시설 미사용’ 근거
대학, 코로나19로 수입 줄고, 지출 늘어…재정손실 커
교육부, “등록금은 대학의 일…대학의 자구노력 필요해”
3차 추경ㆍ대학혁신지원사업 용도 완화 등…재정 여력 확보 촉각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코로나19로 촉발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번지는 가운데, 대학을 통한 간접적 지원을 통해 해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이 학생과 해결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8000억원 규모의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용도 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3차 추경안에 온라인 강의지원예산을 600억원 이상을 책정했다.  

'걸어서 교육부까지'를 진행한 대구 경북지역 대학 총학생회 및 전대넷 학생들이 10일 교육부 앞에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전대넷 페이스북)
'걸어서 교육부까지'를 진행한 대구 경북지역 대학 총학생회 및 전대넷 학생들이 10일 교육부 앞에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전대넷 페이스북)

■ 등록금 환불 요구에 대학 ‘재정타격’ 호소 = 등록금 환불 목소리도 거센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1학기 원격수업 전환으로 수업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학교 시설을 전혀 이용하지 못한 것도 감면을 주장하는 이유다. 

전국 대학생들은 학교와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24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 따르면 전날까지 전국 72개 대학에서 2700여 명이 등록금 반환 소송의 소송인단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격수업에 따른 수업의 질 저하, 학교 시설 미사용 등을 고려하면 납부액의 3분의 1 이상은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대넷은 소송인단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소속 대학끼리 묶어 해당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낼 계획이다. 또한, 교육부에도 대학 학사운영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등록금 반환 요구는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22일 긴급 농성에 돌입해 ‘등록금 반환’ ‘선택적 패스제’를 촉구했다. 이들은 “등록금 433만원은 실험실을 쓰고, 강의실에서 충분한 수업을 듣고,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대가”라며 “하지만 온라인 강의 방식과 질은 천차만별”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한양대ㆍ연세대 학생의 혈서까지 등장했다.  

대학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원격수업을 하더라도 수업과 관련한 비용인 인건비, 연구비 시설 유지비 등이 여전히 지출되고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코로나19 방역으로 방역비용을 비롯해 원격수업을 위한 서버 구축, 기자재 구매 등으로 비용이 더 추가됐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유학생 감소로 수입은 줄었다고 말한다. 

서울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12년간 등록금 동결에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손실로 등록금 반환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규모 지방 대학은 더욱 죽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등록금을 일부 감면한 대학도 있다. 건국대는 국내 주요 대학 중에서는 처음으로 등록금 일부 감액을 결정했다. 대학본부와 학생 대표단이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통해 올해 1학기에 등록한 재학생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2학기 등록금을 일부 감면하기로 했다. 

건국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숙사, 언어교육원, 미래지식교육원 등의 적자 운영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압박에도 불구하고, 학생 대표들과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등록금 고지감면 장학금 지급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도출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한성대도 23일 전교생에게 장학금 형태로 2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학생 100명을 선발해 100만원을 특별장학금을 형태로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한성대에 따르면 대학본부와 총학생회가 3월부터 꾸준히 코로나19 관련 논의를 해왔으며, 이번 방안도 대학-학생 협의체에서 논의해 결정했다고 한다. 학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 고통을 분담하는 의미"라고 전했다.

■ 3차 추경ㆍ재정지원 사업으로 대학 지원 가능성 = 전국적으로 등록금 반환 이슈가 화두이지만, 교육부는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21일 “기본적으로 등록금 문제는 각 대학이 학생들과 적극 소통하고 협의해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안하는 학생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 방안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학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교육부의 입장은 △등록금은 대학이 학생과 해결 △학생 직접 지원 불가 △대학의 자구노력 필요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다만, 대학의 자구노력 전제하에 3차 추가경정예산과 대학 재정지원을 통한 간접적 지원 방안은 열려있다. 

18일 교육부 핵심 관계자는 백브리핑에서 “교육부는 학생과 대학이 각기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대학의 재정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학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대학 재정지원 및 학사운영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대학재정지원의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해 예산당국, 국회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면서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4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추경예산안에 대학 온라인강의 지원 예산을 639억9500만원 책정했다. 이는 1차 추경에서 잡은 17억7900만원보다 3497% 증가한 규모다. 

세부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대학 원격교육센터를 전국 10곳에 둔다. 한 대학에 센터를 두고, 인근 대학이 센터의 원격강의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센터가 인근 대학으로 지원하는 형태다. 지원예산은 총 128억원이다.

온라인강의 제작을 지원하는 인력도 둔다. 각 대학에 온라인 원격 도우미 4200명을 배치해 교수들의 원격강의 콘텐츠 제작 및 탑재 등을 지원한다. 여기에 494억원이 잡혔다.

정부는 “대학의 원격수업과 관련해 수업의 질에 대한 학생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어, 수업의 질 제고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정의당 정책위는 “온라인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는 대학생들 민원에 대한 방안이라는 의미”라며 “622억1600만원을 늘려 대학 온라인강의에 일종의 ‘직접지원’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교육부는 8000억원에 달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 용도제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항목마다 지정된 예산 범위를 완화해 대학의 재정여력을 높인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환경 개선비나 교육·연구 기자재 구매비 등에서 집행 한도를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6월 말에서 7월 초 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정 여력이 생기면 등록금 감액에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25일 “여력이 생기면 활용할 수 있겠지만, 대학이 판단할 문제”라며 “일부 언론에서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장학금 지원 용도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연구 환경개선비 상한 30%를 올려달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대학이 코로나19에 대비해 2학기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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